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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토리_D, 사람을 사냥하다

_지원금의 덫에 걸린 지원금 사냥꾼

by somehow Aug 0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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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가 아닌 바에야 어느 사업체든 그 곳의 운영과 경영체계에 따른 인적구성에 관한 조직도가 갖춰져있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이런것.

조직도:예(네이버 이미지검색)조직도:예(네이버 이미지검색)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시선과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어느 서류박스 속에는 저런식의 조직도가 감추어져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에서는 더팩토리_D의 딱 하나뿐인 사무실 어디에서도 이 사업체의 인적구성에 관한 형식적인 조직도를 본 기억이 없다.


내가 아는, 주식회사인 사회적 기업 더팩토리_D의 인적구성체계는 아마 이렇다.

사장(대표이사) 아래 그냥 직원들...

직원들의 실제 구성을 보면, 경리사원은 필수적인 구성원이라 늘 있고 그 다음 사무직원으로 인터넷 홈피관리와 포토샵 등을 운영하는 한두 사람을 경영지원팀이라는 이름으로 묶고, 그외 생산직으로 나를 포함한 생산직 2-3명을 생산지원팀으로, 그리고 인근에 체험학습장으로 운영하는 체험팀 관리직원 1명을 체험팀의 팀장으로 명명했다. 그외 숨겨진 인원으로 주주들이 있는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회사만 잘 굴러가면 그만이겠지만, 내가 처음부터 지금 이 시점까지도 궁금한 것은 좋은 식품을 개발 생산하는 제품개발 인원과 주변관광지와 일반 대중들에게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영업이나 마케팅인원이 없다는 것이다. 이 역시 이름을 붙이고 채용하고 하면 되겠지만 그런 허울뿐인 구성원조차 없다는 것이 의아했다.

사장의 직원 채용의 기본 원칙은 지원금이었다. 내 경우만 해도 그렇다.

처음 입사했을 때, 나는 한달반이 넘도록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면접시, 내게 계약직이라고 했으니 어찌되었든 최소한 1년의 계약서는써야할 것 같은데 말이다. 나는 의아해서 출근 당일부터 계약서는 언제 쓰느냐고 경리를 통해 몇번씩 되물었다. 계약서도 없이 일하다 어느날 그냥 내쫓기지는 않을까 은근히 걱정스럽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사장이 답했다.

중장년에 속하는 나를 채용하는데 있어서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같으니 해당되는 지원사업에 나를 신청해보겠다는 것이. 그렇게 되면 내 월급의 일정부분에 대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니 회사에 도움이 될 것같고 어쩌면 나 개인에게도 지원금이 나올 수 있으니 모두에게 좋은일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만약 지원대상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채용은 확실하니 마음 놓으라고.

나는 그녀의 말을 충분히 이해했다. 나이 많고 경헝은 없는 초보자를 선뜻 채용해 준 것도 고마운데, 정부지원금을 받아서 회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도 의미있는 역할을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기다렸다. 한달 반동안 아르바이트로 일하며.

그리고 마침내 지원대상으로 선정되었다며, 한달반 이후에야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로부터 내 월급의 약 40%를 정부에서 지원받게 된것이다. 대략 6개월에서 1년정도였다고 아는데 그런 부분에 관해서는 당사자인 내게 자세한 내용을 알리기를 꺼리는 듯했다.


그외에도 어떤 직원을 충원하든 사장의 채용조건은 지원금이었다. 내 경우는 40%정도였으나 20-30대의 청년들은 무려 90%씩 지원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것은 코로나의 창궐과 함께 모든 시장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이 도산하지 않고 유지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정부의 정책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사장은 단지 급여의 10%정도만 자기 돈으로 주고도 사람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혹하여 당장 급하지 않거나 별로 필요하지 않은 인원을 들이고 내보내고를 수없이 반복했다.


내가 입사했을 때 생산직 상주인원은 모두 3명(P선생과 M선생은 제품포장, J선생은 제품생산 담당)이었다. 그중 한 사람 P선생이 퇴사예정이었으니 그녀가 나가고 나면 나를 포함, 다시 3명이 되는 것이다. 포장 둘, 생산 하나. 그런데 포장직의 다른 한사람 M선생 역시 계약만료가 다가오는 시점이 되었을때, 사장은 계속 일하고 싶어하던 그 당사자와 계약연장을 하지 않고 내보내고 말았다.

그때, 사장의 변명은 이랬다.

회사가 어려워서 인건비 지원이 없으면 운영이 어렵다. 그래서 재게약을 할 수가 없다. 

그때 재계약을 하고 몇년 더 일해서 정년을 맞길 바랐던 당사자 M선생은 그러한 사장의 태도에 몹시 불쾌해했다. 돈때문에 사람을 이런 식으로 내치는구나,했다. 아무리 코로나때문에 어렵다해도 지원금(그녀 역시 지원금을 받는 대상으로서 입사했으나 지원기간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없이 자기 돈은 절대 쓰지 않으려는 심보가 괘씸하다고 했다. 옆에서 지켜보아야 했던, 나를 포함한 직원들 모두 설마설마 하면서도 역시나 돈과 사람에 관하여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사장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M선생이 나간 뒤에는 새로 포장직 인원을 충원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왜? 설마 몰라서묻는건 아니겠지, 돈때문이지. 지원금을 받더라도 그외 몇% 제돈으로 지불해야할 급여부분조차도 아껴보겠다는 지혜의 결단!

사장은 늘 입버릇처럼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자금사정이 너무 안 좋다며, 굳이 둘씩이나 포장할 일이 있지도 않다며 그러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리하여 얼떨결에 포장생산직에는 초보자인 나만 달랑 혼자 남게 되어, 제품생산 J선생과 나 이렇게 두 사람이 공장일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그로써, 둘이 해야 할 포장 일을 나 혼자 독박을 쓰게 되었다. 물론, 가뭄에도 콩은 나듯이 어쩌다 다급한 대량 주문이 들어오기라도 하면 공장과 사무실의 모든 인원이 어설프게 위생복장을 두른채 포장실로 몰려들어와 주물럭주물럭 포장을 해내었다.

그럴때 솔선하는 것도 역시 사장이 맞기는 하다. 대체로 비위생적인 복장의 표본을 하고서.

그로부터 사장의 머릿속에 잔머리를 밝혀주는 전구하나가 반짝 켜졌던가보다.


바로 이거지, 돈도 없고 바쁘지도 않은데 상주인원을 자꾸 쓰느니 필요할 때마다 사무실 애들까지 동원해서 급한 불만 끄면 되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며 사장은 자신의 현명한 잔머리에 얼마나 스스로 대견해 했을까.

사무직들은 이후로 번번이 공장에 급한 일만 생기면, 아니 툭하면 포장실로 동원되곤 했다.

우리가 공장일하러 들어온 건 아니잖아? 왜 자꾸 포장 일 시키는데....하면서도 그들은 사장에게는 제대로 항의도 못한 채,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인데!라는 사장의 억지논리에 울먹이며 겨자를 삼켜야 했다. 명목상의 포장직은 한사람이면 충분하다며 J선생도 할 일 없을 때가 많으니 평소에는 함께 거들게 하고, 그외 일손이 더 필요할 때는 90%정부지원금을 받는 직원들을 데려다가 제멋대로 부려먹으면서도 뻔뻔하고 언제나 당당했다.


공장에 달랑 둘뿐이던 나(나는 그곳에서 유선생이라 불렸다)와 제품생산직 한사람. 그중에서 제품생산직 J선생도 그 몇달후 계약이 종료되어 (역시 지원금은 중단된 상태. 그러나 차마 제품생산자를 아예 없앨 수는 없으니) 새로 사람을 뽑게 되었을 때, 역시 무려 급여의 90%를 지원해주는 20-30청년층을 채용했다. 정확히 29세였던, 초콜릿 제품생산은 처음인 왕초보 젊은 여자애의 월급이 200정도였는데 사장은 10%인 20만원 정도만 주면서 적어도 1년동안은 제품생산에 관해 마음놓고 부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뭐라고 차마 할 말을 떠올리지도 못했다.

가족끼리 만들어 나눠먹는 무슨 과자 부스러기도 아니고 전국적으로 판매하는, 공식적인 제품을 생산하는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단지 전문대 조리학과를 졸업은 했다고 하나 관련 자격증도 하나 없는 게으른, 어린 여자애한테 주식회사 더팩토리_D의 제품생산을 덜컥 맡기는 저 사장의 이해할 수 없게 기이한 마인드는 무엇인가.

사실, 사장은 또한 늘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해왔다.


초콜릿은 아무나 만들 수 있어요! 그냥 레시피대로만 하면 당신도 나도 할 수 있어요. 초보라도 상관없어요.

배우면 되지! 왜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하나? 생산 경력많은 사람도 써봤지만 결과물은 마찬가지야!


이건 대체 어디서 나온 배짱이고 철학인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그쯤에서, 잘은 모르지만 나는 생각했다.


정부에서 가난한 사회적기업 등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건비의 일부라도 지원해줌으로써
경영에 좀더 투자하여 생산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을 내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닐까.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기업이 자립하고
자신들이 받은 혜택을 사회적으로 환원함으로써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협력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그런데 사장은 내가 입사하기 이전부터는 물론 이후로도 꾸준히 지원금을 받아내는데 경영의 목표가 있는 듯해보였다. 사무직원들의 주요 일과중 하나는 정부의 지원금이 주어지는 사업소식이 공개되는 사이트에 들어가 입맛에 맞는 지원사업에 응모하는 일이었다.  어떤일보다 최우선이었다.

언제부턴가 더팩토리_D는 성실하게 제품을 생산하고 열심히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는 일보다는 불로소득에 가까운 정부지원금 사냥에 총대를, 아니 펜대를 조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설비투자나 관리에 관한 비용은 거의 제로였다. 심지어는 식품공장에 필수적인 소독실에 설치된 소독등기구를 꺼놓도록 제품생산자에게는 물론 나에게도 강요했다.

HACCP 인증을 받았다며, 사람이 먹는 식품을 생산하는 식품제조시설에서 필수적인 소독실에 그깟 소독등 두어개 켜놓는게, 왜 그렇게 눈에 거슬렸을까. 거짓말 처럼 들리겠지만 팩트다.

아무튼 설비재투자에 관한 놀라운 스토리는 뒤에 더하기로 하고...


이처럼 사회적기업 더팩토리_D의 사람 쓰는 기준은 지원금의 규모와 기간이었다. 청년층의 지원에는 6개월채용에 90%지원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내가 퇴사하기 6-8개월전쯤에는 두서너 명의 사무직을 청년층으로 더 뽑았다. 그런데 사실 필수적이 인원이 아니어서 별로 할일이 없어보였다. 그들은 대부분 사무실에 앉아 하루종일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는 식으로 하루 8시간을 때우며 6개월을 채우느라 몸을 비비 꼬아대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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