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 매일 오는 빌런이 있다. 수영 라인을 마음대로 넘나들고 따라붙고 작고 짧은 수영복을 입는 아저씨 빌런. 어느 날은 풀에 분명 혼자 있었는데 어디선가 나타나더니 갑자기 폭언을 했다. (수영을그딴식으로하니까평생못한다때려쳐라영법이왜그러냐한심하다 등등등)
첨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가 빌런 -> 싸이코가 이 일을 또 저지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수영 후 카운터에 민원을 넣었다.
기분 나쁘셨겠어요.
주의를 주겠습니다.
기분 푸세요.
그 당시 카운터 직원이 남성분이었는데 기분이 나빠서 민원을 넣은 거라고 생각하길래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 싸이코가 나 말고도 다른 분에게도 폭언을 할 것 같다. 주의를 잘 줘라 하고 수영장을 나왔다.
하지만 기분을 푸세요.라고 몇 번이나 말하던 것이 거슬렸고 결국 나는 도시공사에 공개로 민원을 넣었다. 그리고 다음날 수영장이 난리가 났다. 강사들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고 공무원은 김ㅅㅇ이 누구냐고 찾더라고.
여자 강사님은 민원 넣어줘서 잘했다고 하시고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나를 찾던 윤공무원을 나타났다. 윤공무원은 민원처리 문제가 심각했다. 강습 중에 물 밖으로 올려 진술을 3번이나 하게 했다. 싸이코랑 마주치기 싫다 했는데 다들 강습 중이라 물안에 있고 밖에 있는 사람은 나랑 싸이코뿐이라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윤공무원은 또한 중재자로 진술을 전달했는데 싸이코는 그런 적 없다고 우겼고 기분이 나빴다면 얼굴을 직접 보고 사과하겠다고 했다. 나는 더더더 가까이 마주치기 싫었고 싸이코가 폭언을 인정했으면 민원을 끝내겠다고 했다. 이 싸이코는 이미 오랫동안 아주머니, 할머니에게 폭언으로 유명해서 꽤 여러 번 지적받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아무도 공식민원을 넣지 않아 도시공사 측은 몰랐다고 한다.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참았고 아님 시간강사에게 민원 넣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강사는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의미가 없었다.
윤공무원은 폭언이 사실이냐며 그간 공식민원이 없어 내 말을 믿지 않았고 역시나 내가 화풀이로 민원 넣은 걸로 아는지 계속 기분을 풀라며 상급반이면 수영도 잘하니까 또라이들 원래 많으니까 마주치기 싫으면 자유수영을 나오지 말란다.
윤공무원 대처에 속이 부글부글 했지만 내 목적은 싸이코 얼굴을 모든 사람들이 아는 거였고 윤공무원이 개념 없이 물밖에서 진술시켜 모든 사람이 싸이코 얼굴을 알게 되어 화를 진정시켰다.
그런데 일이 여기서 안 끝났다. 집으로 도망친 싸이코가 갑자기 본인은 그런 적이 없다며 나를 고소하겠다고 민원을 넣은 것. 윤공무원은 나에게 연락해 싸이코가 나를 고소하겠다 말을 전했다. 그리고 나보고 싸이코를 직접 만나서 일을 해결하자고 회유했고 계속 폭언이 사실이냐며 의심했다. 피해자가 있으면 좀 모아서 데려오면 안 되냐고 까지 말했다. 어안 벙벙하고 고소한다 해서 겁이 살짝 났지만 난 싸이코의 이름도 모르고 민원내용에 개인정보가 1도 없어 고소는 불가했다.
그렇게 윤공무원과 반나절을 통화했고 싸이코는 도를 넘어 나를 직접 만나서 사과를 받겠다고 했다. 싸이코가 계속 얼굴을 보고 이야기 하자고 하는것이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일처리를 이렇게 하는 윤공무원은 아주 싸대기를 휘갈기고 싶었다. 나는 고소할 수 있으면 하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일이 지체되자 윤공무원이 민원을 종결해 달라고 빌었고 진실이 아니든 말든 나는 가해자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싸이코가 만나자고 하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자랑이냐...) 마지막 전화통화에선 윤공무원은 나인 척 사과한 척 전하겠다고 제발 제발 이 민원을 종결시켜 달라 했다. 결국 내가 올렸던 글도 삭제하고 나의 헛소리로 일이 마무리 됐다. 매우 어이가 없고 화병 나지만 내가 원하던 건 싸이코가 누군지 모두가 알고 조심하는 상황이었기에 마무리 지었다.
수영장의 싸이코 한 명을 고발했을 뿐인데 헛소리한 사람이 되었다. 겨우 폭언이라지만 그것을 당한 나와 할머니들, 아주머니들은 얼마나 화가 나는 상황인지. 내가 키 180에 남성이었다면 싸이코는 내게 폭언을 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건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고 감정을 풀라고 말한 개똥꾸녕에 마른 똥같은 윤공무원 때문에 더 힘들었다.
네가 참고 피했어야지, 넘어갔어야지 왜 일을 크게 만드냐 피하지 못한 네 잘못이라고 말한 몇몇 아주머니들도 있었다. 나만 피한다고 해결되나? 싸이코는 그 부분을 알고 지속적으로 특히 할머니들에게 폭언을 자주 했다. 그러다 만만하게 생긴 나한테까지 폭언을 한 거고 하지만 나는 참지않긔.
그래도 공감해 주는 쪽이 더 많았다. 할머니들이 손도 잡아 주고 대신 이야기 해줘서 고맙다고도 하시고 조심하라고 아주머니들 군단이 너를 싸이코로부터 지켜주겠다는 말씀도 하시고 많은 연대와 응원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일 이후 싸이코는 월수금은 안 나오고 나는 살이 1kg가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