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눈앞에는 브랜드와 제품들이 넘쳐납니다. 따라서 '기억에 남는 것'이 곧 브랜드의 경쟁력이죠. 실제로, 비보조인지 (Unaided Brand Awareness)와 매출, 마켓셰어는 통계학적으로 매우 큰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마케터로서 우리의 목표는 소비자의 기억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억의 단계를 이해하고, 이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각기억 - 단기기억 - 장기기억은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기억의 3가지 주요 단계입니다. 각각의 단계는 정보가 기억으로 전이되는 방식과 시간의 지속성에 따라 구분됩니다.
먼저, 감각기억은 외부의 감각 자극을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저장하는 기억의 초기 단계입니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 감각 기관을 통해 입력된 정보가 1초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저장됩니다. 이 기억은 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에 중요한 감각 정보를 단기 정보로 넘기기 위해서는 주의가 필요해요.
단기기억은 감각기억에서 주의와 선택을 통해 선택된 정보가 잠시 동안 유지되는 기억 단계입니다. 보통 20~30초 동안 지속되며, 제한된 용량을 가지고 있어요. 한 번에 보통 7개의 항목을 기억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매직 넘버 7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전화번호를 듣고 그 번호를 잠시 동안 기억하며 전화를 거는 것이 단기기억의 예입니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거나 반복이 부족하면 단기기억은 사라지기 쉽습니다.
장기기억은 정보가 오랫동안 저장되어 필요할 때 다시 꺼내어 사용할 수 있는 기억 단계입니다. 이 기억은 시간적으로 거의 무제한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장기기억에는 두 가지 주요 유형이 있어요. 첫 번째는 명시적 기억 (Explicit Memory)입니다. 이는 의식적으로 회상할 수 있는 기억으로, 어렸을 때 겪었던 생생한 추억이 그 예입니다. 두 번째는 암묵적 기억 (Implicit Memory)입니다. 이는 의식적인 회상 없이 수행되는 기억으로, 기술이나 습관 같은 것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자전거 타는 법을 몸이 기억하는 것이 장기기억의 예입니다.
주의, 인코딩, 반복은 정보가 감각기억에서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전이되고 오래 유지되기 위해 꼭 필요한 3가지 과정입니다.
주의는 특정 정보에 집중하고 다른 정보를 걸러내는 과정입니다. 우리 뇌는 모든 감각 정보를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주의는 중요한 정보를 선택하여 단기기억으로 전달합니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 중 중요한 대화에 집중하는 것이 주의의 예입니다. 주의는 필터 역할을 하며, 주의가 부족하면 정보가 단기기억에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이후 인코딩이나 반복이 무의미해집니다.
인코딩은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를 장기기억에 저장하기 위한 변환 과정입니다. 단순히 정보를 수동적으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고 기존의 지식과 연결하는 활동을 포함합니다.
인코딩을 위해서는 의미화, 시각화, 청각화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의미화 (Semantic Encoding)는 정보를 의미와 연결하여 저장하는 방법입니다. 새로 배운 단어를 기억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이것이 의미화의 예입니다. 시각화 (Visual Encoding)는 정보를 이미지로 변환하여 기억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외워야 할 목록을 그림으로 연상하는 것입니다. 청각화 (Auditory Encoding)는 정보를 소리로 변환하여 기억하는 방법입니다. 학창 시절 조선 왕 계보 '태정태세문단세'나 주기율표를 노래나 리듬을 통해 정보를 암기하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반복은 정보를 의도적으로 되풀이하여 기억에 남도록 하는 과정입니다. 정보를 여러 번 되풀이하여 장기기억에 저장하거나, 이미 저장된 장기기억을 강화하는 과정입니다. 시험공부를 할 때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복습하면 그 정보가 장기기억에 더 오래 남게 되지요? 이것이 반복의 힘입니다.
기억 형성 이론을 마케팅 전략에 연결하면, 고객의 기억 속에 브랜드나 제품이 오래 남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기억 게임에서 이기고, 매출과 마켓 셰어를 올릴 수 있지요. 이를 위해 주의, 인코딩, 반복의 원리를 다음과 같이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고객이 많은 정보와 자극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브랜드가 눈에 띄도록 주목을 끄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렬한 색상, 독특한 로고, 특별한 영상 기법을 활용하여 광고가 눈에 띄게 하거나, 타겟 소비자의 관심사 혹은 트렌드와 연관된 캠페인을 통해 주목을 이끄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세계 1위 감자칩 브랜드 Lay's는 'No Lay's, No Games'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의 주의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냈습니다.
Lay's는 데이비드 베컴과 티에리 앙리를 AC 밀란과 PSG의 경기가 열리는 산 시로 경기장으로 초청했습니다. 킥오프 직전 베컴은 앙리가 자신의 Lay's 칩을 모두 먹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사람은 스포츠 경기장의 키스 캠을 변형한 "칩 캠'을 통해 경기장에 모인 75,000명의 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저희와 같이 경기를 볼 Lay's를 가지고 있는 분을 찾아주실 수 있나요?"
칩 캠은 관중들을 스캔했습니다. 이 긴박하면서도 유쾌한 상황 속에서 관중들은 피자, 빈 Lay's 봉지 등을 보여주기 시작했어요. 마침내 두 사람은 Lay's를 가진 아버지와 딸을 발견합니다. 이 두 팬은 전설적인 축구 스타들과 함께 축구를 관람하는 행운을 얻었어요. 그리고 이 과정은 이번 시즌 동안 방영될 No Lay's, No Game 광고의 핵심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소비자와 시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데이비드 베컴과 티에리 앙리, 두 축구 스타들의 조합은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Lay's를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각인시키고 브랜드 가시성을 강화했습니다. 축구 문화의 열정과 관중의 에너지의 조화는 타겟 고객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었어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브랜드나 제품이 고객의 삶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나 제품이 고객의 일상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야기로 전달할 수도 있고, 감정적 연결이나 재미있는 상황을 통해 브랜드에 감정을 이입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나이키가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브랜드를 도전 정신과 연관시키는 것이나, 애플이 직관적인 상황을 통해 제품의 강점을 쉽게 기억할 수 있게 전달하는 "Relax, it's iPhone" 캠페인이 예가 될 수 있어요.
애플의 사례를 살펴볼게요.
이 광고는 한적한 오프로드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거대한 호박을 끄는 트랙터 운전사가 등장하고, 카메라는 그가 먼 길을 이동하는 여정을 따라갑니다. 루다크리스의 'Two miles an hour'가 흐르는 가운데, 남자는 마치 이 곡의 제목처럼 천천히 산맥을 향해 끝없이 펼쳐진 길을 따라 나아갑니다. 운전석에는 내비게이션 앱이 활성화된 아이폰 14 플러스가 있습니다. "102마일 후 직진하세요."라는 안내에 운전자가 눈썹을 치켜듭니다. 광고는
걱정 마세요. 아이폰 14 플러스잖아요."라는 문구로 마무리됩니다. 긴 여정과 아이폰의 대용량 배터리를 연결한 이 광고는 배터리 용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폰 14 플러스의 배터리 용량은 4325mAh로, 당시 아이폰 중 가장 큰 배터리 용량을 자랑합니다. 아이폰은 이 숫자를 강조하는 대신, 대용량 배터리가 유용한 상황을 재미있게 활용했어요. 소비자와 브랜드를 잘 연결한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고객의 장기기억에 각인되려면 반복, 반복이 중요합니다. 오레오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오레오는 "Trust the twist"라는 브랜드 플랫폼을 통해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어요. 이번 프로그램은 MIT 공대 연구진이 2022년에 진행한 연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연구진은 OREO 쿠키를 비틀 때 왜 크림이 항상 한쪽 면에만 붙고 균등하게 분리되지 않는지를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연구진은 “OREOmeter”라는 특별한 장치를 만들어 실험했지만,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대요. 이 연구는 오레오를 비틀면 왜 한쪽 면에만 크림이 남는지는 알려주지 못했지만, 이것이 결정을 내릴 때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Trust the twist는 일상생활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과 오레오를 비틀어 결정을 내리는 위트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에서 주의, 인코딩, 반복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고객의 기억 속에 브랜드와 제품이 더 깊고 오래 남을 수 있어요. 주의를 끌기 위해 다양한 자극과 감성적 요소를 활용하고, 인코딩을 통해 브랜드가 고객에게 주는 의미를 명확히 하며, 반복을 통해 브랜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감정은 이 모든 것의 증폭기 역할을 합니다. 감정은 사람들의 기억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긍정적인 감정은 특히 기억에 오래 남지요. 아이디어를 평가할 때 "이 아이디어가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아이디어는 소비자의 기억에 오래, 깊게 남을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