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 전시를 만들 때의 마음은
새 스케치북을 펼치고
좋아하는 색의 크레용을 들고
어떻게 그려나갈까 고민하는 아이의 마음과 같다.
#2
하나의 생각을 가지고
하나하나 가지를 펼치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멋지게 이어나가는-
그런 멋진 모습이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시간에 맞춰
어떻게든 해내는(?)
위기-절정-해결-위기-절정-해결의 무한 반복이다.
되게 멋없고
임기응변으로 시간을 메꾸어 가는
그런 노동(?)의 시간인 경우가 많다.
아니 대부분이 그렇다.
#3
가장 좋은 순간은
우연한 순간에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 아이디어가 한 번에 쭉- 이어져 나오는 순간.
문제는 그런 순간이 자주 오는 게 아니란 말이지.
#4
이번 전시 역시
위기의 순간(!)에
아이디어가 쭉- 이어져 나와
뚝딱뚝딱 만들어진 그런 결과물이다.
#5
재미있는 점은, 그 결과물이,
내 머릿속을 훔쳐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어쩔 수가 없이 이번 전시는 그간의 전시가
그대로 투영되는 모습이니
그간의 생각과
그동안의 마음이 담겨 있을 수밖에.
물론- 그중 대부분은 나만 알아차리는 점들 이겠지만.
#6
전시가 시작되고 며칠이 흘렀다.
마음속이 헛헛하다.
무얼로 채워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