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아, 나대지 마
모든 일은 끝이 중요하다.
어떤 일이든 아무리 시작이 좋아도 마무리를 망치면 '실패'가 되어버린다.
보통 회사에서는 보고를 함으로써 업무가 마무리된다. 그리고 그 보고서를 통해 일을 잘했는지 못했는지 평가받는다.
간단한 구두 보고부터 PT까지 그 형태는 다양하나, 보고의 핵심은 같다.
"정확한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상사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여러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보고서 좀 가져와봐.
보고를 하려면 보고서부터 써야 한다. 사실, 보고서만 잘 작성해도 70%는 성공이다. 잘 만든 보고서만 옆에 끼고 있어도 보고할 때 꽤나 든든하다. 하지만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보고 기한이 눈앞에 닥치면, 부랴부랴 파워포인트 파일을 연다. 하얀 도화지를 보고 있자니, 한숨부터 나온다.
"하... 장표는 언제 다 채우지...?"
기한 내에 맞춰야 한다는 조급함에 이런저런 내용을 넣어서 장표를 채워 본다.
경험상 그렇게 쓴 보고서는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들다. 대개 그런 경우 보고서에 자신의 생각이 담겨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열심히 자료는 다 찾아 놓고, 정리를 못해서 한 소리 들으면 억울하지 않을까.
수많은 실패작(보고서)을 만들고 나서야 이제 좀 칭찬을 받기 시작한 나만의 방법은 이렇다.
1. 자료 수집은 충분히
보고서는 기초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진다. 데이터가 개방된 세상이라지만 생각만큼 원하는 자료를 얻는 게 쉽지만은 않다. 기획을 위한 여러 재료를 수집한다는 생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2. 읽으면서 써보세요.
여러 자료 중 보고서에 담고자 하는 내용만 추려서 구성을 기획한다. 상사가 보기에 익숙하면서도 보고하는 입장에서 편하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도록 흐름을 구성하는 편이다. 작성하기 시작하면 중간중간 실제 보고하듯이 읽어보며 진행한다. 이렇게 하면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 보고서의 흐름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좋다.
3. 비우고 비우고 또 비우기.
"간단하다는 것은 복잡하다는 것보다 어려울 때가 있다" -스티브 잡스-
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할 때 항상 생각하는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을 장황하게 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듣는 사람을 지치게 하고, 핵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빨리 일을 끝내고 싶은 생각에 보고서 작성을 끝냄과 동시에 들고 가기 전에 잠깐 멈춰보자. 혹여나 빼도 될 말은 없는지, 어떻게 하면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길 추천한다.
2-3시간 정도 그런 시간을 가지면 좋은 평가를 받을 확률이 오를 것이다.
자, 보고해 봐.
회사에서 소위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들을 보면 대개 보고를 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직장인은 보고를 통해 자신의 업무 역량을 집약해서 보여 줄 수 있다. 물론, 잘했을 때 이야기다.
입사 초기 보고 하는 게 큰 스트레스였다. 보고서도 허접해 보였고, 그 조차도 내용이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에라, 모르겠다."
두서없이 얘기를 주저리 이어갔고, 단순한 질문에도 답변을 못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찜찜한 마무리가 계속됐다.
어느 순간 보고 울렁증까지 찾아왔다.
어느 날 팀장님께 보고하던 중 목소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숨이 차올라서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였고, 심한 경우에는 듣는 사람이 불편해할 정도였다.
준비가 부족했고, 그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었다. 꼭 해야 하는 일이고, 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만의 원칙을 세우고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1. 보고서의 주인이 나라는 인식
며칠 동안 열심히 만든 보고서의 주인은 바로 작성한 나 자신이다. 직접 조사하고 정리해서 기획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많이 알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간혹 상사의 질문에 긴장해서 쉬운 질문에도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순간 잊었거나 질문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
상사라고 더 많이 아는 건 아니다. 적어도 내 보고서에 대해서는 누구 앞에서도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자신감을 얻고 들어가는 순간, 절반은 이기고 들어갈 수 있다.
2. 주도권 이어가기
중간에 말을 가로채는 상사가 있다. 상사가 이런 성향을 지닌 경우 보고하기가 쉽지 않다.
이야기의 주도권을 본인이 잡으려 하고, 자칫 나의 흐름을 빼앗길 수 있다.
why?
그런 상사는 주로 왜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면서 보고자가 제대로 알아보고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러는 경우가 많다.
예상 질문을 잘 준비했어도 100% 대응하는 건 쉽지 않다. 질문에 당황해서 머뭇 거리는 순간 상사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순식간에 주도권을 쥐고 흔들지도 모른다.
명심하자. 내가 쓴 보고서이고, 가장 많이 아는 것도 나다. 모르는 질문이 나왔다면 핵심에서 벗어난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감을 갖고 끊을 건 정중하게 끊어야 보고 흐름을 뺏기지 않는다.
학생 때부터 발표 울렁증이 있었다. 이목이 집중되는 게 불편했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하는 순간 목소리가 떨리는 건 통제불능이었다.
하지만 회사원이 상대에게 발표하고 보고하는 건 이제 꼭 필요한 job이다. 실패와 성공경험을 넘나들다 보면 어느새 차분하게 보고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상사나 선배는 선생님이 아니다. 서로 업무를 공유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라고 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그저 윗사람이라는 이유로 나를 휘두르려는 사람들이 많다.
절대 중심을 잃지 말고, 스스로 만든 보고서에 믿음을 갖고 있으면, 쉽사리 휘둘리거나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