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지지 않을 이야기의 어느 한 토막(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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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다 못해 빛나는 푸른색을 자랑하는 보건실의 커튼 사이로 그 나른한 두 눈을 본 날을 기억한다.
펄럭거리는 커튼 사이로 앉아있던 뒷모습. 서서히 뒤를 돌아 시선을 마주할 때는 아주 짧은 시간. 하지만, 그걸로 첫사랑이 시작되기는 충분했다. 첫사랑이 영원의 사랑이 될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시작은 중요한 것이니까.
“아, 따가워.”
열심히 축구공을 따라서 뛰던 고등학생이 넘어져서 자주 오는 곳, 담당 선생님이 계시지 않더라도 익숙하게 처치를 하고, 의자에 앉아 있다 보니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침대에 앉아 있던 인영이 저를 향하는 시선으로 변해 바라보자 그제야 눈이 마주쳤다.
“… 윤정한?”
“너…, 우리 반이지?”
“이름도 모르냐.”
“…, 아.”
“그래도 같은 반이고, 석 달이나 지났는데.”
“미안.”
“최승철이야, 나.”
“어, 알아…, 진짜야. 알았어. 네 이름은.”
승철은 그 당황한 표정이 너무 낯설어서 신기했다. 같은 반이 된 후 한 번도 본 적 없던 표정. 살짝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말을 삼키는 듯하면서 내뱉는 것도 신기했다.
사실은 승철도 이름만 알고 있었다. 2학년이 거의 끝나 갈 때쯤 전학 온 전학생. 무슨 기구한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쯤 전학 오는 애는 드무니까. 그렇게 3학년이 되었을 때 같은 반이 된 걸 기억했다. 그리고 지금은 5월, 3모를 치르고 2개월이 지났지만 한 번도 같은 시간을 보낸 적 없는 동급생. 그게 ‘윤정한’이다. 병약한 ‘윤정한’은 체육 시간에도 나오지 않았고, 수업 시간에도 없는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로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그런 취급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윤정한’이 승철은 이상했다.
“다쳤어?”
“어, 넘어졌어. 무릎이 좀 까져서 밴드 붙이러.”
“그렇구나.”
“넌 어디가 아픈 거야?”
“아, 나는….”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고, 무릎까지 올라갔던 하복 바지를 다시 내리는 승철을 보던 정한은 그 질문에 잠깐 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곧 담담하게 대답했다.
“꾀병이야.”
“…, 어?”
“땡땡이야. 사실은 안 아파.”
“에?!”
“푸…흐….”
담담하던 정한의 표정은 승철이 당황하자 곧장 웃음으로 바뀌었다. 그런 걸 예상이라도 한 듯이 한참을 웃다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승철을 보던 정한은 침대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었다.
“경기 안 끝났으면 나도 끼워줄 수 있어?”
“어, 어? 너 할 수 있어?”
“10분 정도면 그래도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너 축구 잘해?”
“제법? 잘할걸?”
운동화를 신고 끈을 고쳐 매는 정한의 손을 보다가 승철은 시계를 보았다. 15분 정도 남았으니 시간은 충분하다. 바람은 적당했고, 제가 속한 팀은 2:1로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자신이 다시 들어가면 분명히 스코어는 바뀌겠지만, 정한이 뛰고 싶어 하는 것은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들어가면 분명히 지지 않을 것이다. 숨을 몰아쉬며 제자리에서 뜀을 뛰는 정한의 나풀거리는 얇은 머리카락이 예쁘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갈까? 시간 얼마 없어.”
“끼워 주는 거야?”
“제법 잘 한다며. 오늘 뛰어 보면 알겠지.”
그날의 점심시간 축구는 볼거리 많았다. 평소 볼 수 없었던 병약한 ‘윤정한’이 운동장에서 제법 활약을 했고, 무려 최승철이 해트트릭을 기록한 날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그들이 졸업할 때까지 다시 볼 수 없는 그림이 되었다.
“안 나갈래?”
“미안.”
“너 지난번에는 잘 뛰었잖아.”
“…, 나도 하고 싶기는 한데, 무리하면 안 된다고 해서.”
“…, 알았어.”
이후에 모든 체육 활동에서 ‘윤정한’이 참가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5월의 어느 날, 잠깐 일어났던 기적 같았던 순간은 몇 명의 기억 속 장면에만 남아 존재할 뿐이었다.
밝게 빛나던 정한의 웃음과 햇빛 아래 자연스럽게 부서지듯 흩어지던 표정들은 모두 ‘그랬던 것 같다.’라는 기억의 어딘가에 묻혀 나중에는 찾기도 어려워졌다.
해트트릭을 한 승철을 향해 달려가 안기던 그 짧았던 몇 초도 두 사람만이 느낀 향기와 촉각, 그리고…, 누군가의 어지러운 기억으로만 남겨졌다. 자연스럽게 반짝거리는 햇빛 아래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것을 알리는 차임벨 소리, 아쉽다는 듯 서로의 손을 짧게 부딪치는 하이파이브. 그런 것들로 끝내기에는 아쉬운 순간.
“오늘도 못 해?”
“…, 어, 미안.”
이후에도 승철은 꼬박꼬박 정한에게 물었다. 몸이 약해서 체육 시간에 참여할 수 없다고 분명히 알고 있지만, 그날처럼 혹시라도 기적 같은 10분 정도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졸업을 할 때 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적’은 정말 단 한 번이기에 ‘기적’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지금 술잔을 기울이면서도 승철은 제법 시간이 지난 그날의 기억이 너무 뚜렷해서 입을 다셨다. 공을 향해서 집요하게 달리던 승부욕 강하던 정한은 그날 하루뿐이었다. 이후에 보여준 제 옆의 정한은 그날의 그와는 상당히 다르니까.
“무슨 생각 해?”
“…, 나 받아줄 대학은 있을까?라는 생각?”
“생각하면 뭐해. 마셔.”
“지는 안정적이다, 이거지?”
“무슨 말을, 그렇게 또.”
“박사 엄마 있는 윤정한이니까.”
“박사는 우리 엄마가 박사고, 난 너랑 똑같은 졸업 앞둔 고삐리고.”
“암튼.”
“무슨 걱정이야, 어쨌든 부모님 멀쩡히 두 분 다 계신 최승철이.”
“…….”
“잘 못 했어?”
“어. 미안.”
“그럼 마셔.”
이혼한 정한의 부모님 이야기는 오히려 승철이 조심하는 주제였다. 정한은 아무렇지 않아 했지만, 승철은 그런 정한의 속마음이 그렇지 않을거라고 지레 짐작했다.
“나 오늘 너희 집에서 자도 되냐?”
“새삼스럽게. 안 될건 뭐야.”
“오예.”
“넌 참 희한하다. 이렇게 좋은 집 놔두고. 꼭 술 마시면 우리 집에 오려고 하고.”
“여긴 너무…, 음. 암튼 좀 그래.”
“뭐가 그래?”
“콩나물 국 끓여주시는 분도 안 계시고.”
“아, 그거. 그건 그렇지.”
처음에는 술만 마시면 넓은 집 놔두고 꼭 승철의 집에 가서 자는 걸 좋아하는 정한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혼은 했지만 경제적으로 아쉽지 않게 보탬을 주는 아버지와 바쁜 어머니 때문에 거의 혼자 있다시피 하는 넓은 아파트. 아직 완벽한 성인이 되지 않은 정한이 누리는 비범한 것들이 승철은 오히려 부러웠는데, 정한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자꾸만 좁고 불편해 보이는 저의 집에 와서 자고 아침까지 얻어먹고 싶어 하는 것이 보였다.
승철의 어머니가 하는 ‘어이구, 이 눔의 시키. 또 술 처먹고 와서 콩나물 국 찾네.’ 따위에 잔소리를 들으면서 정한은 웃었다. 그 잔소리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애정을 갈구하는 것 같아서, 애달픈 마음마저 들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딱하게 생각해 봤자 정한은 절대로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가지 마?”
“뭘 또 그렇게 말해. 내가 언제 오지 말랬어.”
살짝 쳐진 예쁜 눈매를 깜박깜박거리더니 제 앞에 있는 술잔을 들고 그대로 들이키는데, 술이 모두 사라질 때 까지 또 그 나른한 눈은 저를 빤히 본다. 승철은 처음에 그런 술버릇을 알게 된 후로는 괜히 정한이 술잔을 들 때마다 눈을 피하게 되었다. 눈매는 나른하고, 한없이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 하는 듯한데 짙은 갈색 눈동자는 너무 또렷하게 저를 보고 있어서 없던 속마음도 들키는 기분이 들어버렸다.
“네가 오지 말라고 해도 갈래.”
“야, 내가 언제 오지 말랬어? 와, 그냥 와.”
“아알겠어- 또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이 몸이 가 드려야지.”
“으이그.”
취했네. 윤정한의 말꼬리가 점점 길어진다. ‘히죽’ 거리며 다시 술잔을 드는 속도가 빨라서 슬쩍 손으로 막으니 입술을 삐죽거리며 내려두고는 오른손으로 눈두덩이를 긁는다. 발그레한 볼까지 긁적거리더니, 술잔 대신 건네준 물 잔을 잡는 새끼손가락이 살그머니 올라오면서 또 ‘꼴깍’ 거리는 소리와 함께 또 저를 빤히 쳐다본다. 수능 끝난 후 제 집과 정한의 집을 오가며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있으니 이제 이쯤이면 나오는 습관 같은 것들도 꿰고 있다.
정한은 알고 있을까, 자신이 이렇게까지 사소한 모든 순간들을 기억한다는 사실을. 절대로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몰랐으면 싶었다.
“다 비웠으니까, 가자.”
“밖에 추워, 저거 챙겨.”
마시던 술병을 대충 치우고, 옷걸이에 걸려있던 점퍼를 정한의 어깨에 둘러줬더니 습관처럼 또 어깨 한쪽을 내리며 문을 나선다. 펄펄 입김이 나오는 겨울밤, 큰 공원을 사이에 두고 10여분 거리인 승철의 집까지 걸어가는 길이면 항상 흥얼거리는 정한의 콧노래.
“춥다.”
“그러니까…, 넌 매번 옷을 그 따위로 얇게 입고 나오니까.”
“아, 춥다. 철아.”
술만 마시면 승철의 팔짱을 스스럼없이 끼는 것까지도. 너무나 한결같아서 이제는 잔소리도 습관처럼 똑같다. 까만 밤, 가로등, 걸어가는 두 사람 입가에 서리는 하얀 입김과 걸어가는 동안 술기운과 함께 흩어지는 호흡. 차가운 바람이 많이 불지는 않았지만, 워낙에 추운 계절이어서 점점 더 꼭 붙어오는 얇은 몸뚱이가 신경 쓰였다.
분명 부서지는 햇살 아래로 뛰어다니던 그날의 ‘윤정한’은 이렇게까지 약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조금만 빠르게 오래 걷게 되면 하얗게 질리는 얼굴이 신경 쓰였다. 원래 있던 지병이라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자세하게 말을 해 주지도 않았다. 고작 ‘몇 달 밖에 안 된 같은 반 친구’에게 말해주기에는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내심 서운한 것도 사실이었다.
대체 왜 그런 게 서운한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정의한 대로 ‘고작 몇 달 밖에 안 된 같은 반 친구’ 일뿐인데.
“어머니! 저 왔어요!”
“아이고. 이 눔이 또 술 마셨어?!”
“헤헤 헤헤헤.”
“뭐가 좋다고 웃어, 졸업도 안 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자꾸 술 처먹고 다니기나 하고.”
“전 안 마시려고 했는데, 승철이가 먹자고~ 먹자고~해서요.”
“저 놈이 잘 못 했네.”
“내가 뭐?”
“시끄럽고, 얼른 씻고 들어가서 자. 내일 콩나물 국 끓여줄게.”
“우와! 헤헤 헤헤헤.”
발그레한 얼굴로 자신의 엄마에게 달려가 애교를 부리는 뒷모습이 영락없는 이 집의 막내아들 같았는데, 술 마신 이유를 저를 걸고넘어져서 승철은 정말 억울한 표정으로 엄마에게 항변하다가 결국 등짝만 한 대 맞았다. 정한의 집과 달리 차가운 기운이 서린 욕실에서 세수를 대충하고 나와서 정한에게는 편한 티셔츠를 던져주었더니 그 사이에 술이 더 오른 건지 비척거리며 욕실로 들어간다.
“…, 저건 왜 저렇게 술만 마시면 하얗게 질리는 거야.”
좁은 침대 위에 누워서 이마 위로 손을 올리고 있던 승철은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얼른 벽 쪽으로 몸을 돌려 누웠고, 문이 열리는 순간 눈을 감았다.
“승철아, 벌써 자?”
“…….”
“자? 진짜?”
“…….”
“자는구나. 푸우…. 나 바닥에서 자기 싫은데.”
“…….”
“네 옆에서 자도 되는 거지?”
승철의 대답을 듣지는 못 했지만, 몇 번 와 봤다고 불을 끄고 익숙하게 침대 위로 올라와 자리를 잡고 눕는 기척이 들렸다. 일부러 눈을 감고 있었던 이유가 드디어 그 결론에 도달했다. 살그머니 눈을 뜬 승철은 잠시 숨소리가 고르게 퍼지는 순간까지 그대로 있었다.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정한을 향해 돌아 눕거나, 바로 누우면 되니까. 자신이 이러는 이유는 좁은 침대 탓이라고만 생각하기로 했다.
“승철아….”
“…….”
“철아…, 진짜 자?”
오늘따라 술잔을 몇 번 더 들더니만 이쯤이면 고르게 퍼져야 하는 숨소리가 들리지 않고, 계속 저를 조용히 부르는 정한의 목소리만 등 뒤에서 들렸다. 그리고 기어이, 또.
“승철아.”
“…….”
“철아, 나….”
“…….”
“…, 추워.”
등에 닿는 간지러운 숨결. 처음에는 손끝이, 그리고 다음에는 서늘한 손바닥이 닿았다. 서늘한 손바닥은 자신의 몸에 닿는 순간 뜨거운 무언가가 되어 이상하게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어두운 눈앞에 벽은 보이지도 않는데, 등 뒤로 저를 향해 모로 누운 정한의 얼굴은 보이는 것 같았다. 이상했다. 대답하면 더 이상할 것 같아서 그냥 잠자코 있으니, 숨결이 더 가깝게, 더 가까이 닿았고 등을 슬쩍 쓸어내리던 손끝이 제 허리로 둘러졌다.
“승철아, 추워….”
중얼거리는 입술이 등을 타고 고스란히 느껴졌고, 이윽고 기다리던 고른 숨결이 되는 순간. 승철은 겨우 참았던 깊은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그리고 제 허리에 둘러진 얇은 손끝을 잡고 아주 천천히, 정한을 향해 돌아누웠다. 어둠 속에 이불을 덮고 제 앞에 있는 정한의 손은 다시 자신의 허리 위로, 그리고 자신의 손은 그런 정한의 어깨 뒤로. 그러자 자연스럽게 제 품 안으로 파고드는 정한의 얇은 머리카락 위로 살짝 입술을 묻으며, 승철은 또 한 번 자괴감에 휩싸였다.
벌써 네 번째. 처음에는 그냥 술주정이나 술버릇쯤으로 생각해서 당황스러웠는데. 이제는 이런 순간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다.
“미친놈….”
정한이 듣지 못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속삭이던 승철은 그냥 눈을 감았다. 춥다고 말하던 정한의 손 끝이 천천히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따뜻하기만 해야 한다. 거기까지만이다. 뜨거워지면 안 되는 줄 뻔히 아는데 번번이 이 얇은 머리카락 위에 입술을 묻으면 자꾸만 불쑥거리며 솟는 불온한 생각에 승철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어둠에 익숙해진 승철의 시선 끝에 정한의 감은 눈이, 그리고 소복하게 내려앉은 속눈썹이 보였다. 오늘도 정한의 감은 왼쪽 속눈썹을 하나씩 천천히 세면 어느새 잠이 들지도 모른다.
감은 눈 위로 입술을 누르고 싶은 충동이 사그라진다면, 그다음에는 날씬하게 잘 뻗은 콧대 위로, 또 그다음에는…. 그런 모든 만약의 순간을 계속 지워낸다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순간이 술기운이 올라 따뜻하게 피어오르는 온도 사이로 흘러가고 있었다.
“… 승철아.”
“…, 어.”
“철아….”
“…….”
“이상한…, 꿈이다.”
웅얼거리는 정한의 잠꼬대 같은 목소리에 대꾸를 작게 해 주었다. 그리고 오늘도 그냥 꿈일 뿐인 거라고, 술기운에 불온한 생각들이 현실 같은 꿈으로 나타날 뿐이라고. 승철은 긴 숨을 내쉬며, 잠깐 마주친 정한의 꿈속을 함께 거닐었다.
가볍게 마주하는 숨소리가, 빈틈없이 마주 얽히는 손가락이, 꿈인 듯 꿈이 아닌 현실 속의 두 사람을 반기며 길고 긴 겨울밤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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