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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의 조건

_기부 & Take?

by somehow Sep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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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寄附):명사/자선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하여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음.]


기부라는 단어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본다.


기부에 관한 기사를 찾아본다...

자신의 안위를 돌보는 데는 관심없이 알뜰하게 평생 모은 수백, 수천, 수억원의 전재산을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아무런 대가없이 내놓는 선한 주인공들을 확인할 수 있다.

금액의 많고 적음에는 상관이 없다. 모두들 하루하루 살기도 바쁘고, 한푼이 늘 아쉬운 일상 속에서 가진 것을 모두, 사심없이 탈탈 털어, 나와 상관없는 이들을 위해, 내놓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가 필요할 뿐이다.


진심. 

그것은 꾸며낼 수도 연기할 수도 조작할 수도 없다.


사회적기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사회환원에는 취약계층이나 장애인 채용 등을 통한 일자리창출이나 기부행위들이 있다. 사회적기업이라는 그럴 듯한 허울을 더욱 멋지게 포장하는 사회환원 활동자체가 기업의 좋은 마케팅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더팩토리_D 역시 지역의 장애인시설에 아르바이트식의 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맨처음 입사했을 때, 나는 더팩토리_D의 창고에는 누가 했는지 모르는 제품 포장용 박스의 뚜껑이 접혀서 완성된 상태로 수십묶음씩 쌓여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생산제품중 하나인 ***초콜릿을 담는데 필요한 포장용기인데, 제조업체에 주문을 넣으면 사진에서 보듯 뚜껑이나 받침용으로 만들어질 박스 원단이 펼쳐진 상태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 그것의 여백을 안쪽으로 접어넣어 뚜껑이나 받침형태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받침부분은 제품이 생산되고나서 상자에 넣기 직전에 유통기한을 날인해야 하므로 미리 완성해둘 수 없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바로는, 저 뚜껑으로 완성된 펼침상태의 박스원단 묶음을 어느 장애인시설 혹은 학교에 보내어 사진처럼 완성하는 일을 맡기곤 한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다수의 장애인들이 박스 원단에 압인된 모양대로 여백을 접어 넣는 과정을 무한 반복함으로써 수십묶음씩의 포장상자의 뚜껑을 완성하고 켜켜이 쌓아 돌려보내곤 한다.

그렇게, 장애인들의 노동력을 대가없이 활용하는 것도 사회환원인지, 그게 맞는지도 사실은 의문이었다.


바로 이런 타입의 상자_자료:인터넷검색


또다른 사회환원 방법으로는 제품을 기부하는 것이다.

조건없는 기부를 함으로써 더팩토리_D의 제품을 홍보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구매력이 올라가면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기부 또한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 일거양득의 사회환원방법인가. 더팩토리_D 또한 이런 제품 기부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거의 매월 빠지지 않고 어딘가로 더팩토리_D에서 생산판매되는 제품들을 돈 한푼 받지 않고 열심히 기부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더팩토리_D의 사장 G만의 남다른 기부원칙이 있었다.


남다른 기부원칙이란 무엇일까?

바로, 유통기한이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로만 골라서 기부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로 지금도 궁금하다. 제품 기부란 원래 그렇게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들만 골라서 하는게 맞는지?

다른 식품업체들도 당연히 그렇게 하는지? 물론, 하루하루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제과점들의 경우, 하루이틀만에 모든 제품을 판매하지 못할 경우, 그것들을 폐기하기보다 정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푸드뱅크 등을 통해 기부하는 것은 보았다. 그들의 경우는그래서 좀 다르게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하루이틀 전에 만들어져 신선도 면에서는 아직 비교적 안전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기부가능 유통기한이 너무나 궁금해서 인터넷을 통해 전국푸드뱅크에 제시한 식품류의 유통기한을 확인해보았다. 적어도 30일 이전이다.


기부가능 유통기한 확인_전국푸드뱅크:인터넷검색


 공장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유통기한은 1년이다. 더팩토리_D에서 생산해내는 제품들도 최초 생산일자로부터 1년 째되는 날이 유통기한으로 표기된다. 그러니까 2021년 9월18일에 생산했다면 그 제품의 유통기한은 2022년 9월17일이 되는 것이다.

코로나, 그 이전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창궐하던 시점부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더팩토리_D에는 당연스럽게도 재고가 점점 쌓여갔다. 그렇다고 해서 제품 생산을 멈출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하는 식품을 만들다 보니, 제품에 이용되는 특산물을 한햇동안 생산에 필요한 물량을 매년 초 한번씩 일괄적으로 대량수매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원물'이라고 하는데, 원물의 유통기한 또한 1년이다 보니 1년 안에는 원물을 소진해야만 했던 것이다. 아니면 그 원물도 1년후에는 폐기되어야 했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원물의 유통기한과 달리 원물을 사용하여 생산되는 식품의 유통기한은 바로 그 제품의 생산날짜로부터 다시 1년으로 늘어나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원물의 유통기한까지 최대한 버티며 찔끔찔끔 제품을 생산해 내고도 제대로 판매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아니 대체로 당연했다. 그러다보니 거의 매달 유통기한이 임박해지는 제품들 또한 쌓여갔다. 그럴 때면 경리가 유통기한을 체크하여 기한이 현재로부터 가장 짧게 남은 재고들부터 기부목록에 올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당장 다음주가 유통기한 만료시점인 제품들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었고 2~3주 내지 한달 전부터 기부목록을 짜고 기부처를 발굴하곤 했다.


기부처는 당연하게도(?) 대부분 지역내 장애인 시설들이었다. 혹은 무슨 복지관들이 포함되기도 했으나 대체로 그랬다. 기부할 때가 다가오면 경리는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제품을 기부하려는데 받을 의사가 있는지 묻곤했다. 뜻밖에도 제품을 그냥 주겠다는데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곳이 많다.

이유가 뭘까. 유통기한때문이었다.

어느 날인가, 경리가 늘 보내던 장애인 복지관에 기부의사를 묻는 전화를 했다.

담당자가 당연하게 물었다.

-유통기한이 얼마나 되나요?

경리가 부끄럽게 대답했다.

-일주일...이요...

-어휴, 너무하시네요. 겨우 일주일 남은 걸 보내신다고요? 좀 힘들겠어요...

결국 그 제품은 당연히 그대로 폐기되었다.

보통 기부는 적어도 한달이상 유통기한이 남은 제품들 위주로 내보낸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원물의 유통기한이 1년이고 그것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바로 그날로부터 다시 1년의 유통기한이 시작되니까 최악의 경우에는 동일한 제품이라도 실제 유통은 무려 2년 가까이 되기도 하는 것이 핵심이다. 모두 알다시피 어떤 식품이든 생산된 즉시,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신선하며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 수록 신선도는 빠르게 떨어질 뿐이다. 더구나 지역의 특산농산물과 초콜릿이라는 조합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산패의 우려가 커지게 마련이다.

기부를 한두 번 받아본 것도 아닐테고 하니 기부받는 입장에서도, 늘 그렇게 거의 버려질 제품들만 마지못해 받게 된다면 결코 흔쾌할 리가 없었다. 더구나 그들도 마냥 공짜가 아니라, 실제금액에 상응하는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가 말이다.


우리 상식에 기부란, 좋은 마음으로 내게 소중한 것을 남들과 나누는 것이 아닐까. 물론 아깝지만 나에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을 나누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다만,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버려야 할 것은 아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더팩토리_D에서 기부물품이 나가기 위해서는 유통기한이 코앞으로 닥쳐서 더이상 돈을 받고 팔아먹을 수 없는 제품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사실, 그 유통기한 임박제품을 직원들도 때로는 나눠 먹어보기도 했다. 뭐 별로 몸에 이상증후를 느낀 적은 없었다. 사실,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아쉽게도 딱 하루 지난 것을 먹었다고 해서 큰 탈이 나는 경우는 거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아닌 제3자에게, 그것도 사회환원이라는 거창하고 선한 의미를 띠는 기부행위를 하면서 그토록 비열한 술수를 써서는 안 되는것 아닌가!

이런 원칙따위, 사회환원의 진정한 의미따위는 정말로 모르는 것처럼, 사장은 언제나 아깝다며, 아깝고 먹어도 죽지 않는데 왜 버리느냐며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기부라도 하라고 닥달했다. 어쩌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 완제품실 구석에서 발견되기라도하면 사장의 노여움은 대단했다! 물론 판매도 안 되는데, 할일 없다며 빈둥거리면서 유통기한 체크라도 부지런히 하지 못한 직원들의 탓이겠지만, 그 노여움의 진의는 바로, 유통기한을 넘기면 기부조차 할 수 없어지는데 대한 안타까움 때문임을 우리 모두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증스럽게도 그녀는 제 자식같은 제품이  버려져야 하겠느냐며, 미리미리 기부라도 하면 얼마나 좋겠느냐,하는 따위의 교활한 언술로 위선을 떨었다.


심지어는 이런 적도 있었다. 어느 날이던가, 앞서 얘기했던 포장용 박스 뚜껑부분을 완성해서 보내오는 장애인시설의 담당자가 더팩토리_D에 그것들을 싣고 온 날이었다. 그날 사무실에서 사장은 그 담당자와 인사를 나누고 어쩌고하다가 경리에게  OOO제품을 가져오라고시켰다. 장애인시설 담당자에게 선물로 주겠다는 것이다.

이내 직원이 내가 머무는 포장실로 들어왔다.

완제품실에 출고가능한 제품들이 보관되어 있고, 포장실을 거쳐 들어가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아마도 해당 제품을 꺼내려다 유통기한이 다른 것이 있어서 어떤 것을 가져가야할지 전화로 사장에게 확인했을 것이다. 그러자 사장이 큰소리로 대답했다.

-유통기한 다 된 거 있잖아요! 그거 가져오란 말이야.

유통기한이 다 된, 그래서 물건으로 돈 받고 팔 수 없는, 그래서 어디로든 기부라는 명목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는 물건을.

그 옆에는 장애인시설에서 온 담당자가 있었는데도,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렇게 지나가던 개도 들을 만큼 커다란 소리로 지시했다.

그 모든 상황을 얼덜결에 지켜보게 된 직원들은 나를 포함해, 황당함과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세상에, 아무리 제품이 제자식처럼 아깝고 소중해도, 손님에게 선물로 주겠다며, 그 손님이 앞에 있는데도 아랑곳없이 유통기한 다 된 제품을 골라오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그날, 우리 모두는 한숨을 쉬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기도 민망해서 어쩔줄을 몰랐다.

그러면서 우리는 쑥덕거렸다. ...저사람 저거 받아가지고 나가서 그냥 버려버리겠지...

그러면 사장은 기부라는 명목에도 부끄러울 그런 제품들을 기를 쓰고 기부하려 애를 썼을까.

알고보니 기부금영수증때문이었다. 기부를 하면 물품을 받은 쪽에서는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해주는데, 거의 실제 판매가격에 상응하는 금액을 써준다. 그것은 곧 추후에 더팩토리_D에 정당하게 환급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개인이 기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더팩토리_D역시 돈받고 팔 수 없는 유통기한 임박제품을 기부하듯 처분해도 기부받은 쪽에서 써주는 기부금영수증의 내역만큼 혜택을 받는이다.

그러니까 사장은 유통기한이 임박하여 결코 돈받고 팔 수 없어서 결국 쓰레기로 폐기해야할 제품들을 어거지로 떠넘기듯 복지시설에 기부함으로써 고스란히 환급을 받음으로써 실질적인 손해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토록 교활한 사장의 잇속에 구역질이 느껴졌다. 사회적기업이라는 그럴 듯한 포장 뒤에 늑대같은 속내를 감추고 갖은 방법으로 정부지원금을 따먹는 것은 물론 기부행위와 같은, 가장 순수하고 진실되어야할 사회환원 활동조차 오로자 자신의 이익편취만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악질적 기회주의 속성이 끔찍스러웠다.



_덧붙이자면, 그러한 기부행태에 직원들은 늘 죄책감을 느꼈다. 사장의 지시나 따라야 하는 입장임에도, 못먹을 것을 속여서 떠넘기는 듯한 스스로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곤 했다. 그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내 입장에서도 느끼는 감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직원들은 가능하면 3 유통기한이 오래 남은 것들을 내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역시 사장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했지만,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기한이 긴 것들로 미리미리 목록을 만들려고 애썼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덜어보자는 노력이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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