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룡 Sep 02. 2022

팀장님,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좋은 상사, 나쁜 상사, 이상한 상사.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는 꽤 중요하다.


상호 간에 '합'이 맞아야 일이 산으로 가지 않는다. 누군가와 의견이 안 맞거나, 성향 차이로 인한 갈등을 빚게 되면 회사생활이 불편해 지기 쉽다.

만약, 팀장님과 의견 충돌이나 성향 차이가 있다면 어떨까? 그때는 불편함 이상의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팀장님과 나는 매년 평가자와 피평가자로 마주하는 관계이다. 그리고 그 평가는 '돈'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팀장님에게 '잘 보여야'한다. 근본적으로 서로 의견이 부딪힌다고 해서 동등하게 토론을 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암묵적으로 그들은 '갑'잊다. 그래서 '좋은 팀장'을 만나는 건 아주 중요한 문제다.


어떤 상사든 다 좋은 사람이다.(평상시에는 그렇다.) 보통 위기의 순간을 마주 했을 때 우리 팀장님이 어떤 상사인지 알게 되는 것 같다. 회의 시간에 의견 충돌을 겪거나, 함께 마무리했던 일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 말이다.

나는 지금껏 6명의 팀장님과 일을 해왔다. 그들 모두는 일하는 방식, 선호하는 조직 문화, 대화하는 방식에서 각자만의 색깔을 지니고 있었다.



1. 좋은 상사


여러 팀의 팀장님들이 참석한 회식자리가 있었다. 그중 한 분이 우리 팀장님에게 질문을 던졌다.


"팀장님 저번에 가보니까 밑에 애들이 보고할 때 뻔한 얘기도 다 들어주고 있던데, 답답하지 않으세요? 오래 해보셔서 잘 아실 텐데 고개 끄덕이면서 듣고 계시더라고, 껄껄껄"


"담당자는 나한테 그걸 들고 오기 위해 며칠을 고민하고 준비했을 거야. 내가 거기서 중간에 말을 끊어 버리거나, 아는 내용이라고 돌려보낸다면 그다음에는 자기의 생각을 말하기 어려워할 거거든"


맞은편에 앉아 조용히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나는 그의 속내를 알아차리고는 크게 감명받았다. 수직적인 구조의 회사에서 부하직원의 입장을 고려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부하직원의 생각을 들을 준비를 하고, 조금은 답답하더라도 기다려주는 상사였다. 그의 말에는 감정이 섞이지 않았다. 항상 비슷한 어조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는 그와의 소통에는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책임감도 지니고 있었다. 자신의 결재를 거친 일에 대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황을 회피하거나 담당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자연스레 팀장님과 직원들 간에 신뢰가 쌓여갔다.

더불어 업무 지시의 밸런스를 잘 유지했다. 본인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면서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담당자가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소통, 책임감, 신뢰, 업무 방식 등 모든 면에서 훌륭했다.

그 분과 일한 지 몇 해가 흘렀다. 가끔 그런 노래가 떠오른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2. 나쁜 상사


함께 일하기 힘든 상사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1) 손이 많이 가는 상사

주변에서 계속 챙겨줘야 하고, 도와줘야 하는 유형이다.

"이번 온라인 교육과정 김대리가 시험 좀 봐줘".

"비 오는데 우산 좀 사다 주라?"

"나 내일 연차니까 책상 좀 싹 정리해놔"

이런 팀장은 팀원을 자신의 몸종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2) 어제와 오늘이 다른 상사

어느 날 상무님 방에서 1시간 이상 잔소리를 듣고 나온 팀장님이 결재판을 책상에 집어던지며, 담당자를 찾았다.


"야, 황 과장 너 왜 이렇게 의사 결정했어?"

"아니, 어제 팀장님께서..."

뒷말이 이어지기 전에 팀장은 황급히 말을 끊었다.

"아, 됐고 내가 언제 이렇게 하라고 했어? 왜 네 마음대로 보고서를 써!"


웃기지도 않는다. 본인이 컨펌한 보고서니까 직접 들고 상무님 방으로 들어간 게 아닌가?

잘되면 내 덕이고, 안되면 남 탓만 하는 사람이다.

그가 어제 했던 지시는 일의 결과에 따라 종종 없던 일이 되어버린다.


3) 험담이 취미인 상사

"야, 김 과장. 박 대리 책상 봤어? 정리 좀 하라고 해"

"최주임은 왜 회식을 자꾸 빠지는 거냐. 주임 맞냐"

"김 과장 그놈은 요즘 야근을 안 해.

 정말 할 일이 없나 봐"


하루에도 여러 사람에게 팀원 험담을 돌아가며 하느라 바쁘다. 듣는 사람이 당사자에게 전달이라도 해주길 바라는 건가?


3. 이상한 상사


MZ세대들에게 호되게 당한 팀장님 이야기다. 기성세대 한 사람으로 20여 년 회사생활을 해오던 팀장님은 요즘 친구들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6시 땡 하면 할 일 다 했다고 PC 끄고, 아침에는 9시 다돼서야 나오고 말이야. 하여튼 배려를 해주는 게 지들 권리인 줄 알아"


어느 날 갑자기 허공에 대고 다 들으라는 듯 소리쳤고, 참다못한 신입사원이 굴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해 나갔다.

"할 일을 안 한 것도 아니고, 규정 상 출퇴근 시간을 어긴 것도 아닌데 제가 뭘 잘 못한 거죠?"

어이없다는 듯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피해 버렸던 팀장님. 며칠 뒤부터 이상하게 변하셨다.


"눈치 없이 오늘 좀 일찍 나왔어. 신경 쓰지 마. 내가 이상한 거야"

"회식을 좀 할까 하는데 우리 MZ친구들도 시간 좀 내주 실수 있을까요? 괜히 뒤에서 욕하거나 어디 블라인드에 올리지 마시고요."


당돌한 부하직원들에게 스스로 담을 쌓고 속 좁게 행동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그들은 각자 스타일대로 꽤 별로인 사람이 되어버린다. 스스로 젊은 세대에 대한 이해를 포기해 버린 꼴이다. 자신이 리더라면 그런 속 좁고 편협한 행동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후배들은 나와 일하고 싶을까?

후배들도 내가 어떤 선배인지 평가할 것이다.

선배나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비치기를 누구나 바란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연습을 종종 한다.

좋은 상사로부터 장점을 배우고, 나쁘거나 이상한 상사들을 보며, 나 자신은 그렇지 않은지 돌이켜 보면서 말이다.

언젠간 나도(우리도) 누군가의 팀장님이 될 것이다.

이왕이면, 후배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상사가 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휴가 끝, 출근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