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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욱 Mar 30. 2019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인가요?

<소울푸드> 제작후기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어 여기에도 옮겨 봅니다.


최근에 <소울푸드>라는 시리즈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음식의 탈을 쓰고 사람 이야기를 하는 10분 내외의 숏다큐 시리즈입니다. 

이 영상을 만든 후기를 제가 일하는 <닷페이스>의 멤버십 회원 분들에게 보내드렸는데요, 그 글을 여기에도 옮겨왔습니다. 



소울푸드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이유


혹시 ‘가자미 식해’란 음식을 아시나요? 저희 집 식탁엔 자주 오르는 음식입니다. 어릴 땐 다른 집에서도 다 이런 걸 먹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가자미 식해는 함경도에서 많이 먹는 음식입니다. 함흥에서 피난 오신 제 할아버지, 할머니가 즐겨 드시던 음식입니다.


두 분이 이북에서 오셨다는 사실을 특별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그냥 ‘왼손에 점이 있네’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떤 음식을 먹는 순간만큼은 이 사실이 새삼스럽더군요. 가자미 식해라는 이상한 식감의 음식을 먹을 때라든지, 가족끼리 질기고 매운 함흥냉면을 먹으러 굳이 오장동까지 갈 때라든지. 제 입맛에 도저히 맞지 않는 음식을 먹을 때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흥에서 오셨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고서는, 가자미 식해를 먹으면 어머니의 삶이 떠올랐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집안에서 가자미 식해를 만들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은 며느리인 저희 어머니였습니다. 명절에 놀러 온 고모들이 어머니의 가자미식해를 칭찬할 때면 기분이 묘했습니다. 함흥에서 온 사람도, 그 밑에서 수십년 자란 자식도 아닌, 함흥에서 온 사람의 자식과 결혼해 10년쯤 시집살이를 한 단 한 사람만 이 음식을 할 줄 아는 게 이상했습니다. 평생 서울에서만 사신 어머니가 난생 처음 본 이 음식을 배워 잘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제게 가자미 식해는 이런 이상한 음식입니다. 누군가의 삶을, 묘한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랄까요. 다들 이런 음식이 하나쯤 있지 않으신가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누군가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음식이요. 누군가에겐 떡볶이나 햄버거가 그럴 수도 있겠죠. 어떤 음식은 개인을 넘어 집단의 삶과 정체성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재작년, 우연한 계기에 짜장면을 취재했습니다. 그런데 짜장면의 역사를 쫓아가다 보니 한국 화교들이 살아온 차별과 억압의 삶이 보였습니다. 회사에 취직하는 것도, 땅을 사는 것도 어려웠던 화교 분들에게 중국집은 몇 안되는 생계수단 중 하나였습니다. 이 취재 이전에도 화교 분들이 어렵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었었지만 가볍게 보고 흘려버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짜장면을 통해서 접한 화교의 역사는 그냥 넘기기 어려웠습니다. 마치 가자미식해를 제 할머니, 어머니와 분리해 생각하기 어려운 것처럼요.


<소울푸드> 시리즈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했습니다. 음식의 탈을 쓴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음식엔 아주 쉽게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본능적으로 침샘이 반응하는 음식을 통한다면, 역사책이나 에세이를 싫어하는 저 같은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아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상엔 음식으로 풀 수 있는 이야기가 정말 많이 보이더라고요.


지난 11월부터 음식과 이야기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5가지 음식을 찾았습니다. 그 5가지 음식이 소울푸드 시리즈에 담은 야키니쿠,양꼬치,반쎼오,프리카델라,김치찌개입니다.


여기까지가 어째서 이런 시리즈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제는 이 시리즈를 통해 못다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한정된 분량과 부족한 역량 때문에 영상에 모든 이야기를 담지는 못 했습니다. 그 중엔 혼자만 알고 넘어가기엔 아쉬운, 너무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국적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야키니쿠, 재일교포의 음식

https://youtu.be/fa4ylQ-xis0


❝ 우리 조선학교 나왔어요. 북한 북한. 위험해 위험해. 국정원에 신고해요


야키니쿠편에 나온 젊은 직원 신윤형 씨를 인터뷰할 때의 일입니다. 신윤형 씨를 소개해준 A씨는 심심하면 와서 이런 농담을 던지고 사라졌습니다. 오사카 야키니쿠 골목에서 저는 한국말을 하는 A씨를 보고 무작정 말을 걸었습니다. 원래는 이분을 인터뷰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본인은 북한 국적이기 때문에 안 된다며 친한 동생인 신윤형 씨를 소개해줬습니다. 두 분은 같은 조선학교를 나온 선후배 사이입니다. 조선학교는 북한 정부가 지원해 만든 학교로, 모든 수업은 한국어로 이뤄집니다.


A는 무뚝뚝하지만 세심한 사람이었습니다. 무심한 듯 말하지만 나서서 섭외를 도와주고, 마주칠 때마다 먼저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다가가면 ‘오, 나는 북한 사람'이라고 반은 농담조로, 손사래를 쳤습니다. 이런 농담에 저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론 이런 농담을 할 정도로 남북 국적이 이제는 젊은 재일교포들 사이에선 크게 적대할 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농담의 한편에서 여전히 국적이라는 장벽이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오사카 츠루하시의 야키니쿠 골목

A씨 대신 인터뷰를 한 윤형 씨는 집안의 유일한 한국 국적자였습니다. 부모님과 윤형 씨 모두 한글을 배우기 위해 조선학교를 나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북한 국적을 얻었던 부모님은 윤형 씨에겐 한국 국적을 선택하게 했고, 윤형 씨는 중학교 때 한국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북한 국적은 차별이 좀 더 심하고 해외여행도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윤형씨는 작년에 가족 대표로 할머니 할아버지의 고향인 남한 땅을 다녀갔다고 합니다. 현재 조선학교엔 윤형씨 같은 분들이 많습니다. 한지붕 아래 북한 국적 부모님과 한국 국적 자식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 더러는 일본 국적을 가진 가족까지, 세 가지 다른 국적으로 구성된 가족들도 있습니다.


영상에 많이 담지는 못 했지만, 분단은 재일교포의 삶을 더 복잡하고 어렵게 만든 중요한 요인입니다. 이들은 ‘일본이냐 한국이냐’가 아니라, ‘일본이냐 한국이냐 북한이냐’라는 세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의 선택을 강요받았습니다. 제주도나 경상도 출신이 대부분인 재일교포 1세들은 자식들이 한글과 한국 역사를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 그들을 조선학교에 보냈습니다. 그러면 북한 국적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았죠. 그런데 큰 회사에 취직하려면 일본 국적을 취득해야 했습니다. 재일교포는 항상 어느 국적을 택할지 고민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런 복잡한 결을 다 넣으려다가 포기해버렸습니다. 막상 얘기를 해보니 이분들에게 국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윤형 씨와 A씨가 국적으로 농담을 하며 친하게 지내는 것처럼요. 막연하게 '국적은 우리 자신을 말해주는 큰 부분이지 않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북한 사람이냐, 남한 사람이냐 하는 것이 큰 차이로 느껴지는 것처럼요. 그런데 제가 만나본 재일교포 분들의 삶에 국적은 그냥 서류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어느 국적을 택하든 그들은 일본 내의 자이니치라는 소수자의 위치에 남았기 때문입니다. 야키니쿠에 늘 ‘재일교포의 음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떤 조선족'에 대한 편견에 대하여

-양꼬치, 조선족의 음식

https://youtu.be/PCqH2fSF4ew


양꼬치는 이번에 다룬 아이템 중 김치찌개 다음으로 가장 대중적인 음식입니다. 양꼬치 가게 없는 번화가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양꼬치 가게가 많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섭외는 양꼬치 편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말이 안 통하는 일본의 야키니쿠 가게보다도 어려웠습니다. 서른 곳 넘게 들어간 양꼬치 집에서 겨우 네 분만 섭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촬영을 고사하셨고 몇 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했는데 나중에 전부 빼달라고 한 분도 계셨습니다.


이 섭외의 어려움이 조선족 분들이 한국에서 처한 위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음식점 섭외는 홍보 효과가 있다는 인식 때문에 쉬운 편입니다. 그런데 이 정도로 많은 분들이 출연을 꺼린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동안 미디어가 조선족 분들을 얼마나 나쁘게 묘사해왔으면, 한국 사회가 얼마나 이분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면 이러셨을까요?



양꼬치를 야키니쿠 편에 이어 발행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야키니쿠 편을 보며 많은 분들이 일본에서 억압 받는 한국인들에게 공감했습니다. 일본 사회의 차별과 배제에 분노도 하셨고요. 그렇다면 역으로 우리 안에서 똑같은 차별과 배제가 일어난다고 했을 때엔 어떤 반응일지 궁금했습니다. 양꼬치를 야키니쿠 편에 이어 발행한 이유는 우리의 모순된 반응을 함께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바뀌었다고 해주신 분도 많았지만 여전히 반감이 크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유는 대체로 ‘어떤 조선족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조선족은 게으르고 어떤 조선족은 폭력적이라서 이들을 좋게 보기 어렵다


댓글들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재일교포를 다룬 야키니쿠 편에선 이런 반응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에 대해 사람들은 분노했습니다. 여기엔 ‘어떤 한국인'이라는 단서 같은 게 없었죠. 우리가 얼마나 편협한 논리 속에서 ‘차별은 안 된다’고 인식하고 있었는가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우리가 차별받지 말아야 할 이유가 단지 '우리가 한국인이라서'라면 이 논리는 얼마나 공허하고 무력할까요?


그렇다고 지금 당장 ‘모든 인간은 동등하고 평등해야 해'라는 쿨한 주장을 펴는 것도 무리인 걸 압니다. 현실 논리 앞에서 난민, 탈북, 이주 등의 문제가 얼마나 취약한지 우리는 계속 확인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우리가 어떤 기준선을 그어 놓고 차별과 배제를 만들어 내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어떻게 하면 이 어려운 문제에 접근할 것인지 조금 보일 것 같았거든요. 답은 여전히 못 찾았습니다. 그러나 국가, 민족, 정체성 같은 민감한 문제를 두고 만들어지는 벽을 허물기 위해서 어떤 지점을 건드려야 하는지 약간의 힌트를 얻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 끊임없이 고민해 나가야 할 지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나가는 이주여성의 이야기

-반쎄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의 음식

https://youtu.be/egGN-bh1SAk


저는 생당근을 못 먹습니다. 먹어 보려고 어릴 때부터 여러 번 시도했지만 늘 실패했습니다. 아마 몸이 못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이렇게 못 먹는 음식 하나쯤은 있으실 건데요. 그런데 여러분이 많이 아플 때 그런 음식을 먹어야 한다면 어떨까요?


한국인과 결혼해 아이를 낳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이러한 일을 겪습니다. 많은 베트남 사람에게 미역국은 참기름 냄새와 미끈한 식감 때문에 쉽게 먹기 힘든 음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차이를 잘 모르는 많은 시댁에서는 이주 여성들에게 한국식 산후조리 음식을 해준다고 합니다. 당연히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겠지만, 받는 사람에게 이 호의는 얼마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까요?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 점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 했습니다. 한 기사를 통해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후 다문화 관련 국가 지원 활동을 찾아 봤습니다. 대부분이 이주 여성들의 ‘한국인 되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더라고요.


이전까진 매매혼 성격의 국제결혼에 대해 막연한 반감만 갖고 있었습니다. 막상 그렇게 해서 한국에 온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반쎄오>편은 제게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의 현실이 돼버린, 이제는 인정해야 할 문제에 제대로 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깨닫게 해줬으니까요.


베트남 음식, 반 쎄오


베트남에서 온 이주 여성들에게 모국어로 한국음식과 베트남으식을 가르쳐주는 쿠킹클래스를 찾아갔습니다. 여기에서 만난 두 선생님을 통해 이주 여성들의 다른 모습을 봤습니다. 미디어에서 결혼 이주여성은 늘 피해자의 위치에서 수동적으로 사는 것처럼 그려졌습니다. <반쎄오> 편에 출연하신 분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두 선생님은 한국음식만을 가르치는 수업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여기에서 베트남 음식도 함께 해서 나눠 먹다가, 베트남 음식을 가르치는 것을 정규 수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게 음식을 통한 커뮤니티로까지 발전했죠. 저는 그 과정이 약간은 슬프지만 너무나 위대해보였습니다. 지나고 보니 다소 감성적으로 그린 것 같은데, 아마 이런 이유로 그랬나 봅니다.


분명 잘못된 구조의 문제는 냉정한 이성의 눈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좀 더 인간적인 눈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쎄오> 편은 이런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타인의 슬픔을 소비한다는 것에 대하여

- 김치찌개, 입양인 셰프의 음식

https://youtu.be/6eiZtSRKAy


‘저희의 이야기를 다뤄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들을 만나 취재를 하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러면 어쩔 땐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아 내가 좋은 일을 하나 보다'하는 식으로요. 하마터면 또 한 번 착각에 빠질 뻔한 시점에 시작한 입양인편 취재는 제게 큰 공부가 됐습니다.


입양인 셰프를 섭외하기 위해 ‘뿌리의 집'이라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는 입양인들의 거의 유일한 쉼터이자, 해외 입양인 권리 찾기 운동의 중심부 같은 곳입니다. 이곳을 만들고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하시는 김도현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기획 의도를 들으신 목사님이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뭘 하시려는 거죠?” 제대로 소개된 적 없는 입양인의 삶을 온전히 비추는 것만으로도 우선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질문을 받으니 우물쭈물하게 됐습니다. 머뭇거리는 사이 이어진 말씀에 저는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타인의 슬픔을 소비하지 말아주세요


가끔 소수자 문제를 다룰 때면 묘한 자기 위안 같은 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듣는 순간 머리가 띵해지더라고요. 이제까지 만든 영상들을 쭉 돌이켜봤습니다. 그 영상들이 출연해주신 분들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었을까를 질문해보았습니다. 쉽게 답을 못 하겠더라고요. 어쩌면 내가 만드는 영상이 누군가의 삶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사님의 말씀은 이 시리즈를 제작하는 내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당장 슬픔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적인 어떤 걸 만들어냈냐고 하면, 그렇지 못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정말 감사한 점은 그 말씀이 제게 완전히 각인이 돼버렸다는 점입니다.


이제 긴 글을 마무리할 때가 됐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닷페이스는 흔히 우리가 ‘소수자’라고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다뤄왔습니다. 이번 시리즈도 그랬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떨 땐 슬픔을 어느 정도 소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존재조차 생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런 방법이 아니고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거든요. 다만 그 지점에 멈추면 안 된다는 점을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슬픔을 소비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겠습니다. 꼭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내든, 그 전 단계의 연대를 만들어내든, 늘 콘텐츠 너머 당사자의 삶을 고민하겠습니다. 이 점이 이번 소울푸드 제작을 하며 제가 얻은 가장 값진 깨달음입니다.


닷페피플이 함께 했기에 이런 소중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늘 더 좋은 콘텐츠로 보답할 것을 약속합니다. 당신이 마주해야 할 그 장면을 전하겠습니다.


닷페이스 PD 이선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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