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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May 12. 2020

20. 부모님께 결혼 허락받기

토종 한국인 부모님, 파란 눈의 덴마크인 사위

부모님이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어요?


내가 외국인과 결혼한 것을 아는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으레 부모님이 내가 외국인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반대하셨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부모님을 설득하느라 고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조차도 놀랍게 우리 부모님은 반대는커녕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도, 걱정이 된다는 말도 하지 않으셨다. 그저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네가 얼마나 많은 밤을 고민하고 생각했을지 잘 알고 있으니, 네가 결정한 일이라면 우리는 너를 믿고 지지해주마’하고 나오셔서 감사하면서도 불안했다.


물론 이미 오랜 시간 알아왔던 사람이었고, 나 스스로도 나의 미래, 우리의 미래를 많이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었지만 나조차도 확실하지 않은 결정이어서 불안했나 보다. 차라리 부모님이 양팔 걷고 반대하시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하셨었다면, 문화 차이와 살아온 환경의 차이가 사랑만으로는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엄마 아빠는 같은 언어로 말을 하고 같은 정서를 가진 사람이 사위가 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면, ‘그래 맞아! 부모님 말씀을 들어야지!’ 하고 부모님을 핑계로 숨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당당한 척 부모님께 이 외국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나도 무서웠고 걱정스러웠다. 차라리 누가 말려줬으면 하고 바라었었나 보다.



하지만 나를 낳고 길러온 부모님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아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불안해하던 나에게 용기를 주셨던 것 같다. 파란 눈을 가진 저 덴마크 총각이 말은 잘 안 통하지만 눈을 보니 참 착하고 성실해 보인다고 말씀해주시면서 내 결정에 힘을 실어주시고 나를 밀어주셨다. 지금 생각해도 내 엄마 아빠이지만 너무나 감사하고 멋진 부모님이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를 알아온 부모님은 내 결정을 믿고 따라주셨다.


아는 사람 한 명은 정말 좋아하며 사귀던 남자 친구의 직업이 ‘회사원’이라는 이유로 교제를 반대하는 엄마 때문에 울고불고 난리를 치다가 결국은 그 남자와는 헤어지고 치과의사를 만나 결혼했다. 물론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만, 그때 힘들어하던 그 사람을 보며 과연 이 친구의 엄마는 딸을 사랑하는 게 맞나 하고 생각했었다. 직업이 그렇게 중요한가, 왜 이렇게 딸을 힘들게 하시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맞다. 그 어머니는 딸을 사랑하는 게 맞고, 딸이 행복하기를 바라셨다는 건 누가 뭐래도 사실일 것이고, 그게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나는 우리 부모님의 방식에 더 감사드릴 뿐이다. 당신들의 딸이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직업과 배경으로만 판단하려고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과 어떻게든 부모님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우리 딸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인 걸 알았다는 부모님에게서 사랑을 느끼고 따뜻함을 느낀다.



내가 남자 친구라고 데려간 파란 눈의 남자는 그렇게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부모님은 여전히 그 사위가 우리 딸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 주고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알콩달콩 살고 있는지를 보시면서 본인들이 더 행복하다고 하신다. 우리 부모님이지만, 쿨하신 분들이다.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지금이지만 앞으로도 쭉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그리고 내 선택을 믿어준 부모님처럼 나도 내 자식이 스스로를 믿고 결정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아이가 내리는 결정을 지지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 꼭 그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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