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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seok Min May 19. 2016

징검다리 돌 하나보단 다리를 볼 수 있어야..

어설픈 박사 나부랭이가 본 ‘한국판 알파고’ 정책에 대한 생각

1.    긴 징검다리의 돌 하나보다 다리를..

알파고가 나오고 나서 우리 모두 정부의 ‘한국판 알파고’ 계획을 예상했다. 알파고… 멋졌다. 나도 열광했고, 오래도록보지 않았던 바둑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하사비스를 비롯한 그 까만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 중 하나가 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매일매일 생각했다. 아니, 하루하루 비루하게 그들을 부러워하는 실력없는 날 다그치며 괴로워했다. 그러나 난 한국판 알파고를 반대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알파고는 그냥 바둑두는 프로그램이다. 안다 나도. 나도 공돌이이기에 그 바둑두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였는지, 거기에 세계 최강에 가까운 바둑 기사를 이겼다는게 얼마나 획기적인 일인지 나도 안다. 그러나 딥마인드가 구글이 바둑두는 프로그램이 목표였을까? 란 질문에 난 당연히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스타를 임요한보다 잘 하는 프로그램일까? 아닐거다. 바둑두는 로봇이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의 목적이 될 수없다. 또한 세상을 구하지도 못 한다. 난 알파고vs이세돌 대결을 보면서 인공지능의 신뢰성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글이 외치고 있는거 같았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무언가를 할건데, 인간보다 잘 할 수 있어요!! 그러니 믿어주세요, 그리고 그것을 우리(구글)이 할 수 있다’라고 외치고 있는거 같았다. 그것이 구글이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을 만들지 않을까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우려하는 사람이 생김에도 불구하고 인간 대표를 처참하게 이긴 구글이 하고 싶은 말이였다고 생각한다. 긴두 번의 AI winter를 거치면서 생긴 인공지능에 대한 실망과 의구심이 구글에게는 더 큰 걸림돌이였을 것이다. 그 걸림돌을 치우는 것이 인공지능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자부하는 구글이 알파고를 가지고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본다. 그리고 알파고가 할 일은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알파고는 구글이 인공지능으로 가고자 하는 징검다리의 한 돌일 뿐이였다.


우리는 아니 우리 정부는 이미 제 역할을 충분히 한 알파고가 아닌, 알파고가 치운 걸림돌 이후의 구글이 갈 곳을 봤으면 한다. 알파고로 얻은 신뢰와 기대를 바탕으로 구글은 목적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구글이 놓은 징검다리에 끝에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의료가 있고, 자율주행차가 있고, 또 다른 많은 목적지가 있다. 일례로 딥마인드는 알파고 이후 영국의료정보의 접근권한을 얻었다. 수많은 목적지 중 하나인 인공지능기반 헬쓰케어로 가는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판 알파고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공지능에대한 신뢰? 한국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 아니면 정부가손 놓고 놀고 있지 않았다는 면피성 까방권? 그러나 공유를 기반으로 발전한 이 업계에서는 한국판 알파고가 완성되기 전에 알파고의 소스가 아니 알파고보다 바둑 잘 두는 프로그램의 소스가 공개될 수도 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지 않길 바란다.


2.     밑돌 빼서 윗돌 괴는 다리는 또 다른 이름의 획일화일 뿐…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능정보산업발전전략’을 발표했다. 5년간 1조를 지원하고, 여러 곳의 대기업이 각각 30억원씩 공동출자하는 인공지능연구소 설립 계획도 포함하고 있다. 멋지다 1조라니..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1조란 돈이 갑자기 증액된 것인가? 아닐것이다. 다른 예산에서 차출되어 빠져 나온 돈일 것이다. 다른 예산이라 함은이미 계획된 예산일 확률이 높다 (나 같은 나부랭이가 자세히 알리 만무하지만 내 추측엔 그렇다). 그렇다는 것은 이미 필요하다고 계획된 곳의 예산을 급히 빼서 알파고란 어마어마한 존재를 만들겠다!! 이것이다. 뭔가 이상하다. 이미 높은 분들께서 중요하고 나라 기술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는 계획을 만드셨을 건데, 알파고가 지나가자 그 쪽에 배정된 예산을 빼서 알파고를 만들기 위해 쓰신다는 계획으로 들린다. 이게 밑돌빼서 윗돌 괴기와 다른게 무엇인가?


인공지능, 머신러닝, 특히 요즘 알파고 때문에 너무 뜬 딥러닝… 이 분야의 발전 역사는 눈길 받지 못한 밑돌에서 나왔다. 그 유명한 인공지능의 아버지 마빈 민스키 교수님께서 직접 책까지 쓰시면서 뉴럴넷은 안 된다 이 중생들아 라고 말한 후,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뉴널넷을 버렸다. 그러나 지금 딥러닝은 3인방으로 불리시는 토론토대의 힌튼 교수님, 뉴욕대 얀 리큔 교수님, 그리고 몬트리올의 벤지오 교수님이 적지만 그래도 여러 곳에서 지원을 받으시면서 오랜 기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다시 빛을 보고, 인공지능이란 분야를 다시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혁신적 성능을 가져왔다. 밑돌이 중요한지 윗돌이 중요한 나는 모른다. 그리고 뭐가 밑돌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정부의 기술 발전 계획에 전문성과 계획성이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지능정보산업발전전략’과 같은 정책이 발표되면 많은 연구 제안서, 창업제안서에는 인공지능, 딥러닝, 강화학습 등 알파고에 관련된 단어가 홍수를 이룬다. 고등학교 생물 문제중 학생들이 자주 틀리는 문제 중 하나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 중에 하나가 농사라는 것이다. 생명을 키우는 하나의 행위인데, 생태계를망친단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생태계를 농사라는 방법으로 획일화시켜면 그 생태계는 망가질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이 또 다른 이름의 획일화가 아니길 바래본다.


3.    어떻게 다리를 놓을지, 무엇으로 다리에 놓을지, 어디로 다리를 놓을지

무언가 다리를 놓을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다리를 놓을 돌만 있으면 되는건 아니다. 다리를 놓을 강의 수심이 얼마인지 여름에 홍수가 나면 어떻게 되는지 등의 정보도 필요하고, 지도도 필요하다.


기술을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로 전달하느냐의 문제는 징검다리를 놓아 강을 건너게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징검다리를 놓을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강의 건너기 위해 어디어디에 돌을 놓을지 정하는 것이다. 난 커다란 문제를 인공지능으로 풀기 위해 어떠 어떠한 문제를 풀어나갈지 계획하는 것은 그런 징검다리의 돌의 위치를 정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당장 ‘딥러닝 기술이 스마트폰 판매를 급증시킬 방안을 가져오라’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는데, 그런 질문은 한강 같이 넓은 강을 건너고 싶은데 징검다리 돌을 하나만 놓아라란 말과 같이 들린다. 기술을 비즈니스 모델로 가져가기 위해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야 하고, 고객의 요구가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둑을 두는 문제는 딥마인드가 풀고자 하는 큰 문제로 가기 위한 하나의 작은 문제였다. 그렇게 어떤 문제를 풀어서 갈지 정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우리 연구자들이 해결하는 일들이 바로 돈을 버는 기술이 아니고 문제가 보이더라도 큰 그림을 보며 평가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 결과들은 눈에 보이는 논문이나 이윤이 아닐 수 있기에 더 전문성 있는 분들이 잘 보셔야 한다.


징검다리를 놓을 때 필요한 재료좋은 돌이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에서는 좋은 데이터가 많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구글이 제공하는 수많은 무료 서비스들의 이면에는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있다. 그리고 알파고 이후 들려온 딥마인드의 첫 소식은 영국의료데이터를 연구에 쓸 수 있다는 소식이였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데이터를 가진 쪽과 기술을 가진 쪽이 갑을놀이를 하고 있진 않은가? 내가 아는 많은 휼륭한 연구자들이 연구보다 많은 시간을 데이터 확보에 할애하고 있다. 물론 데이터가 중요한 자산인건 맞다. 그러나.. 움켜쥐고 있다 똥된다.


그리고 그런 징검다리를 놓을 때 강의 수심을 너무 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큰 홍수가 와서도 안 된다. 그렇게 적절히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정부의 규제다. 알맞는 수위를 조절해줘야지 한강에 징검다리를 놓으라니 말도 안 된다. 데이터 확보도 서비스도 협업의 길도 막아 놓고 인공지능 선두 사회가 되라는 건 한강에 깊은 강에 징검다리 놓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리를 놓을 때까지 홍수를 막아주고 적절한 댐을 건설해서 수위를 조절하는게 정부의 제1 역할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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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기업이 아닌 수많은 실력있는 스타트업들이 이 위기를 극복할 키맨일 수 있다. 그들은 큰 시스템 속에 갖혀있지 않아 문제를 직접 보고 있고 남의 손이 아닌 자기 손에 흙을 묻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정부 계획에 그들을 지원하고 도울 계획이 정확히 눈에 띄지 않는다. 이게 아직 제조업 성공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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