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글
내가 이대로 죽는다면
사람들은 며칠 내로 나를 찾아줄까.
혹여 천년만년 나를 찾지 못해도
언젠가 이 글을 본다면
내 흔적만은 알아주었으면.
아버지는 말했다.
나를 포기한 지 오래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나는 너를 모른다고.
형제도 친구도 없는 나는
스스로의 벗이 되기로 한다.
누구보다 나를 깊이 들여다보고,
파헤치고, 벗겨내고, 태운다.
이내 뼈만 남았다.
남은 뼈로 써 내려간 글은
내 유골을 담는 함이 된다.
특별한 게 없다.
한 줌의 시시콜콜함이 나를 이루는 전부였다.
약간의 비범함이라면 신을 숭배했다는 것.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고,
돈이 사랑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나는 글을 쓴다.
육신은 그저 껍질일 뿐이니,
글자에 더 집중하기로 한다.
신인류의 시대에서 나는 살아남지 못했다.
아무리 세상이 발전해도 인간은
여전히 고독하고 아프다는 생각을 한다.
그 무엇도 공허를 대신할 수 없다.
허기진 마음은 이렇게 기록으로 남았다.
작가 mimi <뼈,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