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 #3
한 번은, 보고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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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조수석 문이 열리자 심장마비가 올 것 같이 놀라는 나는 안중에도 없이, 여자는 택시 드라이버와 친근한 남미식 인사를 건넨 후에야 뒤를 돌아보며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나에게도 상냥한 인사를 건넸다.
“올라~”
나도 멍한 가운데 같이 인사를 하긴 했지만, 그들은 이제 2인조가 됐다는 변수가 생겼다. 여성이라는 게 더 불안했다. 혹시 미인계로 안심시킨 다음???
‘그냥 같은 택시 동료겠지? 그 누구의 판타지처럼 반정부군과의 로맨스가 일어난다면?
앞쪽에 둘이니까 칼은 해볼 만 한데 총이라도 꺼내면 어쩌지?...’
서너 가지 경우의 시뮬레이션으로 머릿속은 터질 것 같고, 심장은 몸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뛰는 가운데 차는 어느새 불빛 하나 없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사실, 조수석에 올라탄 제2의 여성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동시에 내 손은 이미 카메라 가방 속으로 들어가 카메라 스트랩을 한 번 꼬아 잡고 있었다. 렌즈를 마운트 하지 않은 C사 카메라의 무게가 거의 1kg에 스트랩 길이가 50cm 정도 되니까, 한 때 쌍절곤 좀 돌렸던 실력으로 휘두르면 만일의 경우에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데미지는 황동으로 된 라이카가 더 크게 줄 수 있겠지만 35mm 렌즈까지 끼워져 있는 라이카는 소중하니까 참아야지’
총을 들이대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의 경우에 대비한 리액션을 상상했다.
앞자리의 두 사람은 말이 많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한마디를 던지면 밝게 호응하는 식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총은 잘 챙겼어?”
“어디에서 해치울까?”
“바보 같은 놈, 우릴 뭘 믿고 덥석 올라 타지? 푸하하”
나는 그들의 대화에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며 불안감을 키워갔고, 고속도로를 20분 정도 달렸을 때쯤, 드디어 일은 일어나고 말났다.
고속도로에 아무것도 없는데 택시 드라이버는 갑자기 브레이크를 잡더니 속도를 떨어뜨렸다.
‘아, 어쩐지 일이 잘 풀린다 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불안이 100의 상태를 찍었다.
꼬아 잡은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 꽉 쥔 다음, 본능적으로 차 뒤를 돌아봤다.
‘역시 뒤에서 따라오던 차에서 일당들이 내려서... 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