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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BUS Nov 16. 2020

30대 싱글녀로 살면 향상되는 능력들

30대에도 모태솔로이면

마법을 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던가요.

마법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30대에 싱글녀로 지내다 보면

향상되는 능력들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능력 향상 면에서는 

홀로 지내는 것도 괜찮다 할 수 있겠습니다.


싸움 거는 아저씨에 대한 대처능력 향상

어린 시절에는 운전 중에

시비가 붙으면 일단 쫄기 바빴습니다.

아저씨들이 시퍼런 눈을 부릅뜨시고

쏘아붙이시면, 내가 잘못한 게 아님에도

그저 사과하느라 바빴습니다.

싱글녀라 혼자이다 보니

대신 싸워 줄 남자친구도 곁에

없었고 말이죠.


그런데 이제는 그런 부조리한 시비에

굴하지 않습니다. 30대가 되고서까지

억울한 사과를 하자니 어느 순간

부아가 치밀어 오르더라고요.

사과를 해도 오히려 더 기고만장해져서

닦달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어느 순간 똑같이 눈을 부릅뜨고

"아저씨가 잘못한 거잖아요!"

라고 소리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웃긴 건 그러면 그 아저씨는 황당해하면서

그냥 자기 갈 길을 가요. 자기가 잘못한 거라

따지면 사실 할 말이 없거든요.


기 쎈 아주머니들에 대한 대처 능력 향상

30대 싱글녀로 살면서

기 쎈 아주머니들에게 대처하는

능력도 향상되었습니다.


또한 아주머니들은 아저씨들과는 다르게

때에 따라선 동정에 호소하시기 때문에

다른 대처법이 필요하죠.


"우리 집 얘가 집에 혼자 있는 게

걱정돼서... 혼자 사는 아가씨가

내 사정 좀 봐줘."


어린 시절엔 항상 양보해드리고

'내가 좀 늦고 말지' 했지만 

그때는 너무 순진했었죠.  사실 이런 부탁을

하시는 대부분의 아주머니들은 특별히

급한 일이 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30대 싱글녀로서

혼자 오랜 시간을 지내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진짜 급한 일이 있는

사람을 분간하는 능력 정도는 생겼습니다.


딱 봐도 그저 자기 혼자 편하고자

부탁하는 아주머니들의 요청엔

"저도 급한 일이 있어서요"

라고 짤막하게 대답해드릴 뿐입니다.


이분들과 말을 길게 하다가는

어느샌가 말려들어 결국 꼭 내가 손해 보는

상황이 돼버리더라고요.


사실 아주머니나 아저씨들을 상대하는

요령이 좋아진 것은 때론 씁쓸하기도 합니다.

서로 좋게 좋게 넘어갈 수 있는 일임에도

나 역시 약간의 손해라도 보는 것은

기피하는 그들 무리의 일원이 된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죠.


자기 치유 능력 향상

아프다고 누가 곁에서 돌봐주는 사람 없습니다.

진짜 죽을 것 같이 아파서 병원 갈 힘도 없으면

혼자서 긴급 구조 번호로 호출이라도 해야 합니다.


초기 대응 능력이 향상돼서

이 정도면 병원을 가야 할지,

아니면 안 가도 별다른 고생 없이

자연 치유될지 어느 정도 구분이 됩니다.


아플 때, 내가 대체 왜 아픈지

알아보기 위해 여기저기 검색하다 보니

어느 정도 의학지식도 늘었습니다.

물론 얕은 지식에 기대다가 큰 코 다칠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긴 합니다.


또한 남들이 아프다고 할 때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리 엄살일까'

하고 가볍게 여겨버리는 경향이

생긴 듯합니다.


세상사에 무덤덤해지는 능력 향상


20대 시절엔 발렌타인 데이나

크리스마스 등의 특별한 날에

곁에 연인이 없다면 울적해지곤 했습니다.

아니 그 당일뿐 아니라, 일주일 전부터

우울해졌었죠.


하지만 30대 싱글녀인 지금,

그런 것들에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이 여기저기

할인 중이어서 기쁜 마음이 들 뿐입니다.


30대 싱글녀로 살아오면서

'나'라는 사람 자체는 강해진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썩 기분이 유쾌하지만은 않은 것은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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