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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06. 2024

남편 만을 위한 스페셜 파스타

버섯 가지 크림 파스타


"이제 집밥이 먹고 싶어!"라고 남편이 큰 눈을 꿈뻑이며 말했다.

막내가 캐나다로 떠난 지 5일째 되던 날이었다.

우리로 하면 고등학교 2학년 여기로 김나지움 11학년에 올라간 막내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 하나와 기내용 핸드케리어 하나 그리고 배낭을 둘러 맨체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캐나다행 비행기를 탔다.

일 년간의 일정이다.


아이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시도 때도 없이 눈물 바람인 마누라에게

밥까지 하랄수 없었던 남편은 그 며칠 대충 먹는 것을 용인했다.

시장을 가니 아이가 좋아하는 요구르트를 들었다 내려놓고 아이가 맛나게 먹던 단맛 도는 납작 복숭아도 담다 두 개 빼고 다시 꺼내 놓았다.

결국 당장 필요한 일상용품 몇 가지만 달랑 들고 시장 보기를 끝냈다.

두 사람을 위한 장은 그렇게 단출할 수가 없다.

그렇게 며칠 시장도 가지 않고 냉장고에 있던 것으로 버텼다


교환학생 가기 전에 식구들 맛난 거 해 준다며 레시피 들고 이것저것 만들어 대던

녀석의 모습이 눈에 선 해서 주방에 서 있는시간이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덩그러니 비어 있는 아이방을 보며 습관처럼 깜짝 놀라고는 한다.

그게 그렇게 이상해서 한동안 눈길을 거두지 못한다.

막내가 밤새 까치집 짓던 짧은 머리를 정리하며 부스스 일어나던 침대도 이불도

너무 그대로 여서 말이다.


병원 오전 진료 시간을 마치고 점심시간에 집에 들를 때면 언제나 열려 있던 2층 막내방 창문은 굳게 닫혀 있다. 모든 일과가 끝나고 멍뭉이 나리와 한 바퀴 산책을 하다 문득 돌아본 우리 집은 1층 거실에만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크게 생각하지 않던 소소한 것들이 똑같은 일상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때 얼마나 낯설게 느껴지는지 잠시 잊고 살았다.



분명 지난 세월 속에서...

이제는 직장인인 큰아이도 대학생인 딸내미도 각기 다른 빛깔로 스스로 성장할 시간들을 흘려보냈다.

크고 작은 물 동그라미를 그리며....

이제 두 아이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으니 일년에 몇 번 명절 손님처럼 다녀가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아 졌다.


그런데 막내는 아직 다르다.

40이 다 되어 낳은 늦둥이 막내는... 사춘기라 짜증을 부려 놓고 185나 되는 키를 줄여서 한참 아랫동네 있는 엄마 귓가에 '미안해 엄마!'를 소곤 되고는 쑥스러워하는 막내는..

무언가 고마운 일이 있는 날이면 엄마에게 얼굴을 들이 밀고는

"자 뽀뽀해!"라며  이제 뽀뽀를 허하노라 하는 것이 엄마에게 세상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막내는...

아직 그 시간 속에 서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아니 어쩌면 엄마가 아이를 그 시간 속에 홀로 둘 마음의 준비가 아직은 되어 있지 못했다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작은 시장 가방 하나를 들고 집 근처에서 조금 큰 마트로 향했다.

이젠 집 밥이 먹고 싶다는 남편에게 며칠이나 됐다고 집밥 타령이냐고 퉁박을 주고 싶은 것을 참고 "뭐가 먹고 싶은데?"라고 물었다.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 막내의 빈자리가 남편인들 느껴지지 않겠는가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 내색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편은 선심 쓴듯한 내 물음에 칭찬받은 아이처럼 웃으며 "파스타 먹을까?"라고 했다.

나는 "애들도 없는데 파스타? 그냥 밥 먹어 카레 할까? 아니면 김치볶음밥?"

이라고 했더니 남편이 작은 소리로 구시렁거렸다

못 들었다는 표정으로 내가 "뭐라고?"라며 다시 묻자

나의 처진 눈이 옆으로 쫙 올라간 것을 확인한 남편은

"음.. 네가 힘들지 않게 파스타가 간단하지 않나? 했다고!"라며 급히 말을 돌렸다.

흠.. 그러나 나는 분명 조금 전 남편이 입을 삐죽이며 낮게 속삭이던 소리를 들었다.

"막내가 파스타 먹고 싶다고 하면 잘도 해주면서!"



마트에 가서 장을 보면서도 연신 픽하고 웃음이 터졌다. 아니 반백살이 넘은 지가 언젠데..

그 나이에 아이같이 양념치킨과 바삭 치킨 섞어 담은 반반치킨처럼 부러움과 질투가 뒤섞인 듯한 남편의 투정이 어이없기도 웃기기도 해서 말이다.

그래 까짓것 오늘은 남편 만을 위한 파스타를 만들어 주지 뭐! 그게 별거라고!

마트 안을 누비며 재료를 골라 담기 위해 고민했다 남편을 위해 무슨 파스타를 할까?


그런데 남편이 좋아하는 파스타가 딱 집어 떠오르지 않는 거다.

큰아이는 알리올리오 또는 스파게티 볼로네제, 딸내미는 그노치 (뇨끼), 토르텔리니, 막내는 가족 여행에서 너무 맛나게 먹어서 집에서도 자주 하게 되었던 링귀니 누들에 새우 토마토 오렌지 소스 일명 산토리니 파스타 그리고 라쟈냐

이렇게 아이들은 각기 좋아하는 파스타들이 두 개 이상 줄줄이 나오는데 남편 것은 이거! 하는 게 없었다.

순간 미안하고 짠해지기 시작했다

남편이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어 주는 까다롭지 않은 입맛의 소유자 여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동안 입맛 다른 세 아이들에게 밀려? 본인 먹고 싶은 것을 자주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닐까?


내친김에 우리 집에만 있는 남편만을 위한 스페셜 파스타 메뉴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버섯 가지 크림 파스타

우선 우리 아이들은 버섯 팬이 아니다. 채소파인 딸내미마저도 버섯은 양송이버섯 말고는 그렇게 좋아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버섯 요리는 자주 하지 못한 것 같다 버섯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두 가지 버섯을 담는다.

새송이 버섯과 생표고버섯 그리고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채소 중에 하나인 짙은 자주색 가지를 담았다.


얇은 면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얇은 스파게티 면을 담고 (파슬리와 얇은 파의 일종인 슈니트라우흐) 두 가지 허브를 담았다.

이제 크림소스를 만들 버터 하나와 휘핑크림 두팩을 담으면 파스타 준비 끝!

기왕이면 더 맛나게 먹기 위한 비장의 옵션 칠리 파우더와 파프리카 파우더를 양념칸에서 그리고 오일칸에서 트러플 오일 하나를 담는다.

벌써부터 남편이 맛난 거 먹으며 신날 때면 한옥타브 올라간 목소리로 오버 떨며 쏟아 내는 무한 반복 옛다 칭찬! 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진짜 맛있어 레스토랑에서 먹는 거보다 훨씬 맛있어 내가 이래서 식당에 못 간다니까!"



자 그럼 보너스로다가 버섯 가지 파스타 함께 만들어 보시렵니까~!

재료준비:

2인분 스파게티 면

냄비 하나 프라이팬 하나 나무 주걱 하나

도마, 칼

생표고버섯 한주먹(마른 표고버섯을 사용하실 때는 양을 조금 줄이셔도 됩니다)

새송이버섯 한주먹

가지 1

마늘 1큰술

소금 2작은술

후추 2작은술

버터 1작은술

간장 1큰술

굴소스 2작은술

휘핑크림 400g

올리브유 2큰술

작은 파, 한주먹

파슬리 한주먹(바질로 대체 가능!)


*비장의 옵션 (옵션은 생략 가능)

파프리카 파우더 1작은술

굵은 칠리 파우더 1작은술

트러플 오일 1작은술 (올리브오일로 대체 가능!)

데코: 깻잎, 방울토마토


만드는 방법:

우선 조금 깊은 프라이팬 하나에 파를 얇게 썰어 놓고 올리브유 두르고 마늘 간 것 넣고볶습니다

일명 파기름을 내는 것이지요.

그 기름에 길쭉길쭉 썰어둔 가지를 볶다가 가지가 부들부들 투명해지면서 익어 갈 때 길게 잘라둔 두 가지 버섯을 넣고 함께 볶으며 분량의 간장과 소금, 후추, *굴소스로 간을 합니다.

* 소스에 굴소스를 넣어서 짠맛과 단맛을 모두 잡아 주기 때문에 설탕은 따로 필요 하지 않으나 단맛이 필요한 분들은 여기다 꿀 또는 물엿 1작은술 넣으시면 됩니다!


야채들이 다 익어 갈 무렵 버터 를 넣고 잘 저어준 후에 휘핑크림을 넣고

파슬리를 잘게 잘라 넣으면 됩니다.

이때 **파프리카 파우더와 칠리 파우더를 넣고 마지막 간을 봅니다. (생략 또는 굵은 고춧가루 한 꼬집으로 대체 가능!)

**우리 음식에 청양고추 넣으면 감칠맛이

달라지듯 얘네도 그런 역할을 한답니다


짜잔 요렇게 크림소스가 완성되고 나면 한쪽에 두고 냄비에 물을 올리고 면 삶을 준비를 합니다

냄비에 물이 끓는 동안 정원에서 깻잎 몇 장과 방울토마토를 따왔어요

나중에 파스타에 데코레이션 하려고요

올여름 저희 집 정원 텃밭에는 방울토마토와 깻잎이 풍작이랍니다


끓는 물에 오일 몇 방울 넣고 소금 넣고 요롷게 면을 삶아 건져 접시에 담고 그위에

소스를 얹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집에 있는 것으로 데코레이션 하고 트러플 오일 또는 올리브오일 살짝 뿌려 주면

끝!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쥬~~!

그런데 트러플오일을 넣고 소스에 잘 섞어서 파스타를 먹으니 콩국수 맛이 나지 뭡니까

저희는 정말 맛나게 먹었어요

한번 만들어 보시기를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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