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막: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비극이 오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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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채에서 회랑을 지나 손을 잡고 뛰다시피 넘어올 때만 해도 이렇게 뻗어버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둘만 있는 공간 안에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서로가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창 밖에 있는 달을 보며 그저 가만히 있었다.
“처음부터 게스트 룸은 생각에도 없었던 거 맞지?”
“넌 게스트가 아니잖아.”
“그럼?”
“글쎄.”
사랑, 애인,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람. 그런 말들이 맴돌았지만, 재희는 더는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일정이 빡빡했던 원우가 결국 소파에서 잠이 들어버리자 재희는 그런 원우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조명을 더 낮춰주었다.
이대로 충분했다. 저물어가는 달만큼 그 시간이 아쉬울 만큼.
“일어났어?”
“안 잤어?”
“잤어. 조금.”
“몇 시야?”
“7시쯤.”
자신을 향해 한쪽 팔을 뻗는 원우를 그저 가만히 보기만 한다. 지금 그의 품 안으로 안기면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결국 눈앞에 있는 재희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원우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후회할걸. 두 시간쯤 뒤에는 가야 해.”
“그렇게 빨리?”
“그러니까, 이리 와.”
다시 한번 팔을 뻗자 이번에는 재희가 사뿐히 품 안에 갇혔다. 살짝 좁은 소파 위에서 서로의 품을 파고드는 두 사람은 반짝거리는 창밖의 아침 햇살처럼 예뻤지만, 점점 사라져 가는 시간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어디로 가?”
“남미 쪽.”
“갔다가 다시 올 수 있어?”
“아니.”
“너무 단호하네.”
“네가 오면 되잖아.”
“난..., 못 가.”
원우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재희가 담담하게 말했다. 파르르 떨리는 손 끝을 꼭 말아 쥐고, 이 아쉬움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원우의 입술이 재희의 이마에 닿았다.
“그냥 해 본 말이야. 내가 올게.”
“아니야. 원우야, 난....”
오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제 더는 이런 식으로 만남을 이어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모순된 기분 앞에 천천히 식어가는 체온처럼 미지근해지는 마음이 원우에게 전달될까 봐 재희는 얕은 한 숨을 쉬었다. 새어 나오는 한 숨과 함께 하고 싶지 않은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너 나 좋아하지 마.”
“... 알았어.”
지난밤에도 원우는 그렇게 대답했다. ‘왜?’라는 질문도 하지 않았다. 지금 재희가 원하는 대답이 그런 거라면 충분히 해 줄 수 있었다. 그저 자신의 손길이 닿고 눈길을 줄 수 있고 마음을 쓸 수 있는 곳에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도망가려는 재희의 마음을 알아챘지만, 원우는 다시 찾는 것조차 자신의 일이라 생각했다.
이마에 있던 입술이 조금 더 내려온다. 재희의 감은 눈꺼풀 위로 살짝, 조심스럽기만 하던 입술은 이제 조금 더 과감하게 다음을 찾고 있다.
“진짜, 나 좋아하지 마.”
“..., 응.”
이번에는 재희의 볼로 대답이 전달된다. 감은 눈 위로는 원우의 손이 덮인다. 손가락 끝은 천천히 이동해 재희의 목덜미로 내려가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원우..., 그만해.”
“..., 정말?”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손끝, 볼에서 진득하게 떨어지지 않는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되물음. 모든 것이 아득하게만 느껴져서 재희는 숨을 짧게 들이켰다가 길게 내쉰다. 감겨 있던 눈이 천천히 뜨여진다. 바로 눈앞에 있는 그의 얼굴이 비현실적이다. 꿈은 아니길, 그런 소망으로 재희의 손은 원우의 볼을 어루만졌다. 제 손에 볼을 비비는 원우의 표정은 예전 어린아이 같았다.
“멈추라고 해도 안 되는걸.”
“그럼 대답은 왜 했어.”
“네가 원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
“그 말 말고.”
“.......”
‘미안해’ 대신 들려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저 서로를 가두고 있는 지금 이 시간만 지나가지 않길 바란다.
재희는 원우의 품 안으로 조금 더 파고들며 다시 눈을 감았다. 대답을 듣지 못한 원우도 더는 재희에게 묻지 않았다. 이미 충분한 마음을 들었다. 따뜻한 이마에 다시 한번을 입술을 묻으며 원우는 재희를 더 꽉 끌어안아 자신의 품 안에 가뒀다.
…, 좋아하지 마.
나를…, 좋아하지 마.
그 말들이 부질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아직도 제 주변에 있으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불행이 따라올 것 같다는 불안함이 존재하고 있어 주문처럼 읊조릴 뿐이었다.
부질없는 거부, 걱정하는 마음보다 모순되게도 더 곁에 있어주기를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자신이었다.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곁에 있으면 좋겠어,
우리가 영원히 우리였으면 좋겠어.
아침이 오기 전 헤어지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아니, 아니다. 그런 비극적인 커플을 따라 하지는 말자. 그냥,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함께 산책을 하자. 그러자….
이슬이 내려앉은 정원을 함께 걷다가 몇 번의 입맞춤을 더 했다.
자연스럽게 원래부터 서로가 서로만을 찾고 있었던 사람들처럼, 손을 꼭 잡고, 시선으로만 어루만지는 그 시간을 음미하다가 결국은 참지 못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을 마주했다.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참은 건 아니고, 기다린 거지.”
“기다려?”
“‘우리’가 ‘우리’ 일 때까지….”
“…….”
“지금처럼, 이렇게.”
두 손 가득하게 재희의 작은 볼을 담은 채 코 끝과 입술 끝, 그리고 볼을 오고 가며 바쁘게 움직이는 원우의 입술은 웃고 있었다. 시원한 웃음이 볼을 타고 전해지자 간지러운 지금의 감정이 전달되어 살짝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였다.
얇은 재희의 손가락 끝이 원우의 목덜미를 간지럽히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작게 오르락내리락거리는 가슴팍이 끌어안은 품 안에서 느껴졌다.
정돈된 잔디를 밟으며 서로를 끌어안은 채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듯이 천천히 돌고 있었다. 초침이 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모든 것이 아쉬움으로 흐른다.
“원우야.”
“응.”
“고마워.”
좋아하는 마음을 답해줄 수 없었다.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 대신 겨우 할 수 있는 말을 꺼냈다. 원우라면 알아챌지도 몰랐다. 모른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바로 앞에서 눈을 보면서도 전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이 너무 커 숨기기 힘들 뿐이었다. 오르락내리락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 마음도 함께 들썩이며 재희를 괴롭혔다.
“이제…, 내가 갈게.”
더는 이런 식의 만남이 계속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이 도망가고 달아나면, 한쪽은 찾아내고 쫓아오는. ‘우리’가 ‘우리’가 되려면 그러면 안 되는 거니까.
지금이라면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손 내밀며 다가온 그의 걸음에 답해줄 용기가 생겼다. 이렇게 오롯이 ‘우리’로 있을 수 있다면 멀고 먼 어디라도 갈 수 있다는 이 순간의 믿음.
“한국에 오면 바다에 가자.”
“바다?”
되묻는 재희의 앞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원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망망대해 위 희미한 달빛에 기대어 위태롭게 떠 있는 작은 배 하나. 그 그림이 생각이 생각났다.
더는 위태롭게 떠 있는 배가 아니었다. 반듯한 이마 위를 다정하게 다녀가던 원우의 입술이 결국 다시 또 재희의 입술을 찾았다.
“어디든 너랑 같이 갈래. 못 가본 곳도, 못해본 것도 너무 많으니까.”
“그래.”
대답하며 원우의 입술을 다녀가는 재희의 입술도 햇살을 머금고 있었다.
비록 이 순간이 지나고, 눈앞의 네가 사라져 버리면 없어져 버릴 용기라고 하더라도…, 지금 만큼은 그렇게 도망가지 않을 거라고…. 더는 네가 나를 찾아 헤매며 불안하게 만들지는 않겠다고.
… 내가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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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재앙과]의 업무 진행이 있습니다. 관련 부서는 업무 기안에 맞는 병렬 협조 승인을 바랍니다. /
“날씨와 관련한 재앙이라니. 오랜만이네. 그런데….”
재앙이라고 하기에는 고작 [갑작스러운 눈구름 생성] 정도였다. 그것도 아주 좁은 일부 지역만이었다. 이 정도면 눈사태 정도는 날 수 있겠지만, 상신된 기안은 그 마저도 바라지 않는 것 같았다.
“아, 이거. [죽음] 과에서 상신 진행 중인 업무랑 겹쳐요.”
“본사 진행 사안이라더니 큰 건 아닌가 보네.”
“본사 진행 사안은 맞는데…, 그 얘기 들었어요? 지금 본사에서 대리들이 싸운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뭐?”
“자기 부서 업무가 조금 더 유별나야 되는 시기인 것 같더라고요.”
“뭐, 이미 만들어진 파일을 보고 움직이는 건데, 굳이 그럴라고.”
“얼마 전에 [사고사] 과에서 일하는 대리에게서 들은 이야긴데, 갑자기 파생된 별개의 [사고사]가 예전보다 많아졌다고 하던데요.”
“그래?”
“우리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본사]에서 울리는 ‘이상한 소음’에 대한 소문이 각 지부에도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초창기부터 존재하여 아주 예전에도 비슷한 ‘본사의 사건 사고’ 경험이 있었던 지부 윗선 대리들은 염려를 하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런 불안과 염려는 [본사]의 누군가가 말했듯이 서서히 퍼져나가 ‘고통’보다 더한 ‘공포’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0 번은 여전히 대리일보다는 인간 세계 일에 관심이 더 있으니 어떻게든 수습이 되겠지.”
“우리 일이, 인간 세계일인데요?”
“맞아, 그건 그렇지.”
어차피 인간 세계보다 감정이나 변수가 적은 대리들이었지만, 인간 세계를 모방한 이곳이 과연 언제까지 그 과부하 아닌 과부하를 견딜 수 있을까.
그렇게 끝없이 펼쳐진 업무 데스크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리의 말은 떠돌고 떠돌아 누군가의 부재를 여전히 모른 채로 또 한편으로는 알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사고사] 과에서 왔습니다.”
“직접 오실 필요는 없으실 텐데.”
“어차피 지나가는 길목이라서요. 이번에 눈은 아주 살짝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도로 위에 살얼음이 중점이라서요.”
“그럼 영하로 기온을 떨어트리고, 바람이 세게 부는 날씨가 더 나을 것 같네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얼마나 나가 있다가 오십니까?”
“글쎄요, 인간 세계 시간으로 하루 정도? 날씨도 날씨지만 중요점이 타이밍이라서요.”
“아하.”
[사고사] 기획팀의 대리는 진짜 추위를 타는 것도 아닌데, 마치 인간처럼 단단히 맞춰 입은 야상 점퍼와 고글까지 갖추고 있었다. [사고사] 전담 기획팀은 직업의식이 투철하다 싶은 게 아니라 조금 과하다 싶은 때가 있다.
“그런데….”
“네.”
“원래 이렇게 많은 대리님이 나가시는 겁니까?”
길목을 지나가는 [사고사] 기획팀의 대리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고는 데스크에 앉아있던 협조 부서 대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범상치 않을 정도로 많은 대리들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먼지와 같은 빛의 색깔로 인간 세계로 빨려나가는 모습이 마치 눈발이 날리는 어느 날의 인간 세계 같았다.
“아니요. 원래는 이렇게 많이 나가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본사 업무지시라서 그런지….”
점점 많아지는 먼지 색의 빛 사이로 저도 빨리 가야 하는지 걸음을 옮기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데리고 올 인원수가 제법 많습니다. 보시다시피.”
“아…, 역시. 재앙급….”
본사 지시는 보통의 ‘사고사’와는 다를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저 정도면. 회오리처럼 사라지는 ‘빛 먼지’를 보던 데스크의 대리들은 각자 한숨을 쉬었다.
“며칠 동안 한국 지부 전체가 시끄러울 수도 있겠네요.”
“연계된 파일이 전체적으로 다 변화될 수도 있겠어.”
“협조 요청도 많이 들어올지도 모르겠어요.”
“역시….”
“고래 싸움에 새우등만 터지네요.”
고개를 저으며 대화를 멈추고 각자의 업무 창을 활성화시키는 대리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연계된 파일의 기획은 아주 단순했다. 갑작스러운 기온 급하강, 계곡 사이로 빠르게 부는 북서풍, 그리고 도로 위 적당히 내린 눈과 그로 인한 도로 위의 ‘블랙 아이스’ 현상이었다.
하얀 눈이 펑펑 왔다면 오히려 제설차가 오가고 지나다니는 자동차들도 조심했을지 모를 일이었지만, 기획이 있고 예정된 시나리오가 있는 이유는 그런 대비가 아닌 말 그대로 ‘갑작스러운 사고’를 위한 완벽한 ‘함정’ 같은 것이니까.
빛 먼지들이 각자의 인간 영혼으로 빨려 들어가 그저 정자세를 취하고 그들의 감정과 동화되어 정적인 시간을 보내는 동안,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예정된 순간.
목재를 싣고 가던 대형 트럭이 도로 위의 커브에서 살짝 미끄러지면서 기울어지고, 싣고 가던 고정되어 있던 목재들이 쏟아져 가드레일을 넘어 마주 오던 차량을 덮친다. 그리고 그 여파로 급정거를 하는 차량들이 30중 추돌을 하는…….
완벽한 기획에 걸맞은 날씨와 조건이었다. 아직도 몇 킬로미터 밖에서 달려오고 있는 차량들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대기 중인 대리들이 몇 있었다.
대리들은 오랜만에 발생한 [대량 사고사]에 살짝 긴장하며 각자가 맡은 영혼이 소멸을 잘할 수 있도록 소멸의 에너지를 끌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역시 지금 계절에는 그런 복장의 인간이 많지?”
“그럼요. 대부분일걸요?”
고글과 보드복을 한 대리들이 유난히 많았다. 어떤 모습을 하든 어차피 상관은 없지만 인간에게 동화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왔으니 그에 걸맞은 복장을 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는 기획팀 대리들이 제법 있었다. ‘투철한 직접 의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유별난 것이 확실했다.
“평범한 복장이시네요?”
“응. 저 사람들의 파일에도 별 다른 건 없고. 적당한 나이의 중년 부부야.”
“이 계절에 다른 곳으로 가는 모양이네요. 보통 반대 방향으로 많이 가는데.”
“그러게. 가드레일 넘어서 30중 추돌 사고 나는 방향이 아니라, 유일하게 트럭 쪽 도로네.”
“정확하게는….”
허공으로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면서 시간을 재고 있던 대리가 문득, 손가락을 부딪치며 ‘딱’ 소리를 냈다.
“가장 먼저 소멸하는 영혼들이네요.”
“그렇지. 즉사니까.”
“트럭에 깔리면…, 아프겠죠?”
“아마 깔리는 걸 느끼기도 전에 소멸할 거야. 충돌이 먼저라서.”
“정확하게는 누가 먼저인가요? 역시 운전자예요?”
“아니. 진짜 동시에. 그래서 내 파트너를 기다리는 중인 거고.”
“아….”
아직도 저 멀리 점처럼 보이는 차량을 바라보며 대리는 자신의 파트너가 빛 먼지로 제 옆에 내려와 앉길 기다리고 있었다. 곧, [본사:재앙과]에서 기획한 대형 사건이 벌어질 시간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본사:재앙과]에서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은 편 아닌가?”
“요즘 세상에 이 정도면 재앙급이지. 옛날처럼 대홍수라도 냈다가 0번에게 혼날 일 있어?”
“암튼 요즘의 인간 세계는 좀 이해가 안 가요. 예전에는 재앙도 잘 견뎌냈는데, 요즘은….”
“우리 일이나 잘하자고.”
“늦어서 미안해!”
“아니야, 우린 이만 갈게.”
“네, 네. 수고하시고 나중에 봐요.”
점점 다가오는 자신의 목적지 같은 차량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던 빛 먼지 하나가 소리를 지르며 지나갔다. 기다리던 대리도 빠르게 인사를 건네고는 그 빛 먼지를 따라서 이동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빛 먼지들이 빠르게 소용돌이치듯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양은 장관이었지만, 아무나 볼 수는 없는 장면이었다.
이동하는 차량으로 조금 전 대화를 하던 빛 먼지 둘이 흡수되듯 사라졌다. 물론 그 모습도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 도로 위의 차량 안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아주 간간히 떨어지는 작은 눈꽃송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빠르게 달리는 차량들의 속도와 그로 인한 마찰로 빠르게 도로 위로 녹아내리고 사라지는 듯했지만, 사실 서서히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주 빠르게 얼어붙고 있었다.
기획은 완벽했다.
[본사]에서 어떤 대리가 아주 만족할 만큼, 딱, 적당하게…, 매우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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