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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설비와 돈

_돈 안쓰는 사장의 마인드

by somehow Aug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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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자의 마인드가 그 생산시설의 수준(위생수준과 작업장의 수준)과 작업자, 사무직의 수준을 결정하고 통제한다는 사실을 나는 더팩토리_D에서 확인했다.



사장이 돈쓰기를 극도로, 거의 신경증적으로 싫어하다보니 밑에서 일하는 사무직이나 나같은 생산직 모두 각자의 업무에 필요한 물품이나 도구, 혹은 필수적인 설비 등을 갖춰달라고 말하는 것자체가 큰 잘못인 것처럼 여겨지는 곳이 바로 더팩토리_D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이런식.

콧구멍만한 사무실과 생산시설을 갖춘 그곳에서 하루 작업중 수시로 전기가 차단되는 경험을, 입사후 거의 1년정도는 이어졌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고치는데는 전기업자가 와서 차단기박스를 열고 어느 전기라인에서 차단이 되는지 확인하여 해당 스위치를 교체하는것만으로 간단히 조치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까지 사장의 허락을 받는 일이 무척 힘들었다. 전기같이 중요한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아니 생겨서도 안될 정도로 이미 충분하고 안전하게 설비가 되어있어야 맞겠지만, 즉각적으로 기술자를 불러 근본적인 해결을 모도하는게 보통의 사장의 마인드가 아닐까.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사장은 문제를 제시하면, 어떤 경우에나

왜 그런지 알아봤느냐며, 어떻게 하면 해결될지 노력해봤느냐며, 사람을 부르면 돈이 얼마나 들지 아느냐며, 사람을 부르기 전에 직접 해결할 수 있는지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사람을 부르면 안 된다며......

자신만의 논리로 훈계를 퍼부어대곤 했다.

그런데 그 훈계가 사실은 너무나 터무니가 없다는게 문제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그 본인은 전혀 깨닫지 못한채, 단지 사장이라는 권위와 갑의 논리로만 아랫것들에게 신경질적으로 토해냈다는 사실이다.


또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는데, 참 말하기도 한심스러운 일이다. 그 공장에는 공장 전체에 걸쳐 천장에 공조시설이 갖춰져 있다. 갖춰져는 있으나 그 성능과 효용 또한 어처구니가 없다. 즉,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겨울에는 난방기로써 항상 식품공장 내부의 적정실내온도를 유지하도록 해야 맞는 것이다.

그런데, 그곳은 여름에는 끔찍하게 덥고 겨울 또한 손발이 시릴 정도로 혹한의 추위가 가득한 공간이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을까?

공조시설은 사실 이름뿐이었다.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여름에는 선풍기를 여러대 돌리고, 겨울에는 전기난로를 또 몇대씩 켜놓아야 그나마 식품을 생산하거나 포장하거나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따위 냉난방 보조장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겠는가.

선픙기를 종일 돌려도 온몸을 위생복과 모자와 앞치마와 마스크와 니트릴장갑으로 밀봉한 채로 작업을 하다보면 한여름에는 땀이 뻘뻘 흘러넘쳤다. 그럴때는 공조기를 가동시키기도 했는데, 한동안 조금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는 있으나 어처구니없게도 대개 두어시간 정도가 지나면 냉방기가 작동을 멈추고 만다. 수시로 가서 다시 작동을 시켜보아도 소용이 없어져서 결국 사용을 중단하게 된다.

그런 여름날, 온종일 작업을 끝낸후 퇴근시간에 옷을 갈아입으려 하면 몸은 거의 물에 빠졌던 것처럼 땀에 절어있었다.

그나마 겨울에 가동시켜 난방기능을 사용하기도 했었으나 근본적으로 사장은 그것을 가동시키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물론, 여름철에 제기능을 못하는 공조기를 고쳐달라고 요구했던 적이 있다. 그때 역시 사장은 눈을 부라리며 이렇게 언성을 높였다.

그게 얼마짜린줄 아세요? 고장나기는 뭐가 고장났다는 거에요? 잘 하면 되는데, 고치는데 돈이 얼마가 드는지 아세요?!!!

그럴 때면 나는 생각했다.

내가 사장이라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사회환원도 하고 제 월급도 가져가고 직원들 월급도 주고 하려면 공장의 모든 설비들이 제대로 작동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 수시로 점검하고 고칠 것은 고치고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지 않는게 당연하지 않는가? 그런데 무조건 생산을 위한 지출이나 투자는 없는 상태에서 생산만을 요구하는 저 또라이의 정체는 뭘까.

결국, 지금도, 내가 퇴사한지 4개월이 되어가는 시점에도 그 고물 공조기는 여전히 그 공장에 있을 것이고 나의 후임자는 나와 같은 경험을 하며 저녁이면 땀에 젖은 몸으로 퇴근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와 같은 극한의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는 최선을 다해 내 일을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애썼다. 나이 50세도 넘어서야 시작한 생산직근로자로서의 삶이 어설프고 고단하기는 해도, 초보인 나를 선뜻 채용해준 사장에게 나는 고마운 마음을 끝까지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보다 7-8년이나 아래이면서도 자신만의 사업체를 일구고 그정도까지 10여년동안 이끌어 오는 데는 적잖은 어려움과 고뇌도 없지 않았을 것이 분명할 뿐더러, 그런 이유로 일그러진 현재의 모습 또한 그녀 자신이 처음부터 원하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살다보면,
앞만 보고 자신의 목표만을 향해 숨돌릴 겨를 없이 달리기만 하다보면
옆으로 지나가는 풍경따위
돌아볼 여유는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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