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다.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있다. 밤에 본 것과 달리 참나무의 모습이 상쾌함을 더해준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을 부모님께서 준비해 놓았다는 사실이 너무도 고마웠다. 커다란 작업대위에 커피 관련 기계들과 작업대 뒤편 선반에는 아마도 어머니께서 고르셨을 거라 여겨지는 수많은 잔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작업대와 선반 사이 벽에 오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반죽기와 여러 베이킹 도구들이 있었다. 물론 요리를 할 수 있는 모두 도구들도 구비되어 있었다. 냉장고 안에는 간단한 음식들이 밀폐용기에 만든 날짜와 이름이 적혀있었으며, 세계의 여러 소스들과 조미료와 향신료등이 가득 있었다.
언제 이렇게 모두 준비하신 걸까? 방안에만 있는 동안 우리 부모님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렇게 모두 준비하신 거지? 아마 나의 앞날을 걱정하시는 마음으로 부모님께서 장시간동안 계획하고 고민한 것이라는 게 느껴졌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해보았다. 어떻게 하면 나와 같은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단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보지 못했기에 고민을 깊게 했으며, 내가 잘하는 것을 이용해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의 결론을 얻었다. 우선 내가 잘하는 것이 뭔가를 나열하여 적기 시작했다.
코딩
상담(물론 글로만 상담)
정보 검색
철저한 계획성
생각보다 내가 자신 있다는 장점들이 별로 없었다. 코딩실력을 이용해서 우선 이곳의 홈피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숙박예약을 받아야겠다. 코딩은 내가 어릴 때부터 나의 유일한 취미 중 하나였기에 누구보다 자신 있는 분야였다. 아마 하루정도면 충분히 모두 완성할 것이다.
밤새 한 작업이 모두 완성이 되었다. 나름 이곳을 안내하는 사진과 설명들을 읽기 쉽게 배치하니 그럴듯한 홈페이지가 완성되었다.
이름도 정했다. '참나무 숲'
밤에 조금 무서운 느낌도 받았지만 그런 두려움을 헤치고 다음 날이 되니 그간의 두려움이 하나의 성취감으로 나에게 선물을 주는 이곳을 나는 '참나무 숲'이라 정했다.
집을 청소하고 손님을 받을 준비를 했다. 보이는 것들은 쉽게 나의 노동력으로 충분히 가능하지만 나의 내면은 여전히 두려움을 간직하고 있다. 혼자 생활한 지 너무도 오래되었기에 사람을 대면한다는 두려움이 컸다. 손님이 온다면 대화도 하고 웃는 얼굴도 지어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없어서 더욱 두려움이 컸다.
내가 히키코모리가 된 건 사실 초등학교의 교실에서 어떤 하나의 포인트에 의해 그렇게 시작되었다. 소심하고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던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힘들어했다. 그중 꼭 그런 친구가 있다. 불안하고 힘들어 보이는 친구가 있으면 손을 내미는 사람. 나 역시 그 친구의 손길에 나의 마음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다가갔다. 우리는 하루종일 함께했으며, 내 삶에 한 명의 친구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친구를 소중히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게 틀어졌다.
그 아이는 그냥 나에게 손을 내밀고 나와 친해짐으로써 자신의 행동에 칭찬을 받는 것을 즐겼을 뿐이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가 그에게 중요한 포인트였다. 난 단지 그냥 대상일 뿐이었다. 그리고 난 그에 대한 복수로 방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가 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그 아인 날 그냥 불 싸한 사람으로 취급했으며 그걸 돌보고 걱정해 주는 것으로 자신의 만족감을 높여 행복해하는 것이었다. 난 그물망에서 도망쳐 히키코모리 생활을 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혼자 생활하는 게 편했고 세상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다기 보단 방안이 더 편했기에 자발적으로 계속 머물러 나가지 않았다.
부모님들은 걱정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곳에서 나의 시간 규율을 만들고 때론 운동도 하고 때론 공부도 하면서 오히려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꾸준히 책을 읽고 감상도 남겼으며, 심지어 인터넷상에서 카운슬러 역할도 하여 나름 네임드의 아이디도 가지고 있었다. 아무도 나의 정체를 모르지만 나 스스로는 삶에 충실했다고 자부하며 생활했다. 단 하루도 늦잠을 잔적이 없었으니... 누구도 날 히키코모리라는 명칭으로 그냥 설정할 수 있었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