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아진 남편의 몸무게 역사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49화 글쓴이 남편(파고)
학창시절 나는 '빼빼 말랐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 정도로 몸무게가 작게 나갔다.
입이 짧은 데다 예민했기 때문이다.
말라서였을까? 뛰는 운동이라면 곧잘 했던 나는 고등학교 1학년 교내 마라톤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때는 진짜 진짜 말랐던데다 머리도 거의 삭발(?) 수준으로 짧았기 때문에 나의 뛰는 모습을 보았다면 국제마라톤대회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아프리카의 선수들을 떠올렸을 수도 있을 정도였다.
그랬던 내가 몸에 살이 붙기 시작한 건 군대에서였다.
체력단련 말고는 별다르게 할 게 없던 데다, 체력시험에서 특급전사로 선발되면 4박5일 휴가를 주었기 때문이다.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잘 먹고 잘 운동하니 말랐던 몸에도 살이 붙기 시작했다.
마른 체형은 운동해야 살이 찔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체득한 시기였다.
내 몸이 가장 좋았던 때는 세계여행 출발 직전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크로스핏이란 운동을 꾸준히 했었는데 여행을 떠나기 전 퇴사를 하고 3개월의 시간 동안 개인 PT를 받았었다.
여행하면서도 꾸준히 운동하려면 다양한 맨몸운동을 익혀둬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여행을 하면서는 살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늘 무거운 짐을 지고 이동하기에 바빴기에 꾸준히 운동을 못 했었고, 인도를 무사히 넘겼기에 안심했던 장염은 멕시코와 에콰도르에서 단단히 걸려버렸다.
특히 멕시코 칸쿤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 가서 수많은 뷔페 음식들을 놔두고 양배추만 먹었야 했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귀국 후 처가에서 지내며 장모님의 큰 손 덕분에 여행하며 빠졌던 몸무게가 3개월 만에 여행 떠나기 전 수준을 회복했다.
진수성찬과 같은 삼시세끼에 더해 살을 찌워야겠다는 의지로 매일 간식을 챙겨 먹었다.
꾸준히 공원에 가서 턱걸이와 평행봉으로 운동도 병행했다.
그 덕분에 제주에 내려오기 전 인생 최대 몸무게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제주에 내려와 요가수련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이 다시 요가(?)에 잘 어울리는 호리호리한 몸으로 돌아갔다.
아내와 둘이서 잘 헤 먹는다고 해도 장모님의 손맛을 따라갈 수 없었고, 근력운동도 게을러져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살이 많이 빠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됐다.
찰떡이와 콩떡이가 태어나서 놀아주려면 아빠 체력이 매우 좋아야 한다고 선배 둥이 아빠로부터 조언을 들은 직후 요즘 다시 집에서 맨몸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하루에 팔굽혀펴기 100개, 턱걸이 30개, 스쿼트 100개를 하는 것이 목표인데 가끔 몸이 피곤하면 건너뛸 때도 있었지만 서울에서 돌아온 뒤로 꾸준히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다행히 나는 가성비가 좋은 몸이라 열흘만 운동해도 몸의 변화가 금세 느껴진다.
겉으로 드러내기 위한 운동은 아니지만, 운동의 성취는 달라진 몸의 모습을 보며 느끼고 있다.
이렇게 매일 꾸준히 찰떡이 콩떡이를 만날 때까지 맨몸운동을 하다 보면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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