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7개월만에 와보니 만감이 교차하는 2년차 제주도민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46화 글쓴이 아내(망샘)
7개월 만에 제주를 떠나 육지에 왔다.
작년 겨울부터 이사와 임신을 겪으며 올라올 심적 여유가 없었다.
임신 14주부터 입덧도 싹 사라졌고, 오후면 비실대던 체력도 많이 올라왔다.
지원사업에 필요한 절차와 미리 잡힌 요가 수업을 마무리 짓고 친정으로 긴 휴가를 왔다.
더 배가 부르면 비행기를 타기 힘들 것 같아 왔는데 아주 잘한 것 같다.
친정 식구들, 친한 친구들과 맛있는 것들을 먹으며 하루가 다르게 배가 커지고 있다.
컨디션도 좋다.
제주도 추가 배송비가 아까워 참던 쇼핑도 많이 했다.
새삼 주문한 다음날 택배가 오는 육지 배송에 감탄 중이다. (제주도는 기본 이틀에서 기상 상황에 따라 일주일까지 걸릴 때도 있다)
긴 휴가에는 집과 개를 돌봐줄 손길이 필요했다.
다행히 수박이는 함께 봉사하는 언니가, 집은 시부모님이 제주 여행을 하며 돌봐주신다.
덕분에 푹 쉬고 있다.
서울에 오자마자 먹고 싶던 음식을 모두 먹을 수 있는 뷔페로 향했다.
1센티는 더 커진 배를 부여잡고 향한 곳은 청와대.
운 좋게 서울에 오는 날 청와대 관람 당첨이 됐다.
오랜만에 경복궁과 삼청동 가는 길도 걸으니 여행한 기분이었다.
이후에는 미리 약속을 잡아둔 친구들만 만나고 나머지는 가족들과 쉬었다.
마음 같아선 더 많은 지인들도 만나고, 핫플레이스도 가고 싶었지만 아쉽게 체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아직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기에 조심스럽기도 하다.
제주를 떠나 일주일 이상 지내며 일상이 많이 환기됐다.
서울은 정말 복잡한 동시에 편리하다.
거의 모든 용무, 예컨대 은행, 병원, 음식점, 카페 등을 도보로 걸으며 해결할 수 있다니.
제주에서도 제주시나 서귀포시 같은 시내에선 똑같겠지만 차가 없으면 갈 곳이 없는 시골에 사는 나에겐 꽤 낯선 경험이었다.
반면에 어딜 가나 사람이 너무 많다.
다들 뭐 그리 바쁜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휴대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차들도 경적을 울려대며 끼어드는 환경은 아슬아슬했다.
어제는 제주에서 함께 봉사와 요가를 하며 친해진 친구와 만났다.
제주와 서울의 삶을 모두 경험한 그와 얘기를 나누며 장단점이 명확하게 구분됐다.
서울은 없는 게 없고 (회사로 돌아가면) 돈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다.
하지만 차로 조금만 달려도 오름, 한라산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제주의 자연은 대체 불가.
결국은 현재 내가 어떤 상황을 더 당겨하는가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지옥철의 출퇴근길 혹은 사람들에 질렸다면 자연과 가까이하는 제주의 삶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면 조용한 곳에서 지내니 외롭거나 북적이더라도 편하고 빠른 삶이 좋다면 도시가 도피처가 되는 것이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마음을 잘 살핀다면 어디에 살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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