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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야다 Mar 12. 2020

글을 쓰겠습니다.

소소하고 거대한 욕망에 관하여.

 내가 5살이 되었을 때 나는 엄마에게 미술학원에 보내달라고 말했다. 아마 친구들이 다니는 작은 동네 미술학원에서 친구들과 놀 생각이었을 것이다. 막상 가서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고 노란색 미술학원 가방만이 기억이 난다. 아, 그리고 미술학원 미끄럼틀에서 오줌 쌌던 것도 기억이 난다. 구체적인 기억은 없지만, 아마 선생님은 언제나 내 그림을 칭찬해줬을 것이고 그 덕에 그림 그리기에 재미를 붙였을 것이다.


 초등학생이 되어 나는 종종 친한 친구들을 그려주었는데 그걸 가까이서 본 배추머리 짝꿍이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사실을 요란스럽게 소문내 주었다. 나는 금세 그림 잘 그리는 애로 불리어졌다. 그때는 단지 나의 필살기 중 하나로 여겼지만 커갈수록 그리기를 넘어서는 필살기를 찾기 어려워졌다. 중학생이 되며 미술학원보다 입시학원으로 불려 다니는 일이 잦아졌다. 방학이 되면 다른 친구들처럼 입시학원의 종일반으로 가는 것 대신 나는 미술학원에 가고 싶었다. 그 사실을 안 소꿉친구 엄마의 도움으로 처음 입시미술학원에 가게 되었다. 예고에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는 여유롭게 그림이나 그릴 수 없었다. 방학을 보내고 나면 성적 순위는 어지럽게 뒤바뀌었고 나도 그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미대 진학을 결심하며 다시 그림을 시작했는데 입시 준비를 하며 그림 그리는 것이 너무 좋았다. 좋으니까 또 잘할 수 있었고 이름만 있는 미대에 진학했다. 학부생일 때는 영상 디자인을 전공하며 그림 그릴 일이 생각보다 없었다. 졸업 후에는 디자이너로 일하며 가끔씩 러프한 스케치 혹은 콘티를 그리며 어떤 업무보다 큰 재미를 느꼈었다. 그러다 어느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을 보고 뜨거운 질투를 느꼈다. 경쟁심이나 질투가 거의 없는 나로서는 당혹스러운 감정이었지만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작은 욕망이라 생각했지만 크게 내 삶을 흔들어 놓은 욕망.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

그림으로  먹고  살고 싶다.

그림으로 성공해서 이름을 알리고 싶다.


 그림 그리기만큼 뜨겁게 감정을 휘두르는 욕망은 아닐지라도 나에게는 다종 다양한 욕망이 있다. 15번째 죽이는 화분을 16번째는 좀 더 오래 살려낼 수 있기를 바라고, 보리차를 끓여 마시며 나에게 양질의 삶을 제공하는 것 같은 착각을 계속 주고 싶다. 소유욕을 버리고 좀 더 가벼운 삶을 살기를 바라며 동시에 무해한 인간이고 싶다. 사실 이 같은 바람들은 일상을 바쁘게 살아 낼 때는 구체적으로 느끼기 어렵다. 수면욕이나 식욕과 같은 원초적 욕망에 쉽게 새치기당하고 만다.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하고 거대한 욕망에 대해 글을 쓰며 나를 자주 예민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꾸준히 글을 쓰기를 스스로에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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