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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Jun 27. 2022

순삭당한 서울 여행의 기록

서울에 8개월만에 오니 시간가는 줄 몰랐던 남편의 서울 체크인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47화 글쓴이 남편(파고) 





시간은 상대적이다. 

플랭크 자세를 유지할 때는 1초가 1시간같이 느껴지는데, 휴가로 여행을 가면 1주일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 


이번 나의 서울행도 그랬다. 

아내의 태교 여행(?)을 위해 떠난 서울행이었는데 별 생각 없이 따라갔던 내가 더 많은 약속을 잡는 바람에 제주로 돌아올 즈음에는 체력이 고갈돼서 다크서클이 눈 밑까지 내려왔었다. 

한적한 제주 시골 쥐가 8개월 만에 서울에 오니 눈이 돌아갈 수밖에.


서울 여행 첫 날. 운이 좋게도 청와대 관람에 당첨돼 청와대를 구경했다



8개월 만에 서울에 오니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 많았다. 

아내와 나 둘 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터라 최소한의 약속만 잡으려 했는데도 어쩌다 보니 이틀에 한 번꼴로 친구들을 만났다. 

옛 직장 동료부터, 고등학교&대학교 친구들, 그리고 제주에서 사귄 친구까지 참 다양하게도 만났다. 


직장도, 나이도, 처한 환경도 많이 달라졌지나 그들은 여전했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했고 정겨웠다. 

잦은 약속에 몸이 피곤해져 하루는 약속을 파토낼까 고민도 했었지만 정작 이런 귀차니즘을 무릅쓰고 나가보면 더 많은 에너지와 자극을 받고 오게 되는 만남이었다.



그 와중에 하루 저녁은 굶고 나서 위내시경까지 마쳤다. 와... 정말 빡센 일정이었다



이번 서울 방문은 '파고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in 서울'이라고 해도 될 만큼 먹을 복이 넘쳐 흐른 여행이었다. 

그 시작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향했던 63빌딩 뷔페 '파빌리온'. 

첫 접시에 담은 음식을 먹음과 동시에 내 뒤로 조리되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음식들을 결국 다 먹지 못하고 이곳을 나가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만큼 음식의 퀄리티가 좋았다. 


공덕역 기찻길에 핫한 오픈바에서 먹은 모듬회와 사케도 좋았고, 다음날 점심때 먹은 일산 등촌칼국수도 여전히 맛있었다. 


큰손 장모님의 요리도 맛있었고, 

젊은 커플들의 핫플레이스가 된 삼각지 뒤편 먹자골목에서 맛본 닭볶음탕도 일품이었다. 


고등학교 은사님을 만나 먹은 서서갈비와 아구회는 글을 쓰는 지금도 다시 먹고 싶고, 


마지막 날 만찬을 스페인 현지에 방문한 것과 같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3병이나 마시며 타파스를 먹은 것도 너무 좋았다.



삼각지 핫플레이스의 일요일 저녁 대기 인원. 우리는 결국 이곳을 2차로 방문해야 했다.



공덕역에서 신촌서서갈비 까지 걸어가는 길에 생긴 수많은 음식점들엔 사람이 많았는데 이곳엔 별로 없었다. 하지만 갈비맛은 일품


처음 맛본 아구회. 아구찜이 아니라 아구회도 있구나. 회와 함께 나온 아구탕이 진짜였다



제주로 돌아오기 전날 마지막 약속은 용산에 위치한 스페인 레스토랑


정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나올법한 다양한 타파스 요리들을 맛 볼 수 있었다



성공한 내 친구. 집에 편히 가라고 모범택시 불러줬다




먹고 마시고 놀기만 할 뻔했던 이번 여행을 조금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경험도 했다. 


한국전파진흥원에서 모집한 '1인 미디어 전업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대학 졸업 이후 처음으로 '발대식'이란 것에도 참여하는 영광을 누렸다. 


35명의 유튜버가 한자리에 모인 행사였는데 한 사람 한 사람 소개할 때마다 정말 다양한 주제 (음식, 음악, 만화, 자수, 봉사 등)를 가지고 멋진 유튜버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매우 신기했다. 


"와 이런 것도 하는 유튜버가 있네?" 했는데 찾아보면 구독자 60만명, 


'오 이 사람은 자기소개 영상도 만들어왔네'하고 찾아보면 구독자가 20만명이었다. 

구독자 6만명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많은 자극을 준 행사.



놀고 먹기만 할 뻔한 서울여행을 의미있게 만들어준 '1인 미디어 전업 창작자' 선발 및 발대식



제주로 오는 날까지도 바쁘게 돌아다닌 덕분에 제주로 오는 비행기에서는 헤드뱅잉 하면서 단잠에 빠졌다. 

공항에 도착하니 승무원이 '행복한 여행 되세요'라는 인사말을 건네시길래 속으로 '저는 여기가 집입니다' 했다. 


그렇게 익숙한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어둑어둑한 밤길이었지만 지도로 위치를 확인하며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이제는 척하면 척 어디가 어딘지 훤히 아는 곳이 되었다.


서울의 북적북적하고 역동적인 에너지 덕분에 눈, 코 뜰 새 없이 정신없었던 일주일. 

받아온 에너지를 다시금 이곳 한적한 제주 시골에서 나의 일상을 움직이는데 잘 사용해야겠다.



7박 8일의 빡센 일정을 마무리하고 제주행 비행기에 탑승하자 마자 1시간 동안 신나게 잤다


귀국 후 일산에서 지낼 때 자주 갔던 호수공원. 오랜만에 옛 추억을 느끼며 러닝을 했다


오랜만에 찾은 호수공원 내 체육시설. 서울에 와서도 꾸준히 턱걸이를 하고 싶었지만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우리가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장인어른 가게 터줏대감이었던 애자. 이제 정말 많이 늙었다ㅠㅠ



먼저 제주로 돌아오는 날. 아내와 함께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데이트하듯 파스타와 리조또로 마지막 만찬을 마무리




▽지난 에피소드 읽기


제주와 서울, 어디에서 사는게 행복할까?

창업기록1. 요가 공간 계약

창업 기록 2. 절차와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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