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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국보다 낮술 Jan 14. 2021

한번은, 보고타 #1

한번은, 보고타 #1


한번은, 보고타 #1 


한번은 콜롬비아 보고타에 혼자 떨어진 적이 있다.


이전 일정과 간격이 너무 빡빡해서 현지 팀과 조율할 시간이 없었다. 현지에서 일정을 진행중인 팀과는 별개로 혼자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하고 약속 시간에 보고타 현장으로 가서 담당자와 세부 일정을 조율하고 촬영을 진행하는 일이었는데.


“남미 위험하다” “그 중에서 보고타가 끝판왕이다”는 주변의 우려가 있었지만, 한창 남미 여행의 로망이 생기던 때라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밤 11시에 혼자 공항에 도착해서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특히 택시를 함부로 타지 마라”는 이야기가 귓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짐을 찾고 택시 승강장으로 나와서 주위를 둘러보니, 하나같이 강도의 얼굴이고 카르텔 조직원의 포스였다.


엘도라도 공항


‘공항에서 아침까지 버텨볼까?’


아침 일찍 미팅 시간을 맞춰야했고, 무엇보다도 비행 시간이 길어서 몹시 씻고 기절해버리고 싶었다. 장비들을 껴안고 공항에서 개운하게 잘 자신도 없었다. 

계속 목에 걸고 있던 라이카를 가방 깊숙이 넣었다.


자정을 거의 눈앞에 둔 공항 택시 정류장은 많이 어두웠다.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을 정도로 무척 사랑하는 성격이지만 지금도 스페인 영화가 땡기지 않는 트라우마가 생긴건 아마도 그 곳의 기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호텔 브로셔를 바인더에 끼워 펼치며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택시 드라이버들이 사방에서 에워쌌다. 


‘아, 오늘 이 구역의 호구는 나구나’


그 중에 가장 호감이 가고, 내가 예약한 호텔 브로셔를 첫페이지에 끼워 보여주던 젊은 드라이버에게 차가 뭔지 보여 달라고 했다. 구글 번역을 돌릴 사이도 없었다. 손짓 발짓으로~


이상하게 노란 택시가 정이 안갔는데, 나를 한 구석까지 데리고 가더니 허름한 흰색 승합차를 가리켰다.

피곤했고, 알아듣지 못하는 이야기로 브로셔 바인더를 넘기는 다른 선해 보이는 얼굴을 찾기도 불가능했다. 

뻥카를 귀신같이 잡아내던 어릴 때 촉을 믿기로 했다.



#once #bogota #colombia #southamerica #한번은 #보고타 #콜롬비아 #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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