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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신문 Aug 12. 2021

신이 내린 심판 코로나, 종말은 2024년 돼야

아킬레우스의 트로이 출정기를 다룬 고대 그리스 문학 『일리아스』에서는 태양과 역병의 신 아폴론이 그리스인들에게 화살비를 퍼붓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을 섬기는 신관의 딸 크리세이스를 납치해 풀어주지 않은데 대한 벌이었다.


아폴론의 화살처럼 느닷없이 찾아온 코로나19는 11일 기준 전세계에서 430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인류의 도시 개발과 환경파괴가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자연 앞에서 무분별한 태도를 보였던 인간은 자연 앞에 무력한 존재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인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질서를 고민하고 있다.


책 『신의 화살』은 스페인 독감이나 사스 등 신종바이러스와는 다르게 인류가 범지구적인 재앙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한다. 저자는 미국의 저명한 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이다. 그는 팬데믹 현상을 보고 아폴론의 보복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전염병을 퍼뜨려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는 병원체는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퍼지는 경우가 많다”며 인간의 본성이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저자는 팬데믹 사회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주목한다. 인류는 공동체에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을 때 유행의 책임을 대체로 '남 탓'으로 돌린다. 위협이 다가오면 두려움을 통제하려고 하는데 책임 소지를 물으면 무형의 전염병보다 대처하기 쉬울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염병 유행시 비난의 화살은 소수집단이나 이방인에게 집중됐다. 저자는 “아무리 전염성이 높은 병원체도 두려움의 전염성을 이기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그는 “진실은 역병의 또 다른 희생자”라며 “유행병에 대한 반응 중 가장 해롭고 자멸적인 것은 부인(denial)과 거짓말”이라고 꼬집는다.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당시 중국 정부는 의사 리원량의 입을 막았다. 당대회를 앞둔 중국 공산당의 입장에서는 지역에 심각한 질병이 발생했다는 것은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자유주의 국가인 미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진실을 전하거나 개인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글을 SNS에 올리면 병원 측으로부터 경고를 끊임없이 받는다. 코로나가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는 정보나 가짜 약에 대한 정보 또한 넘쳐나면서 악영향을 미쳤다.


전염병 유행 현상을 해결하는 건 백신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아니다. 저자는 “백신 그 이후, 신은 아직 활을 거두지 않았다”고 말한다. 백신 개발과 인류의 면역력 향상으로 신의 화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뒤엎는다. 그가 예측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종말년도는 2024년이다. 저자는 그는 “어찌 보면, 코로나19 범유행은 향후 다른 범유행뿐 아니라 그 밖의 거대한 지구적 문제에 대비할 예행연습 기회를 제시한 셈”이라며 전염병 사회가 드러내는 차별과 불평등이라는 민낯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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