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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cat혜진 Apr 25. 2023

오랜만이야

| 내가 만든 세상의 너에게

…, 갑자기 탁! 하고 놔 버리는 순간이 있잖아.

내면의 무언가, 아니면 외면의 어딘가에 고장이 난 것 같을 때 말이야.

일상 속에 있던 누군가가 안녕을 고하지도 못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렸던가.

아니면 잊고 있던 누군가가 더는 내가 사는 이 별에 없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말이야.

뜻 밖에도 매일 살던 시간인데,

그 누군가가 없든 있든 내 삶은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 이야기만으로도 충격을 받았었나 봐. 그 소식만으로도 난 고장이 났었겠지.


내가 만든 세상의 모든 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랐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가 만든 세상 속 너를 아주 처참하게 만들고 있더라.

현실의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쥐여주고서는, 겪어보지 못할 슬픔까지도 덮어씌워 본거야.

근데… 언젠가 뜬금없는 어느 시간에.

겪어보지 못할 것 같았던 그 감정을 진짜 느꼈을 때 말이야.

더는 내가 만든 세상을 써 내려가지 못하겠더라고.

그래서 가만히 있었어.

우울했냐고? 아니, 우울하지는 않았어.

웃고 즐기고, 일하고, 떠들고 할 건 다 했지.

다만, 내가 만든 세상의 누군가를 더 괴롭히고 싶지는 않았던 거 같아.

그리고 또 가만히, 가만히 있었어. 지금이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말이야.

지금은 곧 과거가 될 테니까. 지나간 시간이 된다면 괜찮을 것 같아서.

그렇게 시간이 제법 흘러버렸네.

다시 돌아오기는 했는데,

예전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내려가다가 너무 미안한 거야.

분명히 결말은 아주 예전에 지어뒀는데,

과정이 너무 처참해서 이제 그만 좀 하라고 내가 나 자신에게 말하고 싶을 정도로.


그래도, 괜찮다면. 어쨌든. 나 또 너를 좀 빌려서 이 세상을 살아보려고.

내 세상이 되든 너의 세상이 되든 일단은.

끄적여보고, 되돌다보고

다시 또 끄적여보며 버둥거리기라도 해 보려고.

행복하자고, 늘 다짐하는 나 자신에게 처참한 어느 순간을 들이밀면서 현실은 다르다고 말해보기도 하려고.


힘내볼게.

솔직히 힘은 나지 않아.

그래도 노력은 해 볼게.

결국은 네가 주인공이니까.

그래볼게.


재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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