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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Aug 27. 2022

습기와의 전쟁 제주살이

제주에 살면서 가장 힘든 때는 아마 이때가 아닐까요?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51화 글쓴이 남편(파고) 





H1. 올 3월 구비한 제습기를 틀자마자 습도가 90%를 넘었다며 화면에 나온 수치다. 

제주도의 여름. 우리는 또다시 습기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가끔 친구들이 "제주에 1년 살면 언제가 가장 좋아?"라고 물으면 

"1년 내내 다 시즌별로 아름다움이 달라서 고르기 어려운데 그래도 봄이랑 가을이 가장 예쁘지"라고 답했었는데 그 말은 취소해야 할 것 같다. 

제주의 6월과 7월 일주일 내내 영국 런던 날씨처럼 구름이 껴있고, 

동남아시아처럼 고온다습한 날씨가 어이지는 때는 풍경을 볼 새도 없이 온종일 습기와의 전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살던 집에는 그나마 거실과 부엌으로 이어진 공간에 에어컨이 있어서 화장실에 핀 곰팡이만 제거하면 끝이었다. 

반면에 올해 이사 온 집에는 에어컨이 안방에만 달려있다. 



작년에도 6월말 더위와 습기로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도 제주의 6월 습기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서울에서 가지고 온 이삿짐에 신혼살림이었던 무풍에어컨이 있기는 한데 여름에도 창만 잘 열어두면 바람이 잘 통해 덥지 않았다는 전 세입자분의 말을 듣고 설치해두지 않았었다. 

그리고 6월 말까지 밖은 30도를 넘나들어도 집에만 오면 시원했기에 거실에 에어컨이 없어도 지낼만하겠다고 섣불리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가 하나 있었다. 

바로 습기였다. 

슬리퍼를 신으면 물을 머금은 덜 마른 스펀지를 신고 있는 기분이었고, 물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던 곳에는 어느새 곰팡이가 피었다. 



아침에 아내와 함께 운동하기. 습도가 높아 조금만 움직여도 땀 범벅이 된다.




작은 옷방은 제습기를 틀어두면 습기를 없앨 수 있었지만 층고가 높고 주방까지 이어진 거실은 제습기가 거의 무용지물. 

거실 책장에 있던 책들은 그렇게 일주일 동안 습기를 마음껏 흡수해버려 책이 다 울었다.


다행히 새로 얻은 송당집에는 거실에 스탠드형 에어컨이 있었기에 성산집에서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은 날에는 차를 타고 송당집으로 가서 일했다. 


신기한 건 성산에는 구름이 많고 습기로 가득한 날씨가 차로 10분 거리인 송당으로 가면 구름이 다 걷히고 해가 떠 있었다. 

전날 뉴스에서 제주시와 조천읍, 구좌읍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린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송당집 첫 야외수업 날. 구름이 많은 덕분에 해를 조금 피할 수 있었지만 끝나고 보니 피부가 빨갛게 익었다.






성산집에서 습기와의 전쟁을 치르다 에어컨 있는 송당으로 피신한 날. 송당집은 파란 하늘이 떠 있었다




일주일간의 긴 습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주말에 기다리던 해가 떴다. 

일주일 만에 습기에 지친 우리는 거실에 에어컨을 설치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이번 여름만 쓰고 해체하기에는 에어컨 설치비가 아쉬운 상황. 

이번 기회에 집주인분과 만나서 연세 기간 연장에 관해 이야기해봐야 하나. 

습기와의 전쟁이 불러온 나비효과다.


태풍이 심하게 오던날 처음으로 중문에 들어온 수박이는 그 이후로 중문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텃밭에서 자란 방울토마토들. 일주일내내 흐리고 비오는 날씨가 이어지면 물을 따로 안줘도 쑥쑥 자란다





유일하게 화창했던 지난 금요일. 신상카페의 오픈 소식을 듣고 동북리로 달려갔다.







오픈하자 마자 입소문이 나버린 신상카페는 이제는 가려면 100m이상 줄을 서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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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정신이 없어서 오늘 올린 글은 7월 4일에 연재된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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