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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안 Jul 08. 2024

작고 조용한 마을을 떠나며

1년 반의 근무를 마치고 작고 조용한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


아쉬움이 많아 떠나기 전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7월 초, 도라지 꽃이 한창이다.



마을이 보인다.


버스가 다니지 않던 이곳에 버스가 들어오던 날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가장 아름다운 뷰는 논 뷰


논길에 서면 모든 계절이 새롭다.


기운 빠지는 날 이곳에 서면 다 괜찮아라고 혼자 중얼거리게 된다.



길가 탱자나무


꽃이 피고 잎이 나고 어느 날 탱자가 주렁주렁 열리고 노랗게 익어 놀랍고도 신기했다.


한 계절 반 동안 이 탱자나무가 마을을 들어설 때마다 반겨주었다.



택지개발사업으로 모두 사라질 마을

그래도 열심으로 모내기를 하셨다.


이제 그 농부들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며 살게 될까...


눈뜨면 논이며 밭으로 나가 일하고 더위를 피해 쉬다가 다시 해 떨어지면 나가서 다시 일하던 일상,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려도 되는 건지 묻고 싶다.



연둣빛 싸리나무가 생기를 주던 이곳도 이제 사람이 없으니 서서히 폐가로 변해간다.


누군가가 태어나고 자랐던 곳, 부모님과 함께 했던 생애의 소중한 기억들이 있는 집.



활기차던 마을, 이제는 인적조차 없다.



가져갈 것만 가져가고 남겨진 것들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곳도 저곳처럼 될 것이다.


무심한 망초꽃만이 잊으라는 듯 지천으로 피어있다.


작별인사를 하던 날

직원들이 준 롤링 페이퍼와 추억이 담긴 사진첩.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할 때 초롱하고 똘망한 눈망울들이 빨개졌다. 내 눈처럼...


떠나왔다.

좋은 사람들과 작고 조용한 마을은 내 마음속 따뜻한 기억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한때 네가 사랑했던 어떤 것들은

영원히 너의 것이 된다

네가 그것들을 떠나보낸다 해도

그것들은 원을 그리며

너에게 돌아온다.

그것들은 너 자신의 일부가 된다.

-앨런 긴즈버그 “어떤 것들”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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