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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_존재에 대한 환멸

by somehow Aug 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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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면접을 하던날, 사장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때 나는, 식품공장 생산직에 지원한 사람을 무슨 선생님이라고 부르나 싶어서 뜬금없단 생각을 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자신보다 나이 많은 직원을 모두 그렇게 칭했다. 기존의 생산직, 나보다 5-6세 많았던 그녀들도 선생님이라 불리고 있었다. 나도 그날부터 '유선생님'이 되었고 그것은 퇴사를 하던 날까지 747일 동안 이어졌다.


뜻밖에, 사장은 학벌에 민감했다. 그 자신 또한 순탄하게 학업을 마친 입장이 아닌듯, 여전히 가방끈을 늘리기 위해 노력중이었다. 이력서를 들여다보던 그녀는 나의 학부이력에 혹한 것 같기도 했다. 사실 나의 학력은 대단할 것이 없었다. 국어교육을 전공했으며 이후에 글쓰기 공부를 위해 예술대학에 한번 더 들어갔던 것과 소설을 쓰고 어쩌고, 그후 십여 권의 책을 출간한 것이 전부일 수도 있었다. 국어교육을 전공으로 얻은 2급정교사 자격증 덕분에 중등학교와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도 있기는 했다. 또한 글쓰기에 관심을 갖다보니 점차 우리말에 관심이 생겨 어린이대상 우리말 책도 몇권 출간하는 등... 이러한 이력을 본 그녀는 입사이후 나를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듯 여기저기 대놓고 떠벌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생산직 현장에 대졸자가 발을 들인 것은 아마도 내가 처음이었는지, 직원들 앞에서나를 얘기할 때 혹은 새 직원이 들어올 때면 어김없이 나를 '국어선생님 하시던 분이다' '글쓰시던 분인데 경험을 쌓기 위해 우리 회사에 자발적으로 입사하여 일하신다' 식으로 이야기했다.

뿐만아니라, 어떤 중요한 일을 종종 기꺼이 나와 의논하기도 했다. 선생님, 선생님 해가면서, 나를 자신이 부리는 직원이 아니라 마치 동료 정도로 여기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실 나는 부담스럽고 불편했으나 또 한편으로는 사장이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존중해준다는 생각에 부응하기 위해 은근히 노력했다.


더구나 그녀는 나와 같은 아파트단지내 바로 옆 동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수년전 아파트 입주초기 자치단체 활성화차원에서 주민들에게 교양일어강좌가 개설되었을 때 내 어머니와 함께 일어회화를 공부한 적도 있었다는 사실도 후에 알게 되었다. 그로인해 그녀는 나와의 인연을 매우 특별하게 여기는 듯했고 내 어머니에 대해 좋은 이미지도 가지고 있었다. 그후로 그녀는 종종 내 어머니의 건강과 안부를 물으며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두어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살게 되었으며 방황하던 어린시절을 지나 암에 걸려 투병을 거치고 사업체를 일구어 낸 자신의 현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더불어 장애를 가진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과 연민, 존경심도 충만했다.

바로 그런, 그녀에 대한 첫인상은 아주 좋았다. 세상 더없이 쿨하고 화끈하고 담대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선입견은 나처럼 맨 처음 그녀와 입사를 위한 면접을 거친 사람들, 아니 누구라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듯 했다. 그러나 그 좋은 첫인상은 그야말로 딱 '첫' 인상이었을 뿐, 하루하루 근무하며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쉽사리 깨어졌다. 그 누구에 의해서도 아닌, 그 자신의 가벼운 입방정과 안하무인과 자기 생각을 타인과 나누고 모난부분을 깎고 다듬을 줄 모르는 오만과 모든 일의 처음과 끝이 돈으로 귀결되는 가치관과 자기연민에 가득찬 그녀 자신에 의해서.


아...써놓고보니 너무 독설을 퍼부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대체로 실제로 그랬다.

하루아침에 사장에 대한 호의적 첫인상이 깨진 것도 직원들끼리 얘기하다보면 모두 '맞다'며 맞장구를 치게 되었다.

처음, 그렇게나 사근사근하고 윗사람 공경 하듯이 깎듯이 구는 바람에 나는 하마터면 그녀를 좋아할뻔 했다. 그러나 사장은 내가 입사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작은 이랬다.

입사후 어느날, 나를 부르더니 그 사회적기업의 무슨 이사(?)라나 뭐라나 그런 자리에 내 이름을 좀 올려도 되겠느냐는 거다. 뜬금없이? 뭔 이사? 내가 의아해서 갸웃거리자 대답했다.

그냥 형식적으로 자리를 하나 채워야 하는 것 뿐이고 유선생님께는 아무런 불이익도 없을 거에요.

그러면서 내 인감도장이 필요하다던가, 등본따위가 필요하다던가 했다. 나는 그때까지도 사장을 나쁘게 볼 이유가 없었기에 알겠다고 했다. 다음날 인감도장을 가져왔다. 솔직히 인감도장을 아무데나 찍는 일이 흔쾌하지는 않았으나 초보자인 나를 선뜻 채용해준 데 대한 기본적인 감사의 의미로 응해주기로 했기에 얼른 찍고 돌려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사장은 그런 나의 계산과 다르게 도장을 방치했다. 순간 황당했던 내가 도장을 가져가도 되겠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선생님, 도장은 내일 돌려드리면 안될까요? 

-왜죠...? 도장은 여기저기 내돌리면 안된다고 배웠는데요.

나는 소심하게 반문했다.

그러자 사장은 돌연, 허탈한 듯, 어이없다는듯, 이 까짓 도장 하나? 하는 식의 헛웃음을 뿜어내며 이런 대답을 돌려준다.

-선생님, 여기 이 사람들 돈 많~~~아요! 걱정마세요! 도장 갖다가 뭐 해먹을까봐 그러세요?

대체 뭐가 우스운지, 이사들의 명부로 추정되는 종잇조각을 흔들어 보이면서. 저 자신은 모르는지, 무례와 조롱조가 뒤섞인 음성으로, 안경너머의 시큰둥한 시선에 더해 다소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공허한 실소, 이를테면 대체로 어떤 상황의 무게를 의도적으로 사소하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는 의도가 내포되었다고도 여겨지는 태도로. 별것도 아닌 그깟 도장 하나 빌려주면서 무슨 헛소리냐는 듯, 그깟 도장으로 돈이라도 갈취할까봐 그러냐는 의미가 다분히 느껴지는!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 어떤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나는 병신같이 그냥 '알았다'고 대꾸하그 자리를 벗어나고 말았다. 속으로 '미친년!' 소리만 중얼거리면서.

사실, 뜬금없는 돈 얘기가 너무나 황당해서 나는 그 어떤 반문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후에 생각해보니 바로 그 순간, 사장의 그 한마디는 자신의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표출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그녀는 어느 경우에도 돈이 우선이었다. 사람을 쓰고 버리는 기준, 생산에 필요한 도구나 재료를 구입하는 기준, 심지어는 몇 안 되는 직원들의 점심식사를 위해 지원해 주어야 하는 식비조차 절감을 위한 식당선택의 기준까지도. 물론, 아끼고 절약해서 그것이 회사-공장 운영을 위한 투자로 이어진다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문제였다.


더팩토리_D에서 일한 2년여 기간동안 나는 사장과 여러 번 다투었다.

왜 그런가 하면, 조직에 체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사장 아래 중간관리자가 없기 때문에, 생산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오히려 불편했다.

사장 아래 바로 직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력한다? 참 좋은 그림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을 하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일정한 통로 혹은 절차가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든 곧바로 사장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거나 아니면 경리에게 말을 해서 사장에게 전달되는 식이었는데, 경리직원 역시 결코 중간관리자가 될 수는 없기에, 지나치게 짧고 단선적인 의사소통 라인이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막는 핵심일지도 몰랐다.


나는 포장전문이지만 딱 한가지 수제초콜릿을 만드는 일은 담당하고 있었다. 앞에서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내 선임이 하던 일을 나도 자연스레 이어받아 하게 된건데, 녹인 초콜릿을 실리콘 몰드에 부어넣고 굳혀서 빼내는 제품이라 수제초콜릿으로 분류되었다. 실제 농산물 원재료에 녹인 초콜릿을 입히고 코팅하여 원물을 생산해내는 생산직은 전문적으로 고안된 기계를 이용하여 생산한다.

그에 비해 내가 하는 수제초콜릿 작업은 실제로 집에서도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초콜릿중탕기와 초콜릿과 그외 재료와 간단한 도구들만 있으면 되었다. 단, 몰드에 부어넣은 초콜릿을 빠른 시간내에 굳히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때 이용하는 기구가 냉장고이다. 가정집에도 적어도 한 대씩은 있는 그 냉장고말이다.

일정한 온도로 설정된 냉장고에 몰드를 넣어 단시간에 굳혀 꺼내어야 완성품을 얻을 수 있기에 반드시 필요한 설비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내가 입사했을 때 그 공장 내에는 그런 용도의 냉장고가 없었다는 점이다. 사무실에는 가정에서 쓰는 그럭저럭한 냉장고가 한대 있었으나 정작 생산에 필요한 산업용 혹은 공장용 냉장시설은 없었다.

생긴지 10년도 넘은 식품회사에, 그것도 초콜릿 생산공장에 필수적인 냉장고가 없다니??? 도대체 그동안 어떻게 그 수제초콜릿을 생산해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여름에는 에어컨이 설치된 생산실 내에서 에어컨을 틀어 놓고 방 전체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그런 다음 몰드에 초콜릿을 부어 테이블에 늘어 놓아 시원한 공기를 이용해 굳히는 방식으로 생산을 해온 것이었다.

참 어이가 없었지만 그게 여름에는 가능할 수도 있었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방 자체를 냉장실로 만들어 놓고 하면 되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외 계절이 문제였다. 에어컨을 틀기 애매한 봄가을에는? 또 겨울에는??

알고 보니 겨울에는 난방이 되지 않는 조립식 패널로 지어진 건물특성상 외부온도가 내려가는 만큼 생산실이 얼어 죽을만큼 추워지니까 저절로 냉장실 비슷한 상태에서 수제초콜릿을 만들었다. 그럼, 봄가을에는?

그때가 문제였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무척 어정쩡한 실내조건때문에 실온에서 몰드의 초콜릿을 굳혀 빼내어보면 표면의 상태가 상품화하기 곤란할 정도로 일관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장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사장은 지금까지 그렇게 다들 해왔으니 그렇게 해라, 식이었고 혹은 제품상태가 일관되지 않게 나오는 것은 중탕기에 녹인 초콜릿을 충분히 섞어주지 않아서 기름이 겉돌아서 일어나는 블룸현상이라고 알은 체를 해댔다.

생산초보자인 너 따위가 뭘 아느냐 식으로, 초콜릿에 대해 아느냐고, 자기는 초콜릿공부했다며...


블룸현상은, 초콜릿 표면이 하얗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초콜릿은 지방 또는 설탕 성분이 온·습도 변화에 따라 녹았다가 굳으면서 표면으로 하얗게 올라오는 ‘블룸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초콜릿 재료인 우유나 코코아 버터 안에도 지방 성분이 포함 돼 있는데 이 지방 성분이 초콜릿의 주성분인 코코아 파우더를 녹이면서 주변의 미세한 구멍과 균열 사이로 이동해 표면으로 나오는 것이다. 특히 코코아 버터는 기름 성분에 용해되는 성질이 있다.  
초콜릿 변색을 막으려면 미세 구멍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온도 조절이 중요하다.
섭씨 5도에서 모든 코코아 버터는 고체 상태가 되고 36도에서 액체로 변한다.
초콜릿을 보관하기 가장 좋은 온도는 섭씨 14~18도 정도이고 이 정도 온도라면 변색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참고자료 : 이웃집과학자(http://www.astronomer.rocks) 에서 가져와 다듬었음


그래, 블룸현상이 맞을 것이었다. 그러나 녹인 초콜릿을 잘 섞지 않아서 생기는게 아니라, 위의 자료에서 보듯이 초콜릿을 굳히고 보관하는 적정온도가 맞지 않아서,  애초에 실온에서 굳히는 과정에서부터 블룸이 발생하는 것인듯 했다. 그래서 고민하던 나는 힌동안 아이스팩을 이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사무실에 있는 냉장고의 냉동실에 꽝꽝 얼린 얼음팩 수십 개를 준비했다가 몰드로 수제초콜릿을 만드는 날이면 재빠르게 바닥에 아이스팩을 깔고 몰드를 올려 가능한한 실온보다 낮은 온도로 수백 개의 초콜릿을 굳히느라 애썼다. 그래도 상품의 일관성은 충분히 유지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을 고생했다. 그럴수록 냉장고 생각이 절실했다. 종종 사장에게 냉장고를 사달라고 요구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계기로 사장이 냉장고를 사주었다.

그것도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주류나 음료보관용 냉장고를!


더도 덜도 아닌 바로 딱 이 모델더도 덜도 아닌 바로 딱 이 모델


헐~ 이었으나, 그나마 없던 냉장고가 생겼으니 감지덕지였다. 사장도 계속되는 문제상황에 아무래도 냉장고 하나는 필요하다고 어쩔 수없이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하는수 없이, 잘 아는 저 냉장고 생산공장에 가서 하자가 있어서 정품으로 판매되지 못한 B급으로 큰맘먹고, 선심쓰듯, 마지못해, 한대 들여놔 준 것이었다.

어쨌거나 다행스럽고 고마웠다.

고마운데, 솔직히 느낌으로는 코미디같았다. 사업을 장난으로 하나, 싶었다. 지금까지 냉장설비가 갖추어진 독립된 방(이전에 아르바이틀 했던 초콜릿공장이 있다. 그곳에는 아예 방자체가 냉장 냉동시설로 갖추어진 공간이 있었다. 그래서 제품생산에 어떤 제약도 없었다.)이 없다는 것도, 그렇다고 번듯한 충분한 생산이 가능할 만큼의 제대로 된 냉장고 하나가 없었다는 것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하물며 10여 년만에 처음으로 냉장고를 들이면서 용도에 맞는 정식제품도 아닌 업소에서 쓰는 음료/주류보관용이라니?!!!!

참, 할말이 없었다.  

또한 저 냉장고를 살 때까지도 사장은 얼마나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계산기를 두드렸을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큰 결단을 내려 저놈을 들여온 것이다. 물론 없을 때보다는 일을 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아쉬운대로 저 냉장고의 최저 온도로 맞춘 뒤 몰드를 저 칸칸에 늘어넣어 초콜릿이 굳으면 재빠르게 빼내고 다시 몰드를 채워 넣고를 여러번 반복하여 수제초콜릿을 생산해냈다. 아이스팩으로 할 때보다는 진일보한 공정이 되었다.

저 냉장고가 아마 내 근무기간 동안 목격한 가장 큰 설비투자가 아닐까 생각된다. 저것을 확보하기까지 수제초콜릿을 만들 때마다 힘들었던 과정과 시간들을 생각하면 허탈하기도 했다. 기본적인 투자를 단지 돈을 아끼기위해 그토록 오랫동안 갖추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제품을 생산해왔다는 것, 그럼에도 문제를 어필할 때마다, 앞엣사람들은 다 그냥 그렇게 해왔는데 왜 자꾸만 해보지도 않고 돈을 들이라고 하느냐는 핀잔과 타박이 돌아왔었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장의 마인드가 아닐 수 없다. 

참, 저냉장고 한대를 심하게 부려먹다보니 나중에는 기능문제가생겨  최저온도로 내려가질 않아 초콜릿 굳히기에 문제가 발생한적이 있다. 그래서 상황을 알리고 AS를 불러달라 한적이 있다. 그때도 사장의 태도는 일관적이었다. 코드를 빼놨다 해보라든지 뭘 잘못 작동시킨건 아닌지 확인부터하지 않고 돈들여서 서비스맨부터 불러달란다고 온갖 잔소리와 타박을 늘어놓았다. 뻔한 반응이었기에 툴툴대면서도 그말처럼 플러그를 한참 빼두었다다시 꽂으니 어라? 다시 되는 것이다. 어찌보면 사장의 저런 독설이 아주 틀리기만 하는것도 아니었어서 실소가 터진 적도 있다.



덧붙임:
한가지 빠뜨렸다. 앞선 글에서, 경리직원 H에 대한 극악스러울 정도의 일상적인 구박과 인격모독의 이유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그러한 인격모독 역시 입사당시부터 H에게 급여가 정부지원금으로 지원되던 기간이 시일이 지나 만료됨으로써 시작되었다.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의 책임을 그녀에게 떠넘기고 채근할 뿐아니라 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모욕적으로 비난하고 책망하며 회의를 소집해 모든 직원들 앞에서 망신주기를 이어간, 사장의 직원다루는 방식의 근원에는 제돈으로 월급을 주는 직원에 대한 막무가내식 화풀이 혹은 횡포 심리가 깔려있음을, 그곳에서 그 당시에 함께 일했던 모든 직원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선입견이라고, 편견이라고, 착각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대체로 팩트다.
심지어는 어느날 갑자기 사장이 괜히 짜증을 부리는 경우가 한번씩은 있었다. 정말로 누구도 특별히 잘 못한 일이 없는데도 그런 날은 달력을 확인하게 된다. 틀림없이 월급날이거나 그 전날이다. 지원급으로 월급의 80~90%를 주는 직원이 대부분임에도 경리직원이나 나처럼 지원이 끝나서 제돈으로월급의 전액을 충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수록, 제 돈으로 충당해야할 액수가 커질수록 그 때가 되면 사장은 참으로 노골적으로 그토록 제 속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스스로 까발리며, 뜨거운 물 뒤집어쓴 암닭처럼 푸드덕거리며 발광을 하셨더랬다.
물론 사장도 사람인지라, 그녀자신의 기분이 좋거나 수익이 좀 있는 달에는 월급날이 무난히 지나가기도 했다.
_믿거나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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