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도 못 맞추는데 걱정을 해서 뭐하나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52화 글쓴이 아내(망샘)
덥고 습한 날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는 요즘.
2주 전에는 내내 비가 올 거라더니 날이 굉장히 좋았다.
이틀 전에는 태풍이 올 거라며 대대적으로 겁을 주더니 다행히 태풍이 비껴가고 해가 나타났다.
기상청의 성능 좋은 슈퍼컴퓨터도 이렇게 한 치 앞도 맞추지 못하거늘 내 앞날도 누가 맞출 수 있을까.
임신을 하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그려보면 걱정할 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쌍둥이의 기쁨은 2배라지만 힘듦은 4배, 아니 그 이상이라고 한다.
보통 부모님 근처에서 육아를 하며 손을 빌리기 마련. 하지만 우리는 제주에서 낳고 키울 예정이다.
또 하나의 근심거리라면 소득이 안정적이지 않은 프리랜서라는 점.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다’고 책까지 낼 정도로 퇴사 후 삶에 만족한다.
둘이 이렇게는 평생도 살 자신이 있다.
하지만 내가 부모님 등골을 뽑아먹은 걸 생각하면…
쌍둥이를 성인까지 키우려면 녹봉을 받는 직장인으로 돌아가는 게 나은 길일까 문득 고민이 된다.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은 걱정해 봐야 소용이 없다.”
티베트 승려 달라이 라마는 말씀하셨지.
제주에서의 육아와 프리랜서, 모두 일어나지 않은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또 다른 성인은 이런 말도 하셨다.
'걱정을 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그래서 나는 요즘 오늘의 행복에만 집중한다.
일을 계획만큼 못해냈다는 죄책감은 눌러두고 하고 싶은 대로 책을 읽고 쉰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사거나 해 먹는다.
악명 높은 쌍둥이 임신 19주 차에 들어섰지만 무탈하게 지내고 있다.
배가 5개월치고는 많이 불러 몸을 굽힐 때 조금 불편한 것 빼고는 속도 편하고 잠도 잘잔다.
아이를 갖고 알아보니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해준다.
출산 축하금부터 지자체별로 무주택자 주거 지원금, 기저귀와 분유값 지원까지 꽤 다양하다.
산후도우미도 합리적인 가격에 쓸 수 있는 제도 또한 십 분 활용할 예정이다.
수입 역시 작년 이맘때는 상상도 못 한 방향으로 (창업) 일을 하고 있으니 내년엔 직장인 부럽지 않은 돈을 벌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슈퍼컴퓨터도 못 맞추는데 한 치 앞의 인생도 알 수 없다. 그러니 걱정 대신 지금 재밌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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