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외국에서 살고 싶던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나는 그렇게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었다. 방학 때 미국에 사는 고모집에 다녀온다고 자랑하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고, 외국에 나가서 사는 친척이 단 한 명도 없는 우리 집안이 너무 불만스러워서 내가 그 외국 나가서 사는 고모가 되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사주를 보면 꼭 ’ 물 건너가서 살 사람‘이라고 했다. 그것도 물 건너가서 ’잘‘ 살 사람이라고 해서, ‘그래 나는 외국에 가서 그 누구보다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 거야’하고 생각하며 살아왔었다.
그리고 34살이 되는 해에 드디어 나는 한국을 떠났다. 산 넘고 물 건너 아주 먼 나라, 북유럽의 작은 나라 덴마크로.
전체 인구가 서울 인구의 반 밖에 안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얗고 파란 눈을 가진 이곳에서 나는 그들과는 정말 다른 ‘외국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지만, 이곳도 엄연히 그들의 모국어인 덴마크어를 사용하는 곳이라서 길거리에서, 기차 안에서 알아먹을 수 없는 사람들의 대화가 귀에서 웅웅 거리는 백그라운드 사운드로 들리는 게 일상인 이곳.
한국에서 적당히 좋은 대학을 나오고, 적당히 좋은 대기업에서 일하며, 중간은 가는 인생을 살았던 나는, 내 나라에서 내가 가졌던 그것들을 새로운 나라에서 또 찾아보겠다며 당차게 떨쳐버리고 떠났다.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이도 이제 어리지 않은데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과연 지금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마음이 쓰였지만, 그런 마음 보다도 지금 안 해보면 더 늦어질 뿐이고, 해보고 후회하는 게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백만 번 낫다는 마음이었다. 아니 사실, 그냥 저질러 버린 게 맞겠다.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한국에서의 일상이 지치고, 미세먼지에 목이 따끔한 서울의 공기가 지겨워서 떠나고 싶었다. 그리고 유년시절부터 쉴 새 없이 달려온 내 인생에 휴식을 조금 주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이민가방 두 개에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한국에서의 삶을 줄여 넣고 산 넘고 물 건너 덴마크로 왔다. 그리고 다시, 내 인생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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