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안 Apr 04. 2024

초록의 쓸쓸함, 바스

로열 크레센트와 바스 그리고 제인 오스틴

영국에서의 둘째 날,

바스와 스톤헨지는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려움이 많았다. 유로 자전거나라 가이드 투어를 이용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이틀간 가이드 투어를 이용했다.

하루는 바스와 스톤헨지, 하루는 옥스퍼드 대학교와 코츠월드, 셰익스피어 생가였다. 전문성과 감수성이 있는 가이드와 함께 한 알차고 멋진 투어였다. 전용버스를 타고 가니 더 편리했다.


유로 자전거나라 가이드 투어는 지하철 "해머스미스 역"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숙소를 이곳에 정한 이유도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이틀간의 투어에서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지하철 해머스미스 역은 번화가로 다양한 음식점과 테스코 마트도 있어 편리한 곳이다. 해머스미스역에서 트라팔가 광장까지는 지하철로 20분 정도 걸린다.

바스 일정 : 로열 크레센트 - 바스 시내 - 제인 오스틴 센터 - 로만 바스+바스 수도원



로열 크레센트(Royal Crescent)

바스는 런던 해머스미스역에서 유로자전거나라 전용버스로 2시간 걸리는 곳이다. 먼저 로열 크레센트에 도착했다.


로열 크레센트는 서른 채의 집들이 곡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테라스 하우스로 건축학적으로도 손꼽히는 걸작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초승달(Crescent) 모양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8세기말 귀족과 부유층, 예술가들이 머물던 장소였지만 현재는 박물관과 호텔로 사용하고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어우러진 드넓은 초록의 공원은 매력적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언제까지나 앉아서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을 맡기고 초록의 쓸쓸함을 누리고 싶었다.  



바스는 로열 크레센트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


천연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역사 깊은 도시 바스, 이곳 온천수가 질병을 치료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곳이다.


현재 목욕이라는 의미의 바스(bath)는 이곳에서 유래했다. 바스는 런던 근교 에이번강 유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로마시대 유적과 조지 왕 시대 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예전에는 흙길이어서 집에 들어오기 전 신발을 털라고 문 앞에 이런 쇠장식이 집집마다 있었다고 한다.



제인 오스틴 센터는 1801년부터 1806까지 그녀가 바스에 살았던 흔적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오래전에 읽었고 영화도 본 기억이 있다.

18세기 영국 중류 사회의 결혼문제를 둘러싸고 편견과 오만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재치 있고 탄탄한 문장력으로 표현했던 소설.


고정관념과 편견, 사회적 관습으로 사람을 평가했을 때 어떤 오해가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예리한 인간관찰, 섬세한 성격묘사, 흥미를 자아내는 구성 등으로 세계적인 문학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또 다른 소설 "설득 (Persuasion)"에는 바스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제인 오스틴 센터는 규모가 크지 않아 가볍게 둘러볼 수 있다. 



로만 바스(Roman Baths)와 바스 수도원(Bath Abbey)은 연결되어 있다.

로만 바스는 실제 지상보다 한 층 정도 낮은 위치에 있어서 로만 바스 2층이 바스 수도원이다.



로만바스 입구

로만 바스는 1세기 로마가 건설한 대중목욕탕으로 영국에서는 유일하게 자연 온천수가 나오는 곳이다.


물 온도는 항상 섭씨 46도를 유지하고 있다. 로마시대 처음에는 부상병들을 치료할 목적으로 만들었으나 치료 효과가 있어 귀족들의 휴양지가 되었다. 그때 귀족들이 하인까지 데리고 와서 머물던 곳이 로열 크레센트이다. 그 후 흑사병이 대중목욕탕을 통해 전염된다 하여 쇠퇴하고 개인 목욕탕이 생겨 났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레이트 바스(Great Bath: 온천장)

로만바스의 중심인 그레이트 바스.


어떤 질병이라도 나을 것 같은 오묘한 연초록 빛깔이다. 물색깔이 초록인 것은 염화나트륨, 칼슘, 황산염, 철분 등 40여 가지의 미네랄이 고농도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로마의 대중목욕탕은 몸을 씻는다는 행위와 더불어 시민들에게 사교의 장을 제공하는 중요한 기능을 했다.  



발굴된 유물들

로만바스 지하층에는 발굴한 로마시대 유물들을 보존하고 있다. 신전의 장식물 중 일부도 전시하고 있었다.



지금도 온천수가 흘러나온다.

흘러나온 온천수는 배수로를 통해 필요한 탕으로 들어간다.


로마의 상하수도 시설은 현대에 봐도 놀라울 정도의 기술력이다. 하지만 수도관을 독성 물질인 납으로 만드는 오류를 범했다. 나중에 납의 위험성을 알았지만 교체 비용 문제로 납 수도관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온돌과 같은 구조인 로마의 온돌(히포카우스트 Hypocaust)


로마의 목욕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설인 로마의 온돌은 여러 개의 기둥들 위로 바닥을 깔고 사용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아궁이와 온돌 같은 구조로 바닥뿐만 아니라 벽에도 열기가 돈다.



술리스 미네르바의 얼굴상

켈트족의 신 술리스와 로마의 신 미네르바가 융합된 신이다. 자신들이 지배하는 켈트족의 땅에서 그들의 신 술리스와의 결합을 통해 로마인들은 이곳의 안전을 신의 보호 아래 두려고 했다.



하나의 나무가 작은 공원이 되었다. 나무의 넓은 품 안에서 평화롭게 연주를 하고 있다.



영국에서 일요일에 먹는 전통식 "선데이 로스트"


일주일을 잘 견딘 스스로를 위해 영양 가득한 식사를 일요일에 먹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야채와 고기 등이 조화로운 음식이다.

선데이 로스트(Sunday roast) 
: 구운 고기와 구운 감자, 채소들을 곁들여 일요일에 먹는 영국 전통음식



2012년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던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 경감이 뛰어내렸던 펄트니 다리(pulteney Bridge).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용돌이치는 물보라 속으로 뛰어드는 자베르 경감(러셀 크로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곳. 빵 한쪽을 훔친 장발장을 법과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평생 뒤쫓았던 그가 선택한 마지막 길... 정의가 무엇인지 되묻는다.



바스를 떠나며 뒤돌아본 바스 전체의 모습. 뒤돌아 본다는 것은 쓸쓸해지는 일이다.





매주 목요일 연재하는 글입니다.

다음 글 "신비를 품은 돌 스톤헨지"는 4.11(목)에 발행합니다.

이전 01화 런던으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