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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룡 Aug 26. 2022

휴가 끝, 출근 시작

잘 놀다 왔는데 왜 웃지를 못하니

얼마 전 춘천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나는 보통 휴가를 앞두고 2주 전부터 살짝 설레기 시작한다. 그쯤부터 예약한 숙소도 한번 더 들여다 보고, 주변 맛집이나 명소를 찾아 정리해 놓는 편이다. 1주일 전부터는 일이 손에 안 잡히기 시작한다. 정말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아니면, 휴가 뒤로 조금씩 미뤄두기도 한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미룬 일에 대한 걱정 따위는 이미 접어둔 지 오래다.


"제발 휴가 떠나는 날까지 일만 터지지 말아라..."


혹시라도 발목이 잡힐 만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지만 말이다.


드디어! 휴가 전 마지막 출근날이 왔다.

이 날은 팀원들과 이별 인사하기 바쁘다.

"나 내일부터 휴가야~!"

"잘들 있어, 나 찾지 마!"

숨길 수 없는 웃음과 함께 마무리 인사를 하고 세상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사를 빠져나온다.

이제 출근까지 7일이나 남았다. 아주 먼 미래의 얘기인 듯하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

??? 왜 벌써 내일 출근인 거죠...?

순식간에 휴가 마지막 날 밤이 찾아왔다. 매달 통장을 스쳐가는 월급만큼이나 나의 휴가도 빠르게 흘러갔다.

아쉬운 마음에 맥주 한 캔으로 마음을 달래 보지만, 내일부터 가서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서 자꾸 맴돌기 시작한다. 컨디션이라도 조절할까 싶어 이른 시간 침대에 누워보지만 몇 시간을 말똥말똥하게 보낸다.

아침은 밝았고, 반복되는 한숨과 함께 출근 준비를 마치고 세상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지독한 불치병... 연휴 후유증이 또 찾아왔구나.


연휴 후유증은 정말이지 지독한 불치병이다.

비단 휴가가 아니라도 명절이나 소위 '징검다리 휴무'를 보내고 나면 출근길 발걸음이 무겁다 못해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팀장님이 반가운 얼굴로 반긴다.

"잘 쉬다 왔어? 아, 진행 중인 업무 수요일까지는 보고 좀 해줘".

(음.. 현실로 돌아왔구나)

그렇게 정신없는 첫날을 보내고, 또 며칠을 보내고 나면 휴가는 언제 다녀왔나 싶을 정도로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 금세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휴가를 기다리며 힘든 회사생활을 버틴다. 그리고 금세 지나가버린 휴가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느라 바쁘다. (회사 다니는 동안 무한반복이다.)

연휴 후유증. 완치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극복은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딱 하루만 더 쉬면 좋겠어.

휴가 마지막 날 잠자리에 들 때면 한 번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하... 더도 말고 딱 하루만 더 쉬면 좋겠다."

하루만 더 쉬면 출근 걱정이 없어질까? 전혀 아니다.

아무리 길게 놀다 온다고 한들 업무 복귀의 압박감은 쉽사리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다.

걱정이 많은 게 걱정이다.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면 밀렸던 업무가 쉴 새 없이 몰아칠까 하는 걱정.

꼰대 상사의 잔소리 폭격이 쏟아질 걱정.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사람에 치일 걱정.

시계 알람 소리 못 들을까 하는 걱정 등...

돌이켜 떠올려 보면, 막상 출근해도 별일 없지 않았나요?

걱정이 들 때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늘 내가 해오던 일이고, 별거 없을 거라고.

한편으론 이렇게 생각을 해보는 건 어떨까?

휴가가 기다려지고 즐거운 것도 그만큼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365일 맘껏 놀 수 있는 사람에게 휴가는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있다. 반면, 우리는 열심히 일했기에 휴가가 특별한 것이다. 휴가의 달콤함도 힘든 직장생활을 견뎠기에 느낄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정답은 없다. 그저 자신만의 생각대로 스스로를 위로해볼 뿐이다.

(기분이 더러운 건 어쩔 수 없어요)


여러분들은 휴가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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