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wchae Mar 25. 2021

스타트업에서 34,000명 넘게 참여한 마케팅 기획하기

일주일만에 개발자, 디자이너없이 MBTI 음악취향 테스트 제작한 경험


(MBTI 음악 취향 테스트: https://pinply.typeform.com/to/lIqyhGdb)

글을 읽기 전 'MBTI 음악 취향 테스트'를 먼저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01. 준비 배경


2020년 11월, 음악 SNS 앱 '핀플리'가 수많은 개발 과정과 베타 테스트를 거쳐 세상에 나왔다. 서비스가 런칭한 뒤, 그다음 필요한 단계는 마케팅이었다. 이미 핀플리 SNS 계정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만 타겟이 아니었기 때문에 영어가 주 언어였고, 한국인에게 어필하기는 쉽지 않았다. 한국 1020을 타켓으로 한 마케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무언가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를 두고 어떤 마케팅을 준비할까 고민하다 MBTI 테스트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MBTI 테스트를 생각한 이유는 크게 3가지였다. 첫 번째로 MBTI는 1020에게 호기심을 자아내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즐겁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였기 때문에 광고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자연스럽고 친근한 느낌으로 브랜딩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바이럴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MBTI 같은 여러 테스트의 장점은, 테스트 결과를 유저 스스로 공유함으로써 자연 바이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1020의 특성과 콘텐츠가 맞물려서 적은 비용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세 번째로 아직 시장에 MBTI와 음악을 연결한 콘텐츠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 MBTI 테스트를 생각한 뒤 혹시 MBTI를 활용한 음악 콘텐츠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됐다.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봤지만, 다행히 개인이 올린 것 외로 기업에서 콘텐츠 한 것은 보지 못 했다.


이런 여러 장점 때문에 그 당시 상황에서 MBTI 음악 취향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이후 테스트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서 대략 일주일 정도의 기간을 잡고 본격적으로 준비에 들어갔다.




02. 기획 과정


Typeform 


사실 처음에는 막막함이 앞섰다. 한정된 시간 안에 빠르게 기획을 완료해 제작까지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작을 한다고 해도 시간과 비용이 꽤 들 것 같았다. 디자인은 소스를 이용해서 할 수 있다고 해도, 사이트 개발이 문제였다. 팀 내 개발자 분들은 서비스 개발에 무척 바쁜 상황이어서, MBTI 테스트에만 따로 개발 인력을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팀 내 개발자 분과 함께 사이트를 제작하는 대신, 운영팀 스스로 테스트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렇게 개발 외주와 각종 사이트 제작 업체를 찾던 중, 운이 좋게도 브런치에서 '개발자 없이 바이럴 콘텐츠 만드는 법' 글을 보게 되었다. 글에는 타입폼이 서베이 전용 서비스지만 결과 화면을 보여주는 걸 잘 이용해, 테스트 사이트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자세한 개발 방법이 적혀있던 그 글을 읽자 우리도 직접 테스트 사이트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발 외주를 구하는 대신 내부에서 타입폼을 이용해 직접 사이트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문항


제작환경을 이해했으니, 이제 제작 여건에 맞춰서 테스트를 기획해야 할 시간이었다. 처음 기획할 때 가장 고민했던 것은 질문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였다. 보통 요즘 유행하는 MBTI 테스트는 앞에서 질문 12가지 정도를 통해, 질문에 따른 결과로 MBTI를 알려주는 구성이 많았다. 처음에는 그 방법을 따라 테스트 후에 MBTI별로 노래 하나씩을 추천해주는 방법을 생각했었다. (질문 - 결과) 로직을 짜기 어려워도 결과 화면은 16개만 만들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음악이기 때문에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MBTI 별로 추천곡이 같으면 친구의 결과를 보고 내 결과가 궁금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 단순히 16개의 음악을 추천하는 것보다 좀 더 개인에 맞춰졌다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기존의 테스트와는 반대로 사이트를 기획해보기로 했다. 요즘 1020세대라면 다들 자신의 MBTI를 자신의 전화번호처럼 외우고 있다는 가정하에, MBTI를 입력받은 뒤 질문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쪽으로 테스트의 방향을 잡았다.



3가지 질문



테스트 방향을 잡은 뒤에는 어떤 식으로 질문을 구성할지 고민했다. MBTI 내에서 또 질문이 들어가기 때문에, 음악 취향에 따라 거의 이분법적으로 확 갈릴 수 있는 질문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과 음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용했던 몇 가지 주제들을 정리해봤다. 첫 번째는 (가사 vs 멜로디), 두 번째는 (유명한 노래 = top 100 차트 vs 인디 음악), 세 번째는 (옛날 감성 vs 요즘 감성)이었다. 이외에도 (발라드 음악 좋아함 vs 인트로 듣고 넘기는 편)이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이는 MBTI 별 특성으로 묶을 수 있겠다 싶어서 제외했다.



MBTI 별 추천 음악 정하기


MBTI 키워드 및 추천곡 분류했던 스프레드 시트


이후에는 음악 추천을 위해 각 MBTI별로 성향을 파악했다. 각각의 MBTI별 음악을 듣는 특징을 분석하기 위해서 유튜브와 멜론 등의 MBTI 플레이리스트를 찾아봤다. 특히 유튜브 MBTI 댓글들이 정말 참고하기 좋았다. 재밌었던 건 각 플레이리스트 별로 댓글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ISTJ 플레이리스트에는 플레이리스트 속 영상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반대로 ENFJ 플레이리스트는 댓글창이 이모지와 하트로 뒤덮여 있었다. 이런 식으로 추천 플레이리스트와 댓글을 계속 보면서 각 MBTI 별로 추천할 만한 음악을 정했다. 추천곡은 MBTI 별로 질문이 3가지이기 때문에 2*2*2*16으로 총 128개의 추천곡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엑셀을 만들어 각 MBIT 별 8개의 경우의 수에 따라 추천할 음악을 정리했다.



바이럴을 위한 문구 작성



테스트 결과 화면은 공유를 위해서 공감 가고 재밌는 문구를 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공유하는 행동은 자신을 알리고 싶어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게 결과 화면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음악을 듣는 특성 외로도 MBTI 별 보편적인 성향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넣었다. 테스트 구조 상 중간중간에도 MBTI 성향과 관련된 문구가 들어가기 때문에, 아예 MBTI 별로 성향과 키워드를 정해 보고 쓸 수 있도록 정리해뒀다. 이렇게 플레이리스트와 댓글, 성향까지 분석하고 나니 마치 MBTI 박사가 된 느낌이었다.




디자인



문구, 추천 곡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사이트의 디자인이었다. 결과를 캡처해서 SNS에 바로 공유하고 싶을 정도로 예쁘고 재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테스트에는 결과 화면 별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일러스트 그림이 그려져 있지만, 이 테스트는 결과 화면이 128개였기 때문에 일러스트를 일일이 다 넣는 것을 불가능했다. 대신 인기 있는 레트로 느낌의 디자인을 활용하기로 했다. 보라색 그러데이션과 노이즈 효과를 사용해 배경을 꾸미자 나름 힙한 테스트 느낌이 났다. 이에 맞춰서 타입 폼에서 폰트와 버튼 색상도 골랐다. (이때 타입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글 폰트가 너무 한정적이어서 아쉬웠다. 몇 가지 중에서 골라보다 결국 배달의 민족 주아체가 제일 잘 어울려서 주아체로 결정했다.)

테스트 시작 화면과 공유될 때 보이는 메타 이미지에는 일러스트를 활용했다. 일러스트와 함께 선이 굵은 네온 텍스트까지 디자인하니, 레트로 느낌이 훨씬 강해졌다. 메타 이미지와 테스트 초기 화면을 보고 테스트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원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 같았다.





03. 성과 


성과지표


2021년 3월 25일까지 실시간 테스트 참여 인원 
핀플리 소개 페이지 GA 수치 그래프 (2021년 2월 7일 ~ 17일)


테스트를 만든 뒤 열흘동안에는 무려 32,456명이 테스트에 참여해 노래를 추천받았다. 그리고 현재까지 34,100명이 넘는 인원이 테스트에 참여했다. 최근에도 테스트에 참여하는 인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테스트 참여만큼 중요했던 건 마지막 페이지에서 전환이 얼마나 됐는지였다. 타입폼에서 바로 알 수 없어서 소개 페이지 GA를 확인해 본 결과 10,090명이 페이지를 방문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테스트 참여 인원의 약 1/3 정도였다. 광고 콘텐츠 전환율로는 꽤 높은 수치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MBTI, 테스트, 음악 추천)이라는 키워드가 광고 부담을 덜고 호기심을 만들어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아쉬웠던 점


34,100명의 참여와 1/3의 사이트 방문이라니! 인지도가 거의 없었던 초기 스타트업에서 이뤄낸 성과로는 달콤했다. 하지만 처음 진행한 마케팅 프로젝트였기에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타입폼이 기능이 한정적이어서 결과 화면에서 해당 폰 기종에 따라 (앱스토어/플레이스토어)를 바로 연결해줄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핀플리 소개 페이지에서 한번 더 스토어를 찾아 들어가야 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사이트 방문자가 모두 앱 다운로드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다음에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안드로이드, 아이폰 용 테스트를 따로 만들어 링크를 건다거나 소개 페이지에 또 다른 광고를 넣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함께 타입폼 내에 버튼 클릭률을 측정하는 지표가 따로 없었던 것도 아쉬웠던 점 중 하나였다. 다행히 핀플리는 소개 페이지에 GA가 붙어있어서 전환율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만약에 GA가 없었다면 열심히 테스트를 만든 뒤 1/3이라는 결과를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만약 타입폼으로 무언가를 만들 예정이라면, 그 점을 유의하셔야 할 것 같다.







현재는 SNS 광고를 집행하고 있지 않지만 광고를 집행하는 기간 동안에는 확실히 앱 내 한국인 가입자가 늘었다. 그리고 요즘도 매일 100명 안팎으로 테스트를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이렇게 테스트까지 만들어서 성과를 보니, MBTI와 테스트가 핫하긴 핫한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핀플리는 음악 서비스이기 때문에 MBTI 별로 음악을 추천해준다는 점이 재밌으면서도 통통 튀는 느낌의 서비스 브랜딩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MBTI 취향 테스트' 광고 진행 이후에는 앱 내에 트렌드 섹션을 따로 만들어, MBTI 테스트를 통해 들어온 사용자가 바로 MBTI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광고 콘텐츠와 앱 콘텐츠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핀플리를 인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MBTI 테스트의 성공처럼 앞으로도 음악 플레이리스트, 또 음악 콘텐츠와 관련해서 1020에게 재밌는 음악 경험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이 또 있지 않을까. 그런 음악 경험을 주기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2021. 10. 18 추가


https://www.dodatool.com


최근 심리테스트 제작을 위한 서비스가 생겼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테스트 제작을 준비 중이라면, 해당 서비를 이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작가의 이전글 20대에게 직접 물어본 인스타그램 스토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