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얼마 전, 상담을 마치고 마음을 정리하느라 멍하니 앉아있던 날이었다.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기 화면위 익숙한 이름. 나보다 열 살도 더 많은 동료 치료사의 전화다.
"네, 쌤~"
통화가 가능하냐 묻던 그는 이내 훌쩍였다.
그의 흐느낌이 적막과 함께 서로의 전화를 이어주고 있었다. 한참을 울고 있는 그에게 나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어떤 케이스가 또 이렇게 눈물 나게 하고 무너지게 했는지..
우린 안다.
그것이 최고의 위로임을.
누군가의 아픔 앞에, 그 어떤 BGM도, 잔소리도 필요치 않다는 것을.
백색소음 속 그의 흐느낌이 내 가슴을 치고 그에게로 돌아가 일으키는 진동,
그 진동 속에 그는 다시 살아낼 것이다.
그런 믿음이 있기에, 나는 듣고 그는 그저 울고 있었다.
미처 울어내지 못한 내담자의 것을 대신 울어내고, 그러면서도 그 앞에선 가슴으로 우는 일..
때로 나는 내담자 앞에서 서슴없이 훌쩍거리기도 하는 무능력한 치료자이지만.
치료사로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결단코 낭만적이지 않다.
끝없는 절망 앞에 무너지고,
또 일어나는 법을 배우는,
그러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로,
삶으로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
그래도 어찌하리.
누군가는 해야 할 일임을.
천하의 칼잡이 이국종 교수도 월급 받았으니 한다는데, 내가 뭐라고 뭐 위대한 일 한다 으스대겠는가.
아무도 가지 않는 그 절망 속을 용기 내 걸어가는 마음 아픈 이들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기에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부디 내 가는 길, 그리고 내 동료의 길 속에, 신의 은총이 깃들길..
간절함 담아 빌어본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다던 예수의 말이, 그에게 위로로 가 닿길..
오늘 밤엔 초를 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