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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아온 Jan 16. 2017

고3이 된다는 것.

고3을 보낸다는 것.

이 글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Title : 고3이라는 것.
1. 고3이 된다는 것.
2. 고3을 보낸다는 것. 
3. 고3을 끝낸 다는 것.



의지만 있다면 모든 될 것 같았다.


투자한 시간만큼 성적이 나올 거라고 달려들었다.


자신의 의지만 있으면 될 것 같아서 학원도 끊고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하겠다고 버텼다.



해가 뜨는 날에 교문 앞을 통과하지 못했을지라도 괜찮았다.


문제집을 사며 '이건 다 풀 수 있을까.'라며 한숨을 쉬었을지라도 괜찮았다.


익숙지 않은 공부량을 3배로 늘려도 괜찮았다.


다른 친구들이 자고 있을 때 나는 공부를 했을지라도 괜찮았다.


'넌 왜 그런 선택을 했냐.'라며 엄마가 날 타박했을지라도 괜찮았다.


같은 정시파 애들이 수다를 떨 때도 괜찮았다.


친구들이 자기소개서를 쓴다고 교무실을 왔다 갔다 하고, 수시를 끝나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봐도 난 괜찮았다.


하지만 결국 그것도 이제 와서 괜찮은 것이지, 당시에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수능 끝나고 살을 빼자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칼로리 높은 것들을 잔뜩 먹고,


수능 끝나고 재미있는 애니를 보자며 목록을 잔뜩 적고,


수능 끝나고 색다른 공부를 하자며 컴퓨터 공부, 일본어 공부 등의 계획을 잔뜩 짜고,


수능 끝나고 한 동안은 맛난 것을 먹으러 다니자고 친구들과 계획을 짜고,


수능 끝나고 '아르바이트해볼까?'라며 생각도 해보고,


화려한 온갖 것들을 생각하며 그리 보내며.



자신의 삶이 글이 된다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생각하며 일기를 써보며 버텼다.*


익숙한 사랑노래를 버린 채 희망 노래를 찾으며 버텼다.


'꾹 참아서 공부했더니 성공했더라'라는 소식을 들으며 버텼다.


쨍쨍했던 더위가 서늘한 바람으로 변하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마음속으로 느끼며 버텼다.


자신이 대학을 가려는 이유가 꿈을 위해서라는 생각을 하며 버텼다.


그 꿈을 열심히 이루고 있는 상상을 하며 버텼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한 번도 못 가본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꿈을 꾸며 버텼다.




그리- 보냈다.





*수능 D-가 그 얼마 안 되는 흔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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