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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Jan 10. 2017

#32 타리파, 환호가 넘치는 축제

Dance with me

 이번 세계여행 중 유럽에서 가장 기대를 하고, 오랜 기간 머물기로 계획했던 나라는 단연코 스페인이다. 유럽여행 다녀온 이들이 항상 너무 좋았다고 하는 나라, 스페인이 몹시 궁금했다. 게다가, 스페인은 보더들도 득실득실대는 나라이다. 그래서 유럽여행 4개월 조금 안되는 기간 중 한 달을 스페인에서만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스페인 최남단, 아프리카 모로코가 눈에 보이는 바로 그 도시, 타리파에서 열리는  Dance with me 행사에 맞춰 스페인으로 들어왔다. 행사 주최측에서 내게 심사위원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를 포기하고, 예정보다 조금 빠르게 들어간 스페인. 스페인 남부는 어떤 분위기일까? 바다와 인접해있는 도시는 항상 좋다, 는 것을 여행하며 경험으로 믿을 수 었고, 예상대로 타리파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환호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탁 트인 바다에, 커다란 연들이 가득했다. 카이트 서핑하기 좋은 곳으로도 유명한 타리파. 해안에서 아프리카 대륙이 보이는 타리파. 행사 준비로 바빠야하지만, 이 곳 해변에서 잠시 여유를 부리는 시간을 놓칠 수는 없었다. 로컬 Oh my long 팀과 타리파 지역을 돌아다녔다. 작은 도시라 그런지, 돌아다니면서 다 아는 친구들인지 인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결된 사람들이 이루어내는 분위기는 타리파에 내리쬐는 햇빛처럼 밝고 따뜻했다.




 시간이 흘러, 고트팀, 바르셀로나, 카디츠, 발렌시아, 마드리드, 그라나다 등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여행 혹은 유학하는 보더들도 찾아왔다. 네덜란드 대회 이후 약 한 달 반만에 만나는 그들이 너무나 반가웠다. 신나게 인사를 나누며 스페인 특유의 활기차면서 정신 없는 분위기가 다음날 대회가 열리는 스팟에서 이뤄졌다. 예상보다 훨씬 작은 스팟이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많은 이들의 즐기는 분위기가 재미있게 탈 수 있게 만들었다. 나 역시 마냥 웃을 수 있었다.

 

 보딩이 끝난 후, 함께 하는 저녁 겸 술자리는 달궈진 분위기를 더욱 더 달궈갔다. 원래 일찍 자는 게 체질인데, 스페인 애들은 절대 일찍 재울 분위기가 아니었고, 일찍 자면 방에 들어와 폭죽을 터트릴 애들이었다. 나름 얌전한 바르셀로나 애들이랑 놀며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다음날이 대회라 다들 밤새 괴롭히지 않아 새벽이긴 했어도 잠들 수 있었다.


 

 행사 당일 아침, 날이 너무 좋았다. 햇빛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날이었다. 오마이롱에서 잡아준 호스텔에서 차분히 준비한 뒤, 5분도 안되는 거리, 타리파 시내의 분위기를 짧게 느끼며 행사장을 향해 걸어갔다. 행사장에 도착한 난 Dance with me 가 다른 행사들과 다른 특별한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아이들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수준이 높았으며, 아이들의 수가 많았다. 그래서 다른 롱보드 행사들과 다르게 그룹을 나이별로 3개로 나누어 진행했다. 국내를 포함해, 그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롱보드를 즐기며 대회를 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롱보드가 못해도 3,40만원에서 비싸면 70만원까지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구매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리파에서 많은 아이들이 롱보드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Oh my long 과 스페인 네셔널 브랜드 Goat longboard 에서 어린 아이들 양성에 정성을 쏟기 때문이다. 난 아이들을 좋아하기에, 우리나라에 이런 환경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고 진심으로 부러웠다.



 또한, 타리파가 작은 도시이고, 광장 같은 곳에서 행사를 열어서 그런지, 동네사람들도 주변에서 몰려와 구경을 하였다. DJ를 섭외해서 음악을 크게 틀고, 모두가 함께 즐겼다. 로컬행사가 지향해야 하는 바가 아닐까? 이렇게 도시가 하나가 될 수 있다니 신기했다.

 

 이 날, 나는 신이 났다. 솔직히 난 어느 행사를 가든 신이 난다. 그 누구보다 엄청난 입보더(입으로 보드를 타는 사람, 실제로 보드를 타지는 않고, 말만 많은 사람을 말한다)가 되고 만다. 응원을 하고, 소리를 지르다보면, 목소리가 쉬는 것은 물론이고, 행사 중간중간 현기증이 나기도 한다.



 '우나 만! 우나 마스 ( 한 번 더! )' 

 '바코티! 할 수 있어! 좀만 힘내!'

 '우와, 쟤 미쳤는데? 어떻게 저렇게 하지?'

 '비엔! 무이 비엔! 좋아좋아!!'

 '여자애가 저렇게 도전하는데, 한 번 더 기회 줄 수 없어?'

 '헤이, 치코스 앤 치카스! 애들이자나, 박수 쳐주자고! 응원하자!'


 심사위원이었기에 보드를 타며 즐기는 시간은 짧을 수 밖에 없었지만, 누구보다 행사를 즐겼다. 순간순간에 몰입해 재미를 느꼈다. 내가 보드를 타지 않았음에도 너무나 즐거웠다. 이들이 내뿜는 에너지는 날 신나게 만들었다. 아니, 정신줄을 놓게했다. 미쳤다고 말해도 반박이 힘들 정도였다. 그 시간 난 스페인의 열정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그런 나를 신기해했는지, 몇몇은 대회에 참여하는 라이더들을 보는 게 아니라 응원하는 나를 구경했다. 가끔 눈이 마주치는데, 내게 엄지를 치켜올려주었다.



 '야야, 심사 보는 도영이 봐바.'

 '완전 신났는데?'

 '저런 심사위원은 또 처음보네!'


 해가 10시는 되야 지는 유럽에서 하루종일 대회가 이어졌다. 피곤해질만도 한데, 다들 열기에 취해서인지 끝까지 즐겼다. 모두 행사를 정리하고, 저녁 겸 술자리를 야외에서 가졌다. 난 스페인 친구들에게 스페인어를 조금씩 배우며 그들과 가까워졌다. 아쉬운 하루가 저물어갔다.



 아니, 착각이었다. 저물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부터 끝나지 않을 하루가 시작된 것이었다. 다음날 대회가 없기에, 이들은 마음 편히 놀기 시작한 거였다. 이들의 체력은 장사라고 표현해도 부족했다. 호스텔 내에서 폭죽을 던지고, 신발 깔창으로 볼을 때리는 등, 잠을 잘 수조차 없게 했다. 이 도시는 작아서, 도망치는 게 도망치는 게 아니었다. 지친 이들과 함께 호스텔로 간신히 도망나와 잠들 수 있었다. 얼마 잠들지 못한 내게 들리는 쾅! 소리와 함께 들이미는 카메라.

 

 정신을 못차린 채로 나는 반응했다.


 '올라 Hola ! 안녕'  (영상 중 06:27)


https://youtu.be/9jT-l105MBM


 아.. 난 스페인에 온 것이 틀림없다. 스페인의 정열 혹은 광기를 닮아가게 되려나? 그건 좀 위험한데. 난 진중한사람인데. 어쩌면, 스페인에서만큼은 스페인 사람처럼 광기를 내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것도 여행의 일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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