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 Mixtape 채널은 유튜브에서 음악 플레이리스트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채널이다. Yellow Mixtape 란 이름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운영하는 채널로 헷갈릴 수 있지만, 엄연한 한국 채널이다. 구독자는 약 29.5만명, 동영상 수는 79개이며, 누적 조회수는 32,117,360회로, 계산해보면 영상 한 편 당 약 40만 조회수가 나온 셈이다.
단순히 노래를 엮어서 올리는 것만으로도 이런 조회수가 나올 수 있나 하고 놀랄 수도 있지만, 현재 유튜브에 있는 다른 인기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본다면 이정도 수치는 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지금 유튜브에는 수많은 음악 플레이리스트 채널이 있으며 구독자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각각의 플레이리스트 채널은 운영자가 노래를 직접 추천하거나, 음악 서비스에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가져오는 등 운영에 조금씩 차이를 갖고 있지만, 하나의 영상으로 간편하게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Yellow Mixtape의 경우는 채널 운영자가 직접 노래를 추천하고 노래를 추천 받기도 한다. 구독자들이 댓글에서 적극적으로 노래를 추천하며, 추천된 노래를 Yellow Mixtape이 다음 영상에서 추천자가 누군지 알리며 공유한다. 그런 점에서는 현재 다른 플레이리스트보다 구독자와의 관계가 끈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Yellow Mixtape에서 함께 만드는 공유 플레이리스트 라는 것을 강조한다.
최근 Yellow Mixtape이 이러한 채널만의 특징을 활용해 굿즈를 만들었다. 채널이 추구하는 것처럼 구독자들과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굿즈는, 제작마저도 설문조사와 구독자 피드백을 통해 진행됐다. Yellow Mixtape은 현재 텀블벅에서 굿즈 펀딩을 진행 중이며, 오픈한 지 며칠만에 목표금액인 1,000,000원을 돌파해 2배인 2,000,000원이 넘는 금액이 모였다. 펀딩 목표율을 200% 넘게 달성한 것이다. 후원자는 약 100명 정도인데, 오픈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채 목표금액을 훌쩍 넘은 것을 보면, 앞으로 남은 한달 동안 더 많은 모금액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Yellow Mixtape의 편딩 성공은 채널의 구독자가 대부분 1020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흥미롭다. (이 수치는 유튜브 채널 통계 사이트 예상치이다. 또 댓글 창을 확인해도 그 정도 연령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굿즈 펀딩이 성공하려면, 많은 팬과 팬들의 충성도 혹은 소속감이 필요하다. 물론 굿즈 자체가 귀엽거나 흥미로워서 펀딩에 성공할 수도 있긴 하지만, Yellow Mixtape의 경우에는 강한 충성도가 작용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직접 음악을 만들거나 편곡하는 아티스트도 아니고, 음악을 큐레이션 해서 들려주는 플레이리스트 채널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구독자와 열성 팬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왜 음악 플레이리스트 채널이 MZ세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의 글에서는 이러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과 그 인기 요인에 대해 고민해보려고 한다.
2. 유튜브 음악 플레이리스트란?
계속 늘어나는 구독자와 채널
최근 유튜브에서 플레이리스트 영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유튜브에 들어가서 playlist만 검색해도 많은 플레이리스트 영상이 뜨는 데, 대다수 감각적인 썸네일과 제목을 갖고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음악 플레이리스트와 감각적인 썸네일과 제목이 무슨 관련이야? 싶을 수도 있지만, 요즘 플레이리스트 영상 들은 이런 감성으로 가득 차있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영상에 대해서 조금 더 살펴보자면 1.센스있는 제목, 2.플레이리스트 상황에 어울리는 이미지 또는 감각적인 이미지, 3.댓글로 음악 시간 표시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3가지는 단순한 음악 큐레이션 영상을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주는 요소다.
센스있는 제목인 1번은 플레이리스트의 감성을 설명해준다. 단순히 '늦은 밤에 듣기 좋은 음악' 보다는 '늦은 밤 너와 함께 걸어가며' 라거나 '신나는 딥하우스 음악 모음' 보다는 '방구석을 런웨이로 만들어 줄 음악들' 과 같은 식의 제목이 인기를 끈다.
2번은 플레이리스트와 어울리는 이미지로, 주로 하이틴 음악 플레이리스트에서 많이 활용된다. 이를테면 하이틴 플레이리스트에 하이틴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 속 장면을 사용하는 식이다. 이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다른 잘생긴 배우의 이미지를 사용한다면 '레오 사진을 보고 안 지나갈 수가 없었다.', '하이틴 가방끈으로 줄넘기 하실 분'과 같은 댓글을 볼 수도 있다.
꼭 하이틴이 아니더라도, 플레이리스트 분위기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활용하면 된다. 가령 '솜사탕 같이 달달한 POP' 과 같은 플레이리스트라면 이를 위해 솜사탕 사진을 쓰면 된다. 어떤 플레이리스트는 짧은 영상을 영상 내내 반복해서 재생하기도 한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에 Yellow Mixtape 채널처럼 카세트 테이프 이미지를 사용하거나,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퀄라이져, 관련 앨범 커버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언커먼뮤직] 플레이리스트 중 댓글 (https://www.youtube.com/watch?v=nQTGlNN_Bm8)
마지막은 댓글로 노래 별 시간을 표시하는 것이다. 플레이리스트 내의 모든 노래의 제목, 가수, 시간까지 표시한 뒤 댓글을 달면 된다. 영상 하나로 음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댓글로 노래 시작 시간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어떤 노래가 어떤 지점에서 시작되는지 알기 상당히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러한 노래 정보를 알려주는 댓글은 플레이리스트에 필수적이며, 이런 댓글을 달지 않는다면 구독자들의 원망 댓글이 달릴 것이다.
실제로 기존 인기 플레이리스트 채널들은 꾸준히 구독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플레이리스트 채널과 영상이 계속 생기는 중이다. Yellow Mixtape 외로도 유튜브 유명 플레이리스트 채널이 여럿 존재하는데 가장 유명한 채널인 '때껄룩'은 82.2만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여러 인기 연예인들이 '때껄룩' 채널을 듣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을 정도로 영향력 또한 크다. 음악 플랫폼에서 마케팅을 위해 이런 채널을 운영하기도 한다. 벅스에서 운영하는 'essential;' 채널이 그 예이다. 'essential;'은 벅스 내에 있는 뮤직PD의 플레이리스트를 선정해 영상을 만든 뒤, 벅스에서 이러한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수 있다고 소개한다. 비슷하게 우리나라의 인디 가수를 소개하는 브랜드 채널인 'KozyPop' 도 있다. 'essentail'과 'KozyPop'은 각각 23.3만 명과 25.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각 채널의 누적 구독자 수, https://socialblade.com 검색결과
3.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의 인기 요인은?
그렇다면 도대체 꾸준히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의 인기 요인은 어떤 것일까? 다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가 다른 점은 어떤 것일까? 다른 음악 서비스도 취향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데도 말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음악 상황과 취향, 이를 공감해주는 사람들이다.
앞서 플레이리스트의 특징으로 1. 센스있는 제목과 2. 플레이리스트와 어울리는 이미지를 언급했다. 이 특징은 기존 음악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음악 경험과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의 음악 경험을 다르게 만드는 요소다. 먼저 구독자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의 제목과 썸네일을 통해 음악의 분위기과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플레이리스트를 파악한 뒤에는 자신의 취향이나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해 듣는다. 어떻게 보면 음악 자체에 집중에 음악을 듣는다기 보다는, 플레이리스트에 언급된 취향과 상황을 소비하는 것에 가깝다. 이를테면 하이틴 팝송리스트는 하이틴 주인공이 된 느낌을, 드라이브 팝송 리스트는 드라이브를 떠나는 느낌을, 퇴근길 플레이리스트는 퇴근할 때의 적막함을 느끼게 해준다.
하이틴 플레이리스트 영상 속 댓글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댓글창에서 공유되며, 그런 플레이리스트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유튜브에는 '내가 좋아하고 집중하고 있는 음악에 대해 함께 공감해줄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어떤 댓글은 주접으로 가득 차있기도 하고, 어떤 댓글은 그 상황에 대해 묘사를 하기도 하며, 또 어떤 댓글은 그 노래와 비슷한 다른 노래와 가수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다른 음악 서비스보다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댓글이 더욱 활성화 되어 있다는 점이 이러한 유튜브만의 공감 경험을 고취시킨다.
두 번째는 직관적이고 익숙한 유튜브 플랫폼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중 하나인 유튜브는 여러 유저들, 특히 1020 세대에게 익숙하게 다가간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 굳이 어떤 앱을 사용할 지 고민하고, 어떤 요금제를 사용할 지 고민하는 대신, 유튜브에 들어가 플레이리스트 하나만을 검색하면 된다. 유튜브에서 플레이리스트를 자주 듣는 사람이라면 검색하는 과정마저 생략할 수 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원하는 플레이리스트가 나올때까지 스크롤 하거나, 하단 버튼을 통해 구독하는 채널에 들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이 이미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학습했기 때문에 크게 번거롭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썸네일의 크기마저도 화면 가득해 '고민하지 않고 그냥 누르면 된다.' 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유튜브의 직관적이고 익숙한 UXUI는 기존 음원 서비스들이 홈 화면에서 차트, 음악 매거진 등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현재 많은 음원 서비스들이 홈 화면에 차트를 없애고, 개인 맞춤 플레이리스트를 내세우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중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의 음원 서비스의 홈 화면은 실시간 차트와 더불어 최신 발매 음악 등 다양한 정보로 가득 차있다.
앱이 아닌 웹의 경우 이런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인터넷 창을 켠 뒤, 익숙하게 들어간 유튜브 페이지에는 큼지막한 썸네일들이 가득 차있다. 이중에서 마음에 드는 썸네일을 클릭하면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반면 몇몇 음악 서비스는 홈 화면에서 최신 앨범, 음악 차트 등 꽤 많은 정보를 보여주며, 앨범이나 매거진 등의 크기 또한 유튜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게다가 고민해서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하면 음악이 바로 재생되는 것이 아니다. 앨범 정보나 선곡 리스트를 확인한 뒤 개인 플레이리스트에 노래를 담아야 한다. 유튜브에 비해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하는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 여러 아티스트의 음악을 유통하고, 신곡을 알려야 하는 그들의 어려움도 있긴 하지만, 플레이리스트의 인기 요인은 내가 고민하거나 찾지 않아도 간단히 가볍게 취향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유튜브는 전문적인 음원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음악 하나하나에 집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이 더 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결제를 하지 않으면 유튜브에서는 백그라운드로 음악을 듣지 못하며, 플레이리스트 또한 원하는 대로 구성하기 어렵다. 이외에도 가사나 앨범 정보, 가수 정보등을 바로 알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다른 서비스의 검색 기능을 활용하거나 재생하던 플레이리스트를 잠시 멈춰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튜브에는 정식 음원이 아니라 다른 창작자가 2차 가공해 올린 음원 콘텐츠(가사 영상, 교차편집 등) 가 꽤 많으며, 어떤 음원이 정식 음원인지 모르고 듣는 경우 창작자가 의도한 그대로의 음원 품질을 듣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4. 다른 음원 서비스와 앞으로의 음악 시장은?
이처럼 유튜브 뮤직이 꾸준한 상승세라는 것은 늘어나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과 구독자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음원 서비스는 어떤 상황일까. 현재 한국의 여러 음악 서비스는 치열한 경쟁을 하는 중이다. 여전히 독보적인 1위 서비스는 멜론이지만, 2019년 멜론 월간 활성 이용자는 빠르게 감소했음을 여러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위인 멜론 외로 지니, 플로, 벅스, 네이버뮤직, 바이브 등 다양한 음원 서비스들이 경쟁하고 있다. 이중 멜론과 플로는 지니와 엠넷이 통합한 것처럼 통합을 논의하게 될 수도 있으며, 네이버뮤직과 바이브는 이미 통합을 진행 중 이다. 이와 함께 언제 들어올 지 소문이 무성한 스포티파이까지, 대한민국 음원 서비스가 경쟁해야 할 대상은 무척 많아 보인다.
이런 경쟁을 위해 이미 많은 음원 서비스가 사용자의 취향을 중심으로 음악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멜론은 지난 5월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대한민국 음원차트의 상징과도 같았던 멜론 실시간 차트 기준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기 곡을 들려주는 것은 같지만, 기존 1시간 기준으로 바뀌던 차트를 24시간 기준으로 변경할 것이며, 곡의 순위와 등락 표시를 없앤다고 했다. 플로의 경우 AI 기술로 취향에 맞는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를 강조하며 런칭 후 마케팅을 펼쳤고, 네이버의 경우 2018년부터 바이브 서비스를 런칭해 플레이리스트 기반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음악보다, 자신에게 맞는 옷처럼, 취향을 공략한 음원 서비스와 마케팅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적으로는 이와 함께 미래 음원 시장 또한 변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음악은 눈에 보이는 퍼포먼스 위주와 상황/취향에 맞는 음악으로 이분화 돼 발전할 지도 모른다. 이미 앨범을 사서 음악을 순서대로 재생하는 시대를 지나, 스트리밍 서비스에 맞춰 가수들이 싱글 앨범을 내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현재는 그러한 싱글 앨범 마저도 희미해 지는 것 같다. 이에 따라 특정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로 기억되는 가수보다,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가 더 인지도가 높아질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수들은 (물론 이전에도 그랬지만) 매우 독창적인 목소리거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이지 않는다면 가수로서 대중에게 기억되기 더욱 힘들어 질 것 같다. 어쩌면 이런 일은 이미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라이머리와 윤종신, 토이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세계적으로도, 노래를 작곡하지 않고도 특유의 음악 분위기로 기억되는 DJ khaled처럼 여러 DJ들이 있다. 극도의 취향 큐레이션 만이 생존하는 미래 사회라면, 앞으로는 어떤 콘텐츠가 인기를 끌게 될까, 옛날처럼 다수의 사람에게 어필하는 대형 콘텐츠가 나올 수 있을까.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보다 그러한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이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