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이 제자리를 찾는다는 그 100일
아이가 생기고 (낳았다는말은 여성 분들에게 양보하자) 어쨌든 날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밤과 낮, 그리고 수면이었다. 시시콜콜한 아이가 왜 밤과 낮을 못 가리며 왜중간 중간에 계속 깨는지는 구글을 검색해보자.
생각해보면 미련할 정도로 왜그랬나 싶을 때가 있다. 사실 와이프에게 양해를 구하고 따로 잘 수도 있었는데 굳이 같이 자겠다고 했고 직장에 다니고 있음에도 언제나 아이와 호흡을 함께 했다. 산후조리를 처가에서 하느라 한 달 가량을 처가에서 보낸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의 발로도 있었고 실제로 처음엔 와이프의 배려로 밖에서 하루 이틀 잤는데 와이프가 고생하는게 뻔히 보여 도저히 혼자 재울 수 없었다.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면 100일의약속된 시간, 그딴 건 없었다. 100일이 지나면 좀 잘 수 있겠지. 라는 나의 꿈은 100일이 지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잠을 계속 자는 건 200일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다만 불행 중에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도윤이는 먹성이 좋아서 잘 먹고 나름 오래 잤다. 새벽에 2번 정도 만 깼던 걸로 기억한다. 11시 중에 한 번 깼고 3시 중에 한 번 깼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바로 딱 이 맘 때, 무더위에 애가 새벽 5시에 일어나곤 했다. 우리는 도윤이를 항상 8시 반 ~ 9시에 재우곤 했는데 새벽 5시에 우리를 깨웠다. 와이프도 나도 그땐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100일을 기다리는분들, 너무 기대하지 마시라. 나중에 쓸 내용이긴 한데 "아이는 모두 다르고 내 아이는조금 늦는다" 라는 마인드로 애를 키우면 이런 일로 크게 상심하지 않는다.
보통 남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맘 때는 따로 자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유럽식으로 아예 아이를 혼자 재운다는 사람도 보았다. 유럽식으로 한다는 사람이야 뭐 그들의 결정이니 뭐라 할 순 없지만 아빠만 따로 자고 엄마만 같이 자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말리고 싶다.
첫 번째는 이유는 나도 힘들지만 와이프는 더 힘들다는 것.
아이가 깨면 과정 자체는 단순하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밥을 먹이고 다시 재우면 된다. 다만 이걸 혼자서 하려고 잠에 덜 깬 상태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저 과정을 거치는 건 정말이지 우울증으로 직행하는 기차에 올라타는게 아닐까 싶다. 한 명은 빨리 기저귀를 갈고, 한 명이 밥을 먹이고 밥을 먹이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재우는 과정으로 나눠서 하면 깨어있는 시간은 10~20분 내외이기 때문에 혼자 하게 두기 보다는 같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이유는 육아를 마주하는 자세
나중에 다시 적겠지만 육아는 아주 멀고도 먼 마라톤과 같은 것인데 지금 잠이 무서워서 육아의 과정을 하나 둘씩 피하다 보면 점점 피하는 것이 많아진다. '슈퍼맨이 간다' 처럼 48시간은 아니어도 반나절,한나절 혼자 애를 봐야 하는 상황도 생기고 긴급한 상황도 생기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피하거나 와이프에게 미룰 수는 없지 않은가. 육아에 자신감을 가지기 위한 트레이닝 정도로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군대에 복무할 때도 가장 힘들었던 것이 불침번이었다. 원래 아침 잠이 많은 편이라 회사에 지각도 많이 했던 난데 지금 생각해보면 저 때가 참 뿌듯하고 이겨냈다는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물론 와이프에게 '난 아침에 가야되니까 너가 좀 해 ㅠㅠ' 하고 징징거린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은 아니다. 몇 번 실제로 했고 그때마다 한 소리씩 듣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래도 따로 자는 것보다는 와이프에게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하고 와이프도 그렇게 생각해주고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그때 그 과정을 이겨냈다는 나의 자기 확신은 이후에 수 많은 상황에도 육아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었다. 그때도 해냈는데 지금 이걸 못할까?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