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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선생 Jul 10. 2017

부모의 관심, 아이의 마음

#002 [ 부제 : 아빠는 꼭 보시라 ]






"오늘 입학 테스트 몇 시부터 예약 가능한가요?"

"네 시부터 됩니다. 근데 학교가 어디죠?"

"네, OO중학교입니다."
"오늘은 오시지 말고, 내일 오세요."


 학교마다 시험 일정이 르다. 시험 끝나는 날에는 해당 학교 학생들에 대한 입학 테스트나 상담을 되도록이면 받지 않는다. 아이들 때문이다. 몇 주간 준비해서 힘들게 시험을 쳤는데, 결과와 상관없이 적어도 시험이 끝나는 당일은 쉴 권리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시험 끝나는 당일에 아이의 손목을 잡고 입학시험을 치러 오는 경우가 있다. 시험을 못 쳐서 아이도 동의했다면서.


 엄마가 먼저 말하지 않았어도 과연 왔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이들에게 시험은 종류와 중요도를 떠나서 항상 잘 치고 싶은 것이다. 학원에서 몇 문제씩이라도 매일 시험을 치는 이유에는 시험에 대한 긴장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는데 그리 쉽지는 않다. "시험"이라는 게 아이들에겐 그런 거다. 어떻게든 잘 치고 싶은 것. 시험을 망쳤다면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정말 암울할 것이다. 죽음이 뭔지 모르지만 죽고 싶은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자기보다 못하던 친구가 이번엔 잘 쳤는지 성적을 자꾸 물어봐서 짜증 난다. 학원에 가니 다른 학교 아이는 시험이 쉬웠던 탓에 전보다 잘 쳤다고 목에 힘주고 있고, 학원 선생님은 시험 분석한다고 시험지를 펼치더니 이런 걸 왜 틀렸냐고 묻는다. 학교, 학원 어디에도 위로해 주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집에서는 또 어떤가. **외고 가야 하는데 이렇게 쳐서 어떻게 하냐고 엄마가 뭐라고 하고, 한 동안 아무 관심 없던 아빠까지 갑자기 성적을 묻더니 표정이 좋지 않다. 결국 집에서도 똑같다.

 적어도 집에서는 위로를 받아야 한다. 이미 지나간 시험 성적을 들먹여봐야 도움될 것이 전혀 없다. 다음 시험에서 더 잘 치기를 정말 바란다면 이 번 시험은 빨리 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유일한 방법이 바로 엄마, 아빠의 따듯한 위로다.


"괜찮아, 열심히 했잖아."


 이 한 마디에 아이는 다음 시험을 열심히 준비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정신적 보약이다. 몸에 좋은 보약을 먹이는 건 그다음이다.




 한동안 아이 교육에는 관심이 없던 아빠가 그동안의 무관심을 만회하기 위한 기회로 시험 직후를 잡았다면 타이밍 완전 잘 못 잡은 거다. 마음먹고 물어보는 것이 고작 애 시험성적이고, 성적 듣고 속상해서 채근까지 한다면 누굴 위한 관심인가? 남자들이 원래 그렇지. 그런 관심이면 계속 무관심한 게 나을 수도 있다.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아빠의 무관심"이 핵심이라는 웃기지만 슬픈 말도 있지 않은가.


 급작스런 아빠의 관심은 아이보다 엄마를 긴장하게 만들기도 한다. 맞벌이라면 덜하겠지만, 외벌이라면 더 그렇다. 가정해보자, 아빠는 경제활동에 집중하고 아이들 교육은 집에서 살림하는 엄마한테 다 맡겼다.


 '돈은 내가 버니까 교육은 애 엄마가 맡아서 하는 게 당연하지. 난 가끔 한 번씩 성적 확인해 보면서 관심만 보이면 되는 거야.'


 아빠라기 보단 아무 상관없는 옆집 아저씨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엄마는 생각은 어떨까.


 '집에서 살림을 하니 교육은 내가 담당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 근데 그 결과는 장담 할 수 없으니 일단 남들처럼 빡세게 시켜보자.'


 이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려면 정보를 수집해야 하니 엄마들 모임도 자주 나가야 하고 아주 바쁘다. 덩달아 사교육비도 늘어난다.


 빡세게 시킨 만큼 결과도 좋으면 일단 아무 문제없다. 설령,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도 주어진 임무에 소홀하진 않았다는 증거는 충분히 남는다. 훅 들어오는 남편의 확인 펀치에


<출처: 영화 "인정사정 볼것 없다."중의 한 장면>

"나도 열심히 뒷바라지했다."


는 카운터 한방은 충분히 날릴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빡세게 학습을 시키는 것이 오히려 공부를 잘하게 될 가능성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빠의 그런 생색내기 관심이라면 차라리 신경 끄는 것이 좋다는 말이 이래서 있는 것이다.


 열심히 바깥일 하느라 바빠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여유가 없지만 아빠로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자. 시험 직후 아이를 보면 시험을 잘 봤는지 못 봤는지는 묻지 마라. 그냥 지갑에서 용돈을 좀 꺼내서 쥐어주고


"시험 치느라 고생 많았어. 친구랑 맛있는 거 사 먹어"


라고 하면서 등 좀 툭툭 두들겨 주자.


시험을 치기 전이라면


"요즘 공부하느라 다들 힘들다던데 쉬엄쉬엄 해."


라고 하면 충분하다. 공부를 열심히 하든 안 하든 상관없다.


 여기에는 불확실한(?)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는 시험과 상관없이 나를 이해해주는 아빠의 마음에 고마움을 느낄 것이고, 공부에 관심이 부족한 아이는 좀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밖으로 그런 모습이 드러나지 않아도 저 깊은 잠재의식에서는 그렇게 느낄 것이다. 그렇게 느낄 거라 진심으로 믿고 실천해보자. 왜? 아이들은 착하니까.


<돈빼빼로,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4638154>


 여기까지 읽고 '그깟 용돈 조금 쥐어준다고 애가 바뀌나?' 라 생각하는 아빠는 좀 반성하자. 용돈이 아니라 따듯한 말 한마 필요하다는 거다. 근데 용돈도 아주 중요한 매개체니 또 말만 번지르하게 하지도 말 지여다.






 이 불확실한 전략을 굳이 추천하는 이유는 소위 "정신 차리는"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 당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록 이 전략이 불확실하다고 해도, 공부와 확실하게 멀어지도록 해주는 "공부 좀 해라."라는 말보다는 훨씬 성공 가능성이 큰 전략이다. 설령, 주어진 시간 안에 정신을 못 차린다 해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빠가 자식에게 따듯한 관심을 주는 건 당연한 일. 아이의 가슴 어딘가에서는 다 느끼고 있을 것이다.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순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듯이,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순 있지만 공부를 시킬 순 없다.


 물은 목이 마르면 마시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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