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24일 오후 1시 3분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를 덮친 쓰나미가 원전 시설에 영향을 미쳤다. 그 여파로 인해 21세기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때 발생한 오염수를 보관하고 있던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처리할 방법을 찾다가 결국 바다에 흘려보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나는 여러 가지 업무로 인해 바쁜 하루였고 방류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뿐 뉴스를 챙겨보지 않았다. 그리고 업무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나서 뉴스를 틀었는데 너무 귀에 거슬리는 단어가 많이 나와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은 바로 "과학"이다. 오염수 처리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식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방류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당사자인 일본과 IAEA 그리고 한국 정부의 입장도 동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나는 우선 "과학"이라는 단어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는 오염수 방류라는 사실을 적당히 덮고 뒤에 숨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객관적으로 검증했고 삼중수소도 문제가 없으니 흘려고 괜찮다는 입장에 내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과학이 너무나 정치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엄밀하게는 과학과 객관적인 증거 및 사실에 기반한 경험이 동의어가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귀납적인 추측은 하나의 방법일 뿐 그 자체는 과학이 아니다.
내가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접했던 토마스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이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경험적인 사실로 추론하는 귀납적 방식은 어느 정도 선에서 작동할 수 있다.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어느 날 검지 않은 까마귀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추론에 기대된 과학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그래서 과학은 이런 귀납법 대신 연역적 방법으로 이론을 발전시켰다. 하나의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뒷받침하는 이론, 실험적 증거를 마련하는 방법이다. 이 추론방식의 핵심은 "틀릴 수 있다"는 전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틀릴 수 있기 때문에 후속 연구들이 이를 발전시켜 더 나은 이론을 만든다. 유명한 과학자들이나 학자들은 자신이 공부한 분야 외에는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본인 연구하는 분야도 완전하지 않은데 깊이 공부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상대성이론, 양자역학과 같은 이론은 수많은 사람들의 검증을 통해 그 가설이 매우 확고해진 것이다. 이런 것을 쿤은 정상과학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런 정상과학의 틀 안에서 연구하고 발전하는데 기여한다.
그러나 확고한 이론도 언젠가는 깨질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미시세계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양자역학이 이를 설명했다.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또 다른 흐름에 의해 교체된다. 이것이 우리가 숱하게 미디어에서 접했던 "패러다임 시프트"이다. 공고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완전한 것이 아니며 언젠가 새로운 것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그 흐름이 몇백 년 만에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과학이 불변의 진리처럼 인식하기도 한다.
하물며 많은 사람들에 의해 다듬어지고 공고해지자만 교체될 수 있는 것이 과학적인 사고방식인데 몇몇 사람과 국가의 주도아래 수행되는 일을 가지고 과학적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냥 과학이라는 권위에 숨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뿐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의 의견, 이해관계, 객관적 검증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다.
나는 과학자도 아니고 연역적인 방식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일 뿐인데 정말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서는 자괴감이 생길만한 상황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은 과학이라는 도구를 발전시켜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기반이 많은 사람들의 연구와 합의를 통해 공유하고 협력하여 발전 한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라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과학을 들먹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객관적 데이터 혹은 경험이라고 이야기하고 그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길 바란다.
만약 잘못되면 과학 탓을 할 것 인가? 이것은 과학을 인질로 잡은 정치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