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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크모리 Jan 28. 2023

출장 다녀온 후 야근하고 퇴근하기

피곤해서 눈도 못 뜨지만 원고는 써야지

브런치를 버려둔지 어언 300일.

뭘 쓸까 하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출판편집기획대행사 시절 4년 간의 일을 기록하기로 했다.

이미 대강의 목차는 짜 뒀으니 첫 이야기를 써본다.




모 공공기관 단체의 계간 홍보소식지를 만들고 있다. 5월 중순, 아직 엄청 덥진 않지만 낮엔 제법 후텁지근해 조금만 걸어도 이마에 땀이 배어나오는 날씨다. 

이런 날씨에 종일 산 타느라 온 몸에 땀 뻘뻘흘리면서 취재 및 촬영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온 몸이 기진맥진이다. 몸에서 나는 땀 쉰내를 맡으며 전부 퇴근하고 불 꺼진 사무실 문을 다시 따고, 불을 켜고 내 자리에 앉았다. 오늘 출장 다녀온 원고를 오늘 써두지 않으면 미래의 내가 괴롭다. 그래서 되도록 오늘 쓸 수 있는 오늘 원고를 쓰고 퇴근하려 한다.

컴퓨터를 켜고, 아무도 없어 자유로운 사무실에서 노래도 크게 틀어놓고 배달의 민족을 켜 저녁을 주문한다. 

오늘은 파스타지, 하고 대충 유튜브로 지오디 영상을 보면서 음식이 오길 기다린다. 배달이 오면 회사 카드로 결제하고 책상 앞에 두고 먹으면서 영상을 마저 본다.

다 먹고나면 이제부터 본격 원고 작성이다. 내가 저녁 먹을 동안 사진작가님이 회사 서버에 아까 찍은 사진을 올려두었다. 사진을 하나씩 넘겨보며 확인한다. 


음, 이건 좀 표정이 별로야, 어, 이건 왜 이렇게 합성같지?, 아 이거 메인으로 쓰면 되겠다, 이게 어디더라.


어느덧 시간은 흘러 7시 반.

사진을 끄고 한글창을 째려보다 제목을 쓰다가 지우기를 몇 번. 아, 아냐 제목 나중에 다 쓰고 붙이자.

제목제목제목 이라고 써두고 본문으로 넘어간다.

이 짓도 몇 년하다보니 이제 원고는 제법 금방 나온다. 맘 먹고 쓰면 3시간 정도. 입사 초창기엔 A4 한 장 반 분량의 원고 하나당 4-5시간씩 걸렸다.

한창 원고 쓰다가 막힐 때면 남편에게 보고싶단 카톡도 보낸다. 남편이랑 몇 마디 카톡을 주고받다가 다시 집중하고 원고 쓰기를 마저한다.

원고 마무리 글을 쓰고, 서버에 올리고 업로드된 시간을 보니 10시 40분.

기지개를 한 번 켜고 기획안에 빨간 펜으로 찍찍 그어놓고 완료했다는 체크 표시를 한다. 그제야 홀가분한 마음으로 컴퓨터를 끄고 사무실을 나선다.

매일 이렇게 야근할 때면 지치기도 하지만, 재미있기도 하고 보람도 있어서 이 일을 계속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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