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기
끝없는 우울의 밑바닥을 헤매는 너에게.
지난 한 주 어땠냐는 나의 간단하고도 평이한 질문에,
이내 떨구어지는 너를 바라보는 일,
그것이 내 가슴을 또 한 번 철렁하게 한다는 걸 너는 알까.
누군가의 행복해하는 가족사진을 보곤,
나는 왜 사는 걸까라는 난해한 말을 남긴 너.
너에게 가족이란, 늘 너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존재들이라 했지.
너와 상관없이 행해진 그들이 내린 이혼이란 결정 앞에,
작은 가슴으로 그 수많은 아픔을 담아냈을 너의 영혼이
눈앞에 펼쳐져 마음으로 울었지.
그래서였을까.
그 흔한 누군가의 행복해 보이는 가족사진도 너에겐 예사로 지나갈 수 없는 것이었나 봐.
그때부터였을까.
너는 누군가에게든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너의 의견보다 늘 타인이 중요한 삶을 살아왔다했어.
나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이제 그만 너를 위해 살면 어떻겠느냐는 나의 말에,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유서까지 쓰는 네 마음은 누구에게 위로받아야 하냐는 나의 질문에,
너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그리곤, 이내 우리의 이야기가 끝날 무렵,
힘겹게 꺼내는 '해볼게요.'란 너의 대답.
그 마음이 어떤 것들을 담고 있을지 알 것 같아 또 한 번 울컥해.
타인이 짓밟는다고 너마저 널 짓밟진 말자.
너만은 어떠한 경우에도 너의 편이길 간절함 담아 나의 신께 빌어본다.
그러다 보면, 지금은 널 그토록 짓누르는 우울이란 녀석도 언젠가는 지금보다는 한결 가벼워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