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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an 02. 2020

예민한 사람

"저는 예민한 성격이라서 일할 때 도움이 많이 돼요."
"저 사람은 정말 예민한 것 같아."

첫 번째 문장에서의 예민함과 두 번째 문장에서의 예민함의 맥락은 조금 다르다. 첫 번째 문장에서의 예민함은 일을 잘하는 사람의 맥락으로 읽힌다면, 두 번째 문장에서의 예민함은 부정적인 맥락으로 읽힌다.


[예민하다]
1.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다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2. 어떤 문제의 성격이 여러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증대하고 그 처리에 많은 갈등이 있는 상태에 있다.




나는 일을 하면서 점점 예민한 사람으로 바뀌어갔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의 최전방에 있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사전적 의미의 1번을 발달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2번의 갈등상태를 많이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었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고 퇴사를 하고 나니 일을 할 때 드러냈던 나의 예민함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게 됐다.


너만 예민해? 나도 예민해.



치열하게 일을 하는 사람들, 잘 해내기 위해서 오늘도 초집중하는 사람들 중,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없다.
평소에 무던한 사람조차 일을 할 때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민한 티를 내지 않는 사람들은 있다.

나는 진짜 예민한 사람은 '예민하지 않은 척'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예민하기 때문에 분위기를 잘 읽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진짜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팀워크를 만들어내고,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서 결국 성과까지 만들어내는 그런 사람. 진짜 예민한 사람.

같잖게도 나는 내가 예민하다는 것을 (조금은) 자랑스러워하며 동료들에게 표현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건 예민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무례함인 줄도 모르고. 그래서 앞으로 어디 가서 '나 예민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기민하게 상대방을 배려해본 적이 있는지 스스로 되물어 볼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성과를 냈는지도.

스스로 무례한 줄도 모르고 예민한 티를 내는 하수가 되고 싶지 않다.

일은 예민하게 잘하지만
예민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
나한테 말 거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

그것이 무례한 사람이 아닌,
진정한 예민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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