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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Aug 04. 2022

창업 기록 4. 이 쉬운걸 이제야 하다니.

프리랜서 지원금부터 종합소득세 그리고 사업자 등록까지. 세금과 친해지기!

주간백수부부 2022 시즌7. 50화 글쓴이 아내(망샘)





나는 서류 작업에 취약하다. 

매년 갱신해야 하는 공인인증서도 골치 아프고, 지원금 신청이나 세금을 내는 것도 어려워한다. 

이런 일은 보통 남편이 도맡아주곤 하는데, 남편이 놓치면 다 같이 모르고 지나가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프리랜서 지원금과 종합소득세


정부에서 벌써 6차에 걸쳐 지원해주는 프리랜서, 특고 지원금이 그렇다. 


남편과 둘 다 퇴사한 지 만 4년이 되어간다.

일 년반동안 여행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 프리랜서로 지낸지는 2년 반 가량 됐다. 


얼마 전 TV <무엇이든 물어보살> 프로그램을 보다 뜨끔했다.


헤어진 전 남자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그를 미화된 기억으로 추억하는 친구가 답답하다는 사연이었다. MC들이 그의 상환 능력이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직업을 물었다. 그는 '프리랜서'라고 했다. 듣자마자 서장훈은 이렇게 응수했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백수네!" 뜨끔.


프리랜서와 백수는 한 끗 차이다. 


고정적인 일감이 있어도 프리랜서의 수입은 들쑥날쑥하다.

4대 보험을 내주는 고정적인 회사에서 일하는 게 잔잔한 물결이 치는 호수에서 수영하는 것이라면 프리랜서는 밀물과 썰물, 파고가 매일 다른 바다에서 헤엄치는 기분이다.

어느 달에는 수입이 많아서 '이 정도면 앞으로도 프리랜서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겠다' 싶다가 바로 다음 달 자만해서 혼쭐이 나기라도 한들, 수입이 확 줄기도 한다.


그럴 때 예전 직장인 시절 인연들을 만나 그들의 연봉을 얼추 들으면 현타가 오기도 한다.

퇴사 결정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다시 회사로 복귀한다면? 돈도 많이 벌고 대출도 쉽게 받으니 좋겠지?' 이런 상상을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어든 소득과 늘어난 자유와 할 줄 아는 능력의 증가는 상응할 가치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프리랜서 생활을 지속하기로 했다. 


그런 우리가 프리랜서 지원금을 6차에서야 신청했다. 2020년에 귀국하고 1차 지원금을 발표했을 땐 해당 기간에 해외에 있었기에 소득을 증명할 수 없었다. 이후 2차, 3차 모두 당연히 해당사항이 없는 줄 알고 남의 이야기로 넘겼다. 누구보다 프리랜서인데 이걸 놓치고 있었다. 


사업자 등록을 했다면 덜 억울했을 텐데 그마저도 안 했다. 사업자를 진작 냈다면 정부 지원금을 적어도 수백만 원은 받았을 것이다. 세금은 적게 낼수록 좋은 것인 줄 알았던 나는 여태껏 사업자 등록을 안 한 채 소극적으로 살아왔다. 플랫폼을 통해 수입을 정산받았고, 요가 수업을 계속할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비예보였는데 이렇게 날씨가 좋았던 주말. 감사하게 요가를 가르쳤다.



하지만 작년 대출상담을 받으러 은행에 가보니 세금은 곧 내 ‘신용’이었다. 회사 소속이 아닌 프리랜서에게 세금은 소득을 보여주는 ‘근로사실증명서’였다. 

은행의 충격 이후, 한 플랫폼에 수수료 이만 원을 내며 그간의 작고 소중한 수입을 국세청에 신고했다. 올해 5월에는 그마저도 남편이 몇 시간을 머리 싸매고 찾아본 덕분에 뚝딱 종합소득세 신고를 직접 마쳤다. 


작년까지는 세금을 환급받았는데 올해는 냈다. 환급받는 게 좋은 게 아니었다. 그만큼 소득이 적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크지 않은) 세금을 냈다. 




임신 18주에 돌입했다. 사부작사부작 요가 수련을 시작했다





드디어 사업자 등록


이제 남은 과제는 사업자 등록. 벼르고 벼르던 사업자를 드디어 냈다. 

그간 못 받은 지원금이 아까워서라도 사업자를 내지 않은 ‘예비 창업자’ 사업 지원금을 받고 싶었다. 운 좋게 4월에 지원한 사업에 선발이 돼 지원금을 받아 위안이 됐다. 이젠 정말 사업자가 될 때가 왔다. 


세무, 세금의 시옷(ㅅ)만 봐도 어려울 것 같아 발을 빼던 나. 세무서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지만,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뭘 한다는 것 자체가 큰 과제였다. 사실 올초부터 하려고 제주 세무서에도 전화해 종목코드를 물어봐뒀다. 변호사와 세무사 지인에게 자문도 구해둔 상태였다.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도매 회원 신청과 네이버 장소 등록을 일사천리로 마쳤다. 신난다! 진작 할 걸 그랬다.



그래서 막상 국세청 웹사이트에서 사업자 등록을 하는 데는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더욱 허무한 건 2시간도 안돼서 사업자 등록증이 발급됐다는 사실. 이렇게 쉬운 거였다니! 


막연히 두려워하는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막상 해보면 별 것 아닌데 괜스레 어려울 것 같아 발을 빼게 되는 것들. 

놓친 기회비용들을 전화위복 삼아 앞으로 남은 과제들도 겁먹지 말고 하나씩 해치워나가야지. (다음 과제는 특허청 상표등록이다.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때 동네에서 함께 돌아다니는 누렁이와 검둥이가 마당에 들어왔다. 안쓰럽지만 해줄 수 있는게 없다ㅠ



중성화수술의 여파로 수박이는 자주 현관 중문에서 지낸다. 정들어서 나중에 입양 어떻게 보내지ㅠㅠ





얼마전 읽은 사유리 에세이.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나니 큰 용기가 샘솟는다. 멋진 사람




5월 말부터 책을 거의 못 읽어 이번주에는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고있다. 많이 읽어야 쓰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해먹은 크림새우. 어머님이 포도씨유를 선물로 주고가셔서 튀김을 하는 사치를 부려봤다.


어느덧 방울토마토는 빨갛게 익었다. 남편이랑 엄마가 지지대 세워준 덕에 이번 강풍에도 끄떡없다.




토마토를 즐기지않는 나는 이렇게 해야 많이 먹는다ㅎㅎ 토마토계란볶음은 진짜 맛있다.







지난 에피소드 읽기


창업기록1. 요가 공간 계약


창업 기록 2. 절차와의 싸움


창업 기록 3. 내가 만들고 싶은 공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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