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1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마흔에 가장 믿어야 할 건 자신이다

by 엄태형 Feb 22. 2025


“저는 한국의 서울 근교에 있는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곳은 호수와 산이 있고, 해마다 꽃 축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저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어려서 저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보곤 했습니다. 당시 저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도, 꿈꾸는 것도 멈췄습니다. 저는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에 끼워 맞추는 데만 급급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제 심장은 멈췄고 시선은 닫혔습니다. 그렇게 저는 이름을 잃어버린 유령이 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하나의 안식처가 있었습니다. 바로 음악이었습니다. 그때 제 안에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제 깨어나서 너 자신한테 귀를 기울여!” 그러나 그 후로도 제 진짜 이름을 듣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막상 팀에 합류하기로 결심한 후에도 많은 장애물이 있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가망이 없다고까지 말했습니다. 때때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저희는 실수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거의 나도, 오늘의 부족한 나도 모두 나입니다. 저는 오늘의 나, 어제의 나, 앞으로의 나까지 모두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한 발짝 더 나아가봅시다.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여러분의 심장을 뛰게 합니까? 이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이 연설문은 권위의 상징인 유엔 총회에서 연단에 오른 한 청년이 낭독한 내용이다. 함께 활동하는 팀원들과 연단에 오른 그는 자신의 이름은 “김남준”이며,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연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가수 신분으로는 한국인 최초로 총회 연설을 했다는 점도 있지만, 그보단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며, 용기와 함께 전해준 메시지가 전 세계 팬들의 가슴에 큰 울림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후 RM은 미국 토크쇼에 출연해 ‘다른 사람이 보는 내 자신이 아니라, 나 스스로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나는 이 글을 쓰며, 방탄소년단의 ‘Love Myself'를 들었다. 감미로운 리듬과 함께 시작한 노래에는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미로 속에선 날 믿어.”

그래, 어느 순간 우리는 자신에게 너무 인색하다. 나이 들면서 많은 것을 잃고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우리는 점차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됐고, 반복된 실패 속에서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다시 자신을 신뢰할 수 있을까?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자신을 믿어야 한다. 자기 확신없이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마흔이란 삶의 중요한 지점에서 자신을 믿는다는 것은 중요한 결단의 발로다. 에머슨의 말처럼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이다.’


연설 후, RM은 ‘Rap Monster’ 란 초기 뜻을 ‘Real Me’ 로 바꿔서 활동하고 있다. 이것은 그가 자신의 음악을 통해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나는 스스로 이름을 정의해 가는 그의 행적이 멋지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응원하고 싶다. 자신을 믿고 신념을 갖게 된다는 것은 이렇게 멋진 일이구나. 나는 한번 더 감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시대의 마흔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마흔에는 타인의 말에 흔들리지 말라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