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든 세상의 너에게
…, 갑자기 탁! 하고 놔 버리는 순간이 있잖아.
내면의 무언가, 아니면 외면의 어딘가에 고장이 난 것 같을 때 말이야.
일상 속에 있던 누군가가 안녕을 고하지도 못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렸던가.
아니면 잊고 있던 누군가가 더는 내가 사는 이 별에 없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말이야.
뜻 밖에도 매일 살던 시간인데,
그 누군가가 없든 있든 내 삶은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 이야기만으로도 충격을 받았었나 봐. 그 소식만으로도 난 고장이 났었겠지.
내가 만든 세상의 모든 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랐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가 만든 세상 속 너를 아주 처참하게 만들고 있더라.
현실의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쥐여주고서는, 겪어보지 못할 슬픔까지도 덮어씌워 본거야.
근데… 언젠가 뜬금없는 어느 시간에.
겪어보지 못할 것 같았던 그 감정을 진짜 느꼈을 때 말이야.
더는 내가 만든 세상을 써 내려가지 못하겠더라고.
그래서 가만히 있었어.
우울했냐고? 아니, 우울하지는 않았어.
웃고 즐기고, 일하고, 떠들고 할 건 다 했지.
다만, 내가 만든 세상의 누군가를 더 괴롭히고 싶지는 않았던 거 같아.
그리고 또 가만히, 가만히 있었어. 지금이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말이야.
지금은 곧 과거가 될 테니까. 지나간 시간이 된다면 괜찮을 것 같아서.
그렇게 시간이 제법 흘러버렸네.
다시 돌아오기는 했는데,
예전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내려가다가 너무 미안한 거야.
분명히 결말은 아주 예전에 지어뒀는데,
과정이 너무 처참해서 이제 그만 좀 하라고 내가 나 자신에게 말하고 싶을 정도로.
그래도, 괜찮다면. 어쨌든. 나 또 너를 좀 빌려서 이 세상을 살아보려고.
내 세상이 되든 너의 세상이 되든 일단은.
끄적여보고, 되돌다보고
다시 또 끄적여보며 버둥거리기라도 해 보려고.
행복하자고, 늘 다짐하는 나 자신에게 처참한 어느 순간을 들이밀면서 현실은 다르다고 말해보기도 하려고.
힘내볼게.
솔직히 힘은 나지 않아.
그래도 노력은 해 볼게.
결국은 네가 주인공이니까.
그래볼게.
재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