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남자를 알게 된 여자가 말했다. “가볍게 만나는 거야.”
여자와 만난 남자는 큰 끌림 포인트도, 특별한 매력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 무던함이 좋아서 한 번 만나나보려 한다고 여자는 쉽게 말했다.
그러나 가벼운 사랑은 없다. 가벼운 시작만 있을 뿐.
그 여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랑으로 많이 노엾고, 많이 서글프고, 많이 외로워지게 된다.
처음에는 나를 더 좋아하는 것 같던 사람이, 눈보다 등을 더욱 자주 보여주는 순간 여자는 가슴이 저릿해지곤 했다.
그러고 난 순간은 이미 이 관계를 물러버리는 방법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잔기침을 하는 저를 보고도 태연하게 시선을 돌려버리는 남자가 밉지 않아졌다.
여자는 어느 순간부터 제가 가지고 있는 영역보다 더 많이 남자를 이해하려 들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녀의 이해심을 좋아한다고 했지만, 사실 그 순간 제가 가진 자유가 좋은 것에 불과했다.
그렇게 되자 그녀는 어느 순간 그를 닦달하지 않았다.
쿨한 애인이 되어주려고, 스스로를 괴롭히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남자와 다투고 나면 여자는 한숨도 잠에 들지 못했다.
그가 했던 무의미한 말들도 다 가시가 되어 여자의 마음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바늘 더미 위에서 잠에 드는 양 자꾸만 뒤척이게 되었다.
혹시 그가 마음을 바꿔 다시 전화해주지 않을까 몇 번이나 휴대전화를 뒤집었다, 엎어두었다를 반복하는 동안 수없이 기대하고, 실망했다.
두 사람이 한 가지 사랑을 한다. 그 사랑은 신기한 형태를 하고 있다.
비슷한 형태와 무게일 때는 아무렇지 않다가, 한 쪽의 것이 커지면 비틀려 버린다.
공정하게 다툰 밤. 덜 사랑하는 사람은 쉽게 잠들 수 있다.
별 다른 줄 알았던 연애의 시작이었는데 결과는 늘 똑같은 방식의 이별이었다.
“한결같이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게 이상한 건가.”
여자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은 한 번 좋으면 잘 식지 않는 사람이라고.
본 영화를 또 보고, 본 드라마를 또 봐도 늘 새로운 감흥을 얻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늘 나를 두고 먼저 등 돌려버리는지. 알 수 없다고.
저를 기다려주지 않는 속도로 매정하게 차가워지고 만다고.
“사랑은 왜 식어버리는 거야?”
여자는 이미 식어버린 감정에 대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