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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Jan 11. 2024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제목: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원서 제목: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저자: 빌 브라이슨 (Bill Bryson)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발칙한 미국학>, <발칙한 유럽 산책>, <언어의 탄생> 등 다방면에 걸쳐 재미있게 글 쓰기로 정평이 나있는 빌 브라이슨. 그가 야심 차게 써낸 걸작,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었다. 이 책은 태양계, 천체, 우주, 지리학, 고고학, 화석, 고생물학, 원자, 생물학, 물리학, 지진, 진화론, 빙하시대, 인류학, 인류의 기원, 멸종된 생물 등등 그야말로 '거의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는 교양서다.


여기에 나열된 분야를 보기만 해도 머리가 빙빙 돌고 속이 체할 것 같겠지만, 빌 브라이슨의 재치 넘치는 글솜씨는 책을 끝까지 붙잡고 읽게 만든다. 물론 읽다 보면 내 머리의 한계치를 넘어서는 부분도 있고, 어려워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가볍게 넘어가도 책 전체적으로 보면 큰 무리가 없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만 골라서 읽어도 상관없을 듯하다.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방면에 걸쳐 지식과 상식이 상승하는 건 덤이다. 깊이 있는 지식까지는 어려울지 몰라도,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아, 그거."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칠 수 있는 정도는 된다.


내용도 알차고, 글도 술술 읽히는 책. 낯선 분야에 대해 얕게라도 지식을 쌓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출처: Goodreads. 영어판 표지. 깔끔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1


이 책의 지질학/지진에 관련된 부분을 읽다 보면 일본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된다. 일본이 얼마나 불안정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지 알게 되니까. 런던 대학의 안전진단 전문가인 빌 맥과이어(Bill McGuire, a hazards specialist at University College London)의 말에 의하면 도쿄는 "죽기를 기다리는 도시(the city waiting to die)"다. 지반이 약하고 3개의 지각판이 부딪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지 10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조용했던 이곳의 지각판에는 계속 가해지는 힘이 쌓였을 테고, 언젠가는 결국 지각판에 충격을 줄 거다.


지진의 공포, 방사능의 공포,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 3공포가 맞물린 일본. 세 개 모두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참으로 안타깝다.



안타까운 일이다 -2


지구상에는 멸종된 동식물이 많이 있다. 자연재해 등의 이유로 자연스레 멸종되는 동식물은 4년에 1종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인간이 개입하게 되면? 인간에 의해 멸종되는 동식물의 수는 이것보다 12만 배나 더 많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사람들이 무지해서, 너무나 무지해서, 수많은 동식물을 죽이고 멸종시킨 사례가 나온다. 읽으면서 수십 번은 "말도 안 돼!"라고 외친 것 같다. 자신이 총으로 쏘아 죽인 새가 멸종 위기에 있던 마지막 세 마리 중 한 마리였다는 걸 알고는 기뻐하기도 하고("the news filled him with 'joy'"), 역시 멸종 위기에 있던 또 다른 새가 이틀 간격으로 서로 다른 두 군데에서 발견됐는데, 발견한 두 사람 모두 총으로 쏴버리는 일도 있었다. 사냥에 미친 사람들도 아니고!!


어느 섬에서는 등대지기가 키우던 고양이가 자꾸 새를 죽여서 잡아왔다. 고양이가 죽인 게 어떤 새인지 궁금했던 등대지기는 박물관에 그 새에 대해 묻는 편지를 보냈다. 그 새가 그 섬에만 살고 있으며 멸종위기에 있던 새였다는 답장을 받았을 때는 이미 고양이가 섬에 남은 마지막 새를 죽인 후였다.


자기 개인 박물관에만 보관하기 위해 다른 새들을 다 죽인 후 마지막 한 마리를 죽여서 박제해 데리고 오기도 하고, 맛이 없어서 먹지도 못한다면서 그냥 총으로 쏘아 죽여 멸종시킨 예도 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동식물이 사라져 갔을까? 지금 우리가 하는 행동들은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사라지게 만들까? 안타까우면서도 무서운 일이다.



출처: 교보문고

한국어 번역판 표지. '거의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표지. 약간 백과사전 느낌인데, 표지가 책의 재미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거 같아 아쉽다.






내가 사랑한 문장들


1.

In three minutes, 98 percent of all the matter there is or will ever be has been produced. We have a universe. (p. 10)
단 3분만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98%가 만들어졌다. 우리가 우주를 가지게 된 것이다.


2.

Tune your television to any channel it doesn’t receive, and about 1 percent of the dancing static you see is accounted for by this ancient remnant of the Big Bang. The next time you complain that there is nothing on, remember that you can always watch the birth of the universe. (p. 12)
방송이 송출되지 않는 채널에 주파수를 맞추면, 화면에는 흑백의 노이즈만 보인다. 그 흔들리는 노이즈의 1%는 먼 옛날 빅뱅이 일어난 시기에 남겨졌던 우주배경복사다. 다음번에 화면에 아무것도 안 잡혀 짜증이 날 때는, 당신이 우주의 탄생을 목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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