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에게 배운 두려움을 이겨내는 힘
올해초 2월에 그룹 심리상담을 받았다. '어느 날 갑자기 길을 잃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각각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당시 나는 인턴십을 마칠 무렵 번아웃을 겪고 난 후 조금씩 회복하던 때였다. 가까스로 동굴을 탈출하고 재도약을 위한 동력을 얻고자 상담에 참여했다. 상담 마지막은 '내 삶을 비추는 가치관 카드 뽑기'였다. 주어진 60장의 가치관 카드를 추리고 추려보니 마지막까지 카드 5장이 살아남았다. 그중 하나는 '용기'였다.
추리고 추릴 때마다 '용기' 카드가 당당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용기를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던 내 모습 때문이었다. 24살, 남들보다 돌아서 온 대학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물어보고, 들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마음 한편엔 부러움이 자리했다. 너무나 멋진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끼는 짜릿한 행복의 이면엔 질투에서 오는 열등감이 자랐다. 세상에 어찌나 사기 캐릭터가 많던지. 능력치가 너무 차이 나서 이미 다른 차원의 사람이라고 느꼈다. '나는 뭘 잘하지? 나도 잘하는 게 있나?'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곤 했다. 한숨과 함께 버스 창밖을 바라보며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이 가진 재능을 부러워하다 못해 질투했다.
3년 반이 지나 27살이 된 나는 어니언스와 닷페이스라는 두 개의 미디어 스타트업을 거쳤다. 그리고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하며, 1년 전 저장한 짧은 트윗 하나를 다시 한번 읽어본다.
"예전엔 뭔가를 이루려면 탁월한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 두려움을 이겨내지 않고는 꾸준한 노력이라는 걸 할 수 없어. 끈기 있게 계속하는 사람들은 다 자기 안의 두려움에 줄곧 맞서고 있을 듯."
이 문장을 만난 뒤부터 나는 용기를 '두려움을 이겨내는 힘'으로 정의한다. 그제야 알게 됐다. 내가 부러워하고 질투하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건 어쩌면 재능이 아니라 용기가 아닐까 하고. 그들도 나와 같은 인생 1회 차로서, 매번 새로운 시간을 마주하며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용기와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 보니 내게 용기를 보여주고 가르쳐준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들이 있었기에 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남들은 쉬쉬하면서 피하는 이야기를, 어려움이 닥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말해줬던 사람들.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소리치기 위해 미디어 스타트업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동료들에게 용기를 포함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난 정말 사람 복이 많았고 이를 통해서 성장했다.
나는 현재 유튜브와 페이스북 채널 ‘이십세들’을 운영하는 곳의 일원으로 피디가 된 지 약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다. 학생에서 다시 플레이어로 돌아가니 기쁨도 잠시, 역시나 어렵다. 태생이 쫄보답게 스스로의 부족함을 만날 때면 다시금 작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내게 가르쳐 준 '용기'를 가지고 두려움을 이겨내 일어나 보려고 한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치열한 기획과 촬영, 편집을 통해 또 한 번 성장을 기대하며 이루려고 한다. 이전엔 미숙하고 밀어붙일 줄만 알아서 번아웃도 겪었지만, 이번엔 완급조절도 하면서 나에겐 조금 더 친절하게 보내고 싶다.
또 한 번 길 위에서 성장하는 저를 지켜봐 주세요.
* 이 글은 성공회대학보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