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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써니 Feb 21. 2021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

영화, 소설 작은아씨들(스포 있음) 1

 영화 작은 아씨들이 작년 이맘 때쯤 개봉했을 때 나는 극장에서 보고 싶었다. 시대극을 좋아하기도 하고 동화 작은 아씨들을 좋아하기도 했으며 여성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작은 아씨들 1부와 2부를 다 다루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책으로 2부를 읽은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책을 먼저 봐야 할 것 같아서 안봤다. (2부의 줄거리는 대략 알고 있긴 했다) 차일피일 2부 구하는 것을 미루다가 얼마 전 구입했고 읽기 시작했다. 개성적인 인물들과 재미있는 스토리로 금방 다 읽었다. 그리고 드디어 영화를 보았다. (다행히 넷플릭스에 있었다.)

 일단 책과의 차이점은 책을 읽을 때는 순차적으로 1부와 2부가 시간 순으로 전개되나 영화는 1부와 2부를 교차하며 진행된다는 점이다. 1부는 우리가 잘 아는 작은 아씨들 이야기이다. 네 자매가 즐거운 10대를 보내는 밝고 활달한 분위기가 전개된다. 2부는 시간이 흘러 자매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가 전개된다.(7년 후로 나오는 것 같다.) 어른이 되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여러가지 시련과 고통, 사랑으로 인한 갈등이 등장한다. 영화에서 현재의 시점에서 주인공인 조(시얼샤 로넌)는 걱정 없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과거 장면은 밝은 톤으로, 현재 장면은 다소 어두운 톤으로 진행된다.


 다들 잘 알겠지만 자매들을 소개하자면 

메그 - 첫째딸이다. 무려 엠마 왓슨이 메그 역할을 하는데 캐스팅이 너무 딱인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찰떡이다. 1부에서 메그는 16살의 갈색머리에 아주 예쁘면서도 착한 소녀로 등장한다. 우리 나라 나이로는 17~18세 정도일 것이다. 150년 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요즘의 20대 중후반 정도일까? 결혼 전 한참 즐거운 나이. 메그는 가난한 자신의 처지를 힘들어 하면서도 가난하지만 화목한 자신의 가족을 사랑한다. 친하게 지내는 부잣집 딸들을 내심 부러워하고 파티 같은 곳에서는 그들처럼 되고 싶어 하는 다소 허영심이 있는 인물.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은 조처럼 보이나 1부에서는 조 못지 않게 메그가 상당히 많이 주목받는다. 부잣집 아들 네드와 로리의 가난한 가정 교사 존의 연모를 받지만 의외로 존을 선택한다.(네드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인물) 2부에서 메그는 가난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하고 육아가 버거워 울기도 하지만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소박한 결혼 생활에 만족한다.


조 - 책을 읽을 때도 마치 글자 사이를 뚫고 나올 정도로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인물. 작가가 자신을 투사한 인물로 사실상의 주인공. 길고 풍성한 갈색 머리카락이 유일한 아름다움이고 남자들이 촌스럽다고 소근거리는 장면이 나오는 소설 속 묘사와는 달리 영화에서는 그런 묘사와는 다소 이질적인 시얼샤 로넌이 조로 나온다.(너무 예쁘셔서)

 아버지를 따라 전쟁터에서 싸우고 싶은데 할머니처럼 집에서 뜨개질이나 하고 있다고 불평하고 동생들에게는 오빠 같은 언니라는 말을 듣는다. 엄마가 전쟁터의 아버지에게 가야 하는데 돈이 모자라자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 정도로 가족을 사랑한다. 연애나 결혼에 대해 시니컬하게 생각하고 머릿속에는 대부분 자신이 만들어낸 소설 속 인물들이 차지하고 있다. 소설가로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어 가난한 가족들을 호강시켜 주는 게 꿈. 결혼 안 하고 혼자 살고 싶어하는 원조 비혼러(?)

"난 아마 어느 누구하고도 결혼하지 않을 거야. 이대로가 행복해. 자유롭게 사는 게 너무 좋아서 세상 어떤 남자를 위해서도 이 자유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베스 - 피아노를 좋아하는 조용하고 착한 성격의 소녀. 많이 내성적이라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주로 피아노를 치거나 가족들을 위해 집안일을 한다.

에이미 -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금발에 파란눈의 예쁜 소녀. 디자인과 패션 센스가 뛰어나다. 기질이 강한 면이 있고 고집이 세서 역시 그러한 조와 자주 부딪치고 다툰다. 조와 다른 점은 사교적이고 영리하게 처신해서 어딜 가나 인기가 많은 편이라는 것. 1부에서는 12살의 철부지 어린 소녀였으나 2부에서는 아름다운 아가씨로 자라 2부에서 독자들의 주목을 받는 인물. 자신이 화가로서의 천재적 재능이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사교계의 별이 되어 부잣집 아들과 결혼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첫째 언니는 가난한 남자와 결혼했고, 둘째 언니는 글렀다며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부잣집 아들 프랭크가 청혼하는데도 승낙하지 않는다. 자꾸 옆에서 신경쓰이게 하는 이웃 오빠 로리 때문이다.

"재능과 천재성은 달라. 위대한 예술가가 되지 못할 바엔 안 하는 게 낫지. 흔해빠진 화가는 되기 싫어. 다른 재능을 갈고 닦아야지. 그리고 기회를 잡아 사교계의 별이 될 거야."


1. 어른이 된다는 것


 영화를 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많은 경우 어린 시절에는 걱정 거리도 별로 없고 인생이 즐겁고 미래는 장밋빛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목을 길게 빼고 미래를 바라보며 빨리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소설에서는 자매들이 "나는 어른이 되면 이런 것을 할 거야" 라며 저마다 자신의 꿈과 희망을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많은 10대들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면 삶은 생각과는 다른 모습인 경우가 많다. 어른의 어깨는 무겁다. 삶의 무게가 어깨에 얹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의 무게는 언제나 우리 생각보다 무겁다.

 1부에서 베스는 성홍열에 걸려서 목숨이 위독할 정도로 앓는다. 가족들은 온 힘을 다해 베스를 간호하고 그녀를 위해 기도한다. 특히 베스에게 극진하고 베스와 아주 친한 조는 그녀의 침대 옆에서 거의 밤을 세운다. 간절한 기도가 응답되었는지 베스는 고비를 넘기고 회복된다. 1부의 마지막 부분은 전쟁터에서 무사히 돌아온 아버지와 회복된 베스까지 온 가족이 모여서 즐거워하는 상황으로 끝난다. 거기다 메그와 옆 집 가정 교사 존의 로맨스가 밝혀지면서 행복은 더해진다. 한국의 많은 독자들이 1부가 작은 아씨들의 끝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나도 한동안 그랬다.) 어쩌면 우리가 간직하고 싶은 결말도 이런 해피엔딩인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피엔딩을 원한다. 자신의 인생 역시 그러기를 바란다. 그러나 인생은 해피엔딩만을 선사하지 않는다.

 

 2부에서 가장 큰 사건이자 소설(영화)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부분은 베스의 죽음이다. 놀랍게도 그 베스가 죽은 것이다. 조는 1부에서와 마찬가지로 극진히 간호하고 열심히 신께 매달리며 기도한다. 내가 너를 그냥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신마저도 자신을 꺾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가족의 간절한 바람과는 반대로 베스의 얼굴에는 나날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결국 베스는 가족의 품에서 조용하게 죽음을 맞는다. 가족은 베스를 신이 데려가셨음을 인정하며 베스를 위하여 기도한다. 4자매의 아버지가 언제나 '나의 작은 평화' 라고 불렀던, 조용하고 선량하고 가족이 세상의 전부였던, 피아노를 잘 치던 베스는 이제 영원히 가족을 떠나버린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나 함께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어른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불교의 8고(8가지 고통) 중 하나에 애별리고(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고통)가 있다고 하는데 이처럼 이별은 피할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별로 인한 고통과 성숙은 조를 어른이 되게 만들었다.

 이밖에도 어린 시절을 벗어나며 찾아온 혼란스러운 연애 감정은 그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4명의 자매와 즐겁게 어울리며 자란 이웃의 부잣집 소년 로리(티모시 샬라메)는 그 혼란의 중심에 있다. 많은 독자들이 눈치챘듯 로리는 어릴 때부터 내심 조를 좋아했던 것 같다. 첫사랑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거침없고 당돌하고 전혀 여성스럽지 않아 당시의 이상적 여성상과 아주 거리가 먼 조지만 로리는 그녀의 있는 모습 그대로가 좋았다. 소설에서는 로리의 마음을 눈치챈 할아버지 로렌스도 어느 정도 조를 손주며느리 감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걸로 나온다. 로리는 처음 볼 때부터 사랑했다고 고백하나 조는 로리의 마음을 전혀 받아주지 않는다. 조는 로리를 친구로만 생각할 뿐 연애 감정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는 둘 다 성질이 급하고 고집이 세서 잘 맞지 않는다고 하고,(그런 조에게 로리는 자기가 성자가 되겠다고 말한다 ㅜㅜ) 자신은 지금이 좋고 어느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후의 전개는 놀랍다. 조와 로리가 연극에 안 데려가 준다고 울고 떼쓰던 어린 에이미는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다. 그리고 로리는 놀랍게도 에이미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가족을 떠나 유럽 여행 중에 서로에게 의지하며 친해진 상황이긴 하지만 좀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전개이긴 하다. 에이미는 어릴 때부터 로리를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로리의 에이미를 향한 사랑에는 그녀가 마치 가(4자매의 가문)의 여성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로리는 부유한 가문 아들이지만 부모, 형제도 없이 할아버지와 단 둘이서 외롭게 살아왔다. 그런 그에게 언제나 시끌벅적하고 재미있는 이웃의 4자매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마침내 그들과 친구가 되어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었을 때 그의 기쁨은 아주 컸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인 조와의 사랑이 좌절되었을 때 마침 그의 앞에 과거에는 꼬마였으나 이제는 몰라보게 아름다워진 에이미가 나타난다. 누군가 '로리가 진정 사랑한 사람은 누구일까?' 라는 영화평을 남겼는데 많이 공감이 되었다. 약간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결혼에 적합한 대상을 선택한 느낌.

영화에서는 조가 로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뒤늦게 깨닫고 그에게 사랑을 받아주겠다는 편지까지 쓴 상태에서 에이미와의 관계를 알고 포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둘의 사랑을 알게 된 엄마와 조의 대화에서 조는 '테디(로리)가 다시 제 마음을 두드렸으면 그의 마음을 받아줬을지도 몰라요. 그를 전보다 더 사랑하게 됐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기 때문이죠.' 라고 쿨하게 말하는 정도로만 보여진다.

 그러나 영화에는 안 나오고 소설에만 나오는 장면이 있다. 베스가 살아있을 때 그녀가 로리를 사랑한다고 조가 오해하는 장면이다. 로리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조는(이 때는 고백 전) 안 그래도 약한 베스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봐 잠깐 집을 떠나 뉴욕에 가정교사로 간다. 나중에 이 부분은 조의 오해였음이 밝혀진다. 이 부분을 생각하면 과연 조가 로리에게 아무런 마음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로리를 다분히 의식하고 있고 그가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만큼 매력적이라 생각한 것이다. 조는 로리를 정말 남사친으로만 봤다고 할 수 있을까?

 
너무 길어져서 나머지는 다음 기회에...^^



#작은아씨들 #영화작은아씨들 #소설작은아씨들 #엠마왓슨 #시얼샤로넌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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