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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안 Mar 28. 2024

런던으로

낯선 곳을 헤매기 위해 떠나왔다

큰 기대 없이 영국으로 떠났다.

물가는 비싸고 날씨도 우중충하고 음식은 맛없다는 이야기를 사전 지식으로 무장하고.


그러나,

우리가 영국에서 만난 것은 어린 시절 보던 동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소박하지만 품위 있는 건물과 집집마다 가지고 있는 정감 어린 정원, 친절한 사람들이 주는 감동, 영국은 안정적이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9일간의 일정,

서유럽과 우리나라는 폭염이었는데 영국은 북반구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날씨가 쌀쌀해서 반바지는 꿈도 못 꾸고 긴바지에 긴 남방과 점퍼까지 입고 머플러를 하고 다녔다.


햇살과 구름을 머리에 이고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여름 풍경을 보는 기분은 특별했다. 

영국 여행을 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여름이다.



영국 여행 경로

장화 모양의 영국을 우리는 이렇게 여행했다.


뒤꿈치 - 런던에서 시작해서

발바닥 중간 - 바스와 스톤헨지, 옥스퍼드, 셰익스피어 마을, 코츠월드를 거쳐

앞코 - 콘월 지역 미낙 극장과 세인트 아이브스를 지나

발등 - 세인트 오스틀에 있는 에덴 프로젝트를 지나

발목 - 에든버러까지 갔다가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인천으로 왔다.

우리의 여정
런던 - 바스 - 스톤헨지 - 옥스퍼드 - 셰익스피어 생가 -코츠월드 - 콘월(미낙 극장, 렌즈 엔드, 세인트 아이브스, 에덴 프로젝트) - 에든버러 - 런던



이스탄불 공항

금요일 밤 인천공항에서 터키항공을 타고 이스탄불을 경유하여 런던으로 갔다.


복잡하기로 악명 높던 이스탄불 공항이 2019년 4월 신공항으로 이사를 했다. 공항의 규모는 무척 컸고 세련된 내부는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경유시간이 길지 않아 이 특별한 공항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오이스터 카드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가 까다로워 1시간 이상 걸리기로 유명한 영국이었지만 2019년 5월부터 한국이 자동입국심사 대상으로 변경되면서 2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입국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일단, 런던에서는 주로 지하철을 이용해야 했기에 "오이스터 카드"(런던 교통카드)를 샀다

전철 탑승구 근처 자판기에서 살 수 있다. 보증금이 £5이고 £20 정도를 충전했다. 보증금과 남은 금액은 돌려받을 수 있다.  



런던 지하철 내부  

런던에서는 2박을 할 예정이어서 해머스미스 역 근처 숙소를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다.


숙소 체크인이 오후 3시라서 일단 런던 시내를 구경하고 저녁에 숙소로 들어가기로 하고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을 탔다. 트라팔가 광장을 가기 위해 피카딜리 라인을 타고 "피카딜리 서커스 역"에서 내렸다.


런던의 지하철은 복잡한 듯 보여도 몇 번 타다 보면 단순하고 편리하다. 런던을 찾는 사람들이 관광하고자 하는 곳은 대부분 피카딜리 라인에 있다.



지하철 "피카딜리 서커스역"근처 짐 보관소(left luggage)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캐리어를 맡겨야 하는데 짐 보관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지하철역에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없었다...


구글을 검색해 겨우 찾아낸 짐보관소가 담배 판매소였는데 처음에는 구글 정보가 잘못된 게 아닐까 의심했다. 그러나 직접 가보니 담배 판매소에서 유료로 짐도 보관해주고 있었는데 짐 보관이라는 게 창고에 그냥 넣어두는 방식이라 좀 불안했지만 대안이 없었다.



트라팔가 광장

짐을 맡기고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첫 번째 여행지 트라팔가 광장을 찾아가는데 구글지도로는 10분이면 가는 거리를 우리는 헤매고 헤매서 1시간 만에 도착했다. 지하철 "피카딜리 서커스 역"에서 직선으로 가야 하는데 긴 비행시간과 무더위(런던은 몇십 년 만에 닥친 폭염으로 30도가 넘었다)로 총기도 떨어지고 구글지도에 익숙해지기도 전이라 길을 돌고 돌았다.  


그래도 당황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길을 잃고 헤매기 위해 우리는 떠나온 거니까.



광장 너머 런던 아이, 공원에는 소풍 나온 영국 아이.


공원에서 많은 아이들을 한꺼번에 만나니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은 봄꽃 같다. 

덥지만 간간이 바람이 불고 시원하게 펼쳐진 공원에 들어서면 더위가 덜해서 걸을 만했다.



런던을 대표하는 시계탑 빅벤


크다의 "Big"과 설계자의 이름 "Ben"(벤자민 홀)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보수 공사를 하고 있어 시계의 모습과 종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국회의사당

빅벤 옆에는 아름다운 신고딕 양식의 국회의사당이 있다.

빅벤과 국회의사당을 템즈강 쪽에서 봐야 하는데 우리는 뒤쪽에서 봐서 이런 사진이 되었다. 템즈강에서 보시기를 권한다.



트라팔가 광장

트라팔가 광장


트라팔가 광장의 상징처럼 높이 솟아있는 구조물은 트라팔가 해전에서 전사한 넬슨 제독의 동상이다. 해전에서 승리한 후 나풀레옹 군의 대포로 만든 사자상 네 마리가 동상 주변에 떡 버티고 서있다. 광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행사 준비로 좀 어수선했다. 


광장 바로 옆에 내셔널 갤러리가 있다.



내셔널 갤러리는 13세기말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입장은 무료이다.


시대별로 다양한 작품들이 많아 쉬엄쉬엄 꼼꼼히 보면 좋은 곳이다. 

단연 인기는 고흐의 "해바라기", 그러나 우리가 간 날 해바라기가 출장을 가서 보지 못했다.


*후일담 : 나중에 알고보니 해바라기 그림은 멀리 출장을 간게 아니고 바로 옆 전시실로 옮겨서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영어가 짧은 우리는 그 안내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첫날 일정을 마치고 영국으로 유학을 온 지인과 저녁식사를 했다.

이스트 본에서 2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우리를 만나러 온 그녀가 고마웠다.


영국인들이 일상에서 먹는 음식을 하는 식당으로 안내해 주겠다고 해서 따라나섰는데 가는 길이 허걱이었다. 멀어도 너무 멀었다. 거의 40분을 걸었다. 지쳐서 도착한 음식점은 사람들로 꽉 차 있고 냉방이 안 되는 건 일상인 듯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가 만발하고 즐겁다. 


우리가 자연현상인 날씨를 너무 무시한 환경에서 살았던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을 잠시 했다.  


영국은 대부분의 시설이 냉방이 안된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힘들던 더위도 어느새 견딜만한 것이 되었다. 인간 적응력의 오묘함이여.


숙소로 돌아갈 때 지하철을 탔는데 토요일 밤이라 그런지 사람이 무척 많았다. 런던의 더운 날씨와 기분껏 마신 맥주가 상호작용을 하여 폭발할 듯한데 냉방도 안 되는 지하철은 만원이고 총체적 난국이었다.


늦은 시간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찾아가는 여정... 우리나라 도로명 주소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잘 보이지도 않는 주소표시와 겨우 찾은 숙소의 현관문을 열기 위한 사투 끝에 드디어 숙소 입성에 성공!


영국에서의 첫날밤, 단꿈을 꾸며 곤히 아주 곤히 잠들었다.





매주 목요일 연재하는 글입니다.

다음 글 "초록의 쓸쓸함, 바스"는 4.4(목)에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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